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미-북 고위급 회담이 오랜만에 열리는군요.
답) 네,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지난 해 7월 뉴욕에서 첫 회담이 열렸고, 이어서 10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2차 회담이 열렸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넉 달만에 양측이 다시 만나는 겁니다. 북한은 계속해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대표단을 이끌고 나올 예정입니다. 미국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취임 전에 2차 회담에서 북측과 이미 상견례는 했지만, 취임 후 북한 대표단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이번 회담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직후에 평화롭고 안정된 권력승계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면서, 북한이 내부적으로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이 회담에 다시 나서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려웠는데요, 주목할 만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뒤에도 미국과 북한이 뉴욕채널을 통해 계속 접촉해왔다는 사실입니다. 미 국무부는 핵 문제와 대북 영양 지원에 관해서 미국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사실 김 위원장 사망 직전에 핵 문제와 영양지원 논의에 진전이 있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양측은 지난 해 12월 영양 지원을 매개로 비핵화 사전조치에 상당 부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미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와 북한의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영양 지원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그 뒤 미국과 북한은 24만t 규모의 대규모 영양 지원과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을 각각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측이 12월 말에 열기로 합의한 3차 고위급 회담도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문) 그렇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양측의 합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겁니까?
답) 이미 양측이 상당한 합의를 해 놓은 뒤 다시 만나는 만큼 1, 2차 회담에 비해 뚜렷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새 지도부가 핵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실제로 회담이 열려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섣불리 전망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타의 켄 고스 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켄 고스 국장, 해군분석센타] “I think you have to...”
북한이 미국과 회담을 다시 하기로 했다고 해서 핵 문제에 관해 타협을 할 것으로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뭘 더 얻어낼 수 있을지 알아보는데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예를 들어 영양 지원 외에도 쌀 같은 알곡을 지원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거라는 겁니다. 미국 정부도 북한의 새 지도부가 지난 해 말 거의 성사됐던 양측의 합의를 그대로 이어나갈지 아니면 모든 걸 새로 다시 협상하자고 할지 확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미국은 6자회담이 열리기 전에 먼저 비핵화 사전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포함해서 핵 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사찰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밖에도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도 중단하라는 게 미국의 요구사항인데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전에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해서 양측이 상당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사전조치 중에서 핵 활동 중단을 검증하는 문제가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연구원입니다.
[녹취: 래리 닉쉬 연구원. 전략국제문제연구소] “The promise to shutdown...”
실질적인 핵사찰과 검증없이 단순히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닉쉬 연구원은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지 이미 15개월이 지난 만큼 그동안 기술적으로 상당한 진척이 있었을 것이라며 검증가능한 핵 활동 중단이 급선무라고 말했습니다.
문) 미국은 핵 문제 해결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이 먼저라는 입장을 줄곧 밝혔는데, 이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요?
답) 지적하신대로 북한의 새 지도부가 한국 정부를 계속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 한국이 6자회담 재개를 방해하고 있다, 이런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실무접촉을 하자는 한국 측 제의도 거부했습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이 먼저라는 미국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연계돼 있기는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에서 진전을 이룬다면 한국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내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국과 북한의 고위급 회담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첫 회담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