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북한의 상황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내 열악한 의료 상황이 우려된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북한의 상황을 관심있게 다뤘습니다.
이 신문은 특히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1천300여 명이 사망한 중국과 930마일의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를 경계해 자국으로 들어가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 등의 운행을 중단하며 국경을 봉쇄했다며, 이로 인해 구호 물자마저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공중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경 폐쇄로 중국을 통해 약품과 다른 공급 물품 등이 제때 들어가지 않아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신문은 북한이 비록 자국 내 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했지만, 구호단체들은 북한이 감염자 발생 후 제대로 대처할 만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북-중 국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를 인용해,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해 국경을 봉쇄하는 등 극단의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만약 발병할 경우 자신들의 열악한 의료 상황으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국경을 폐쇄해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고 중국과 제대로 된 무역을 할 수 없어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NPR’ 방송은 한국 세브란스병원 인요한 외국인진료센터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염병을 마주한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인 소장은 북한이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할 도구와 장비가 없다며 일회용 수술장갑이 재사용되기도 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측에서 사적 경로로 자신에게 일회용 가운과 장갑, 위험물질 취급 의류 장비 등을 제공해 줄 것을 부탁했다며, 이를 통해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의사로 활동하면서 북한의 전염병 치료를 담당했던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이 방송에, 북한이 중국과 마주한 국경을 모두 폐쇄했지만 과거 중국에서 발병했던 전염병은 항상 북한으로까지 퍼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전염병 자체보다 이를 다루는 대응 현실이 더 해롭다고 주장했습니다.
‘폭스 뉴스’는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중국과 국경을 바로 맞대고 있는 북한에서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다는 발표를 그대로 믿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장은 이 방송에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리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을 모두 봉쇄했다고 했지만 국경에는 통제되지 않는 많은 허점이 있고, 무엇보다 북한은 생존을 위해 중국과의 밀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은 자신들의 약점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거나 혹은 정권에 대한 위협을 노출시키지 않고 싶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