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방대한 분량의 한국전쟁 관련 기록문서들을 공개했습니다.
CIA는 지난 16일 미국 중서부 미주리 주 인디펜던스에 소재한 해리 트루먼 박물관에서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열린 토론회에서, 이전에 공개되지 않았거나 일부분만 공개됐던 9백 장 분량의 한국전쟁 관련 기록문서 1천 3백 건을 공개했습니다.
트루먼 박물관 기록문서 보관소의 랜디 소웰 씨는 한국전쟁 직전 CIA 보고서에 의하면 CIA는 북한군의 증강에도 불구하고 남침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판단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한반도의 상황이 불안정하고,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CIA는 북한이 남한을 전면 공격 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CIA가 이런 오판을 한 것은 북한을 독자적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은 소련의 위성국가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번에 공개된 한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CIA의 예측과 달리 보고서 작성 6일 뒤인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남한을 공격하자, 미국의 민관 지도자들은 모두 크게 놀랐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1950년 한국에서의 두 가지 전략적 정보 실수’ 라는 제목의 CIA 문서에는 또 중공군의 한국전쟁 참전에 대해 미국 지도자들이 얼마나 무방비 상태였는지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CIA 극동지부는 한국전쟁 발발부터 중공군의 전쟁 개입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1950년 7월부터 11월까지 수 백 건의 중국 동향 보고서를 미 본토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CIA는 중국 역시 소련의 지시 없이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은밀한 방식의 제한적인 지원을 통한 개입만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950년 10월 19일, 중공군 3만 명이 두만강을 넘었고, 며칠 뒤에는 15만 명이 추가로 국경을 넘었으며, 이후 11월에는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면서 한국전쟁에 전면 개입했습니다.
CIA의 한국전쟁 평가 보고서는 CIA가 정보판단에서 두 가지 큰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며, 이로 인해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이 초래됐다고 자체 평가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CIA 문서들 가운데는 북한이 남한을 다시 침공할 경우 미국이 북한에 핵 공격을 가하는 내용의 계획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전쟁 종전 이후 북한이 다시 남침할 경우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은 물론, 북-중 국경지역까지도 원자폭탄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미국 당국은 이 같은 원자폭탄 공격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반응도 다각도로 분석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선제공격이 분명한 경우 원자폭탄 공격을 지지하겠지만, 서방국들은 마지못해 동의할 것이며, 또 서방국들은 북한과 북-중 국경지역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은 동의하겠지만, 중국 본토에 공격은 반대할 것으로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CIA의 기록문서들에는 1947년부터 1954년까지의 일일 전황 보고서와 국가정보평가, 특수정보 보고, 외국 방송정보 서비스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1950년 당시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과 중공군의 전쟁 개입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는 내용의 기록문서가 공개됐습니다. 또 한국전쟁 종전 이후 북한이 남한을 다시 침공할 경우 미국은 대북 핵 공격을 계획했었다는 내용의 문서도 공개됐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