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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국 속으로: 은퇴촌

실내 댄스 피트니스 수업에서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즐겁게 참여하고 있는 백발의 여성 (자료사진)
실내 댄스 피트니스 수업에서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즐겁게 참여하고 있는 백발의 여성 (자료사진)

진행자) 미국인들의 다양한 일상생활을 소개하는 ‘미국, 미국 속으로’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습니까?

기자) 오늘은 미국의 은퇴촌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에는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비슷한 연령대의 이웃들과 함께 살면서 운동과 취미생활, 사교 모임을 즐기는 주거단지가 있습니다. 영어로 ‘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Retirement Community)’라고 하는데요. 노인들이 보호받는 시설이라기보다 은퇴 후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주거 공동체라고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은퇴촌이라고 하면 양로원이나 요양원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미국의 은퇴촌은 그런 곳과 다른가요?

기자) 네. 많은 은퇴촌은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위한 일반 주거단지입니다. 각자 자신의 집에서 요리하고 생활하면서, 주민회관이나 수영장 같은 공용시설을 이용합니다. 의료진이 상주해 간병하는 요양원이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보조생활시설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은퇴촌이라는 말을 폭넓게 사용하므로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는 시설마다 확인해야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은퇴촌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은퇴한 사람이어야 합니까?

기자)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에는 55세 이상을 위한 주거단지, 이른바 ‘55 플러스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연방 주택법에 따른 대표적인 요건 중 하나는 입주 중인 주택의 최소 80%에 55세 이상 거주자가 한 명 이상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민 모두가 55세 이상이거나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개별 단지는 이보다 엄격한 입주 규정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이런 은퇴촌이 언제부터 등장했습니까?

기자) 네. 현대적인 계획형 은퇴촌이 널리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리조나주의 선시티입니다. 부동산 개발업자 델 웹이 조성한 이 단지는 1960년 1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주택과 상점, 주민 여가시설 등을 한곳에 마련하고, 은퇴자들이 활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생활방식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개장 첫 사흘 동안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고 지역 역사자료는 전합니다.

진행자) 당시에는 새로운 개념이었을 텐데, 왜 이렇게 관심을 끌었을까요?

기자) 은퇴 후에도 집에서 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과 여행,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매력적이었던 겁니다. 선시티가 들어선 애리조나는 겨울이 비교적 온화하고 건조해 북부 지역에서 살던 은퇴자들에게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런 형태의 은퇴촌은 이후 미국 여러 지역으로 확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인들은 어떤 이유로 은퇴촌으로 이사합니까?

기자) 우선 은퇴 후에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한다는 제약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기후나 생활환경을 찾아 이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자녀가 독립한 뒤 큰 집을 관리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작은 집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를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라고 부릅니다. 넓은 집의 잔디를 깎고 시설을 수리하는 일보다 취미와 여가에 시간을 쓰고 싶은 것이죠.

진행자) 주택을 관리하기가 편하다는 점 외에도 이웃들과의 관계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은퇴하면 직장에서 매일 동료를 만나던 일상이 사라집니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했다면 친구를 사귀는 일도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은퇴촌에는 비슷한 생활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정기적인 동호회나 주민 행사가 있어 교류의 기회를 만들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은퇴촌에 살기만 하면 외로움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닌데요. 실제로 얼마나 참여하고 관계를 맺는지는 개인마다 다릅니다.

진행자) 은퇴촌에 사는 주민들은 보통 하루를 어떻게 보냅니까?

기자) 네. 일과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아침에 산책하거나 수영, 요가, 체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낮에는 독서나 미술, 음악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식사하거나 동호회에 나갈 수도 있습니다. 저녁에는 공연이나 춤 모임, 주민 행사에 참석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활동을 선택할 기회가 있다는 점입니다.

진행자) 은퇴촌 안에는 이런 활동을 위한 시설들이 마련돼 있습니까?

기자)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작은 단지는 공동 모임 공간 정도만 갖추기도 하고, 큰 단지는 수영장과 체육관, 공연장, 공예실, 각종 운동시설을 운영합니다. 많은 은퇴촌이 주민을 위한 다양한 여가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있는데요. 주민들은 운동뿐 아니라 그림, 음악, 연극, 평생교육 같은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주민들이 함께하는 동호회도 상당히 다양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독서와 사진, 합창, 정원 가꾸기, 수영, 자전거, 카드놀이, 반려동물 관련 모임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주민들이 직접 모임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취미를 공유하는 이웃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은퇴 후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취미활동 말고도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기자) 네. 자원봉사나 기부 행사에 참여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애리조나 선시티의 역사박물관은 지역 주민들의 자원봉사 전통을 소개하며 선시티가 ‘자원봉사자들의 도시’로 불려 왔다고 설명합니다. 박물관 운영과 자료 보존에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은퇴 후에도 자신의 경험과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은퇴촌의 생활은 일반 주거지역과 어떻게 다르다고 정리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일반 주거지역에는 어린아이부터 직장인, 은퇴자까지 다양한 세대가 섞여 살지만, 연령 제한이 있는 은퇴촌은 비슷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생활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운동과 취미, 교류 활동에 초점을 맞춘 시설과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미국인이 은퇴촌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2024년 조사에서 50세 이상 응답자의 75%는 나이가 들어도 현재 집에서 가능한 한 오래 살고 싶다고 답했는데요. 그러니까 은퇴촌은 여러 노후 주거 선택지 가운데 하나인 것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미국의 은퇴촌이 어떻게 생겨났고 주민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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