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너셰프스키 편집장님, 먼저 평양에 AP 통신사 종합지국을 개설하게 된 계기와 과정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답) 지난 2006년 영상물만을 송출하는 계열사를 평양에 개설한 뒤 평양에 기자를 상주시켰으면 하는 기대를 늘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년 전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1명씩을 상주시키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겁니다. 북한 관련 소식에 관심들이 많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죠.
문) 미국에 다른 주요 언론사도 많은 데 북한이 왜 하필 AP 통신사와 손잡고 일을 진행시켰을까요?
답)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AP 통신의 토머스 컬리 사장과 제가 직접 평양까지 가서 북한 당국과 관련 논의를 한 점이 작용했겠구요. 또 AP통신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북측이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끝으로 AP통신이 미국 회사이니 만큼 미국에 대한 북측의 신호로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문) 하지만 지국 개설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답) 북측과 여러 가지 사안을 논의했습니다. 누굴 상주 기자로 앉힐 건지, 지국은 어느 장소에 둘 건지, 그런 문제들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조선중앙통신’과 신뢰를 쌓는 일이었습니다. AP 통신이 사실만을 전하면서 북한에 대해 고의로 악의적인 보도를 하진 않을 거란 믿음이 그들에겐 중요했던 거죠.
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혹시 지국 개설 일정에 차질을 빚진 않았나요?
답) 김 위원장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지국 개설이 한 달 정도 앞당겨졌을 겁니다. 저희가 평양에 들어가던 날이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해 12월 19일이었거든요. 베이징에서 평양행 비행기를 타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됐죠. 그렇다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평양에 도착하니 조선중앙통신 관계자들이 공항에 나와 양해를 구하더군요. 애도기간 동안 외국인 대표단의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다구요. 때문에 저흰 바로 뉴욕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다행히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북측에서 지국 개설 문제를 계속 진행시키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결국 나중에 지국 개설 문제가 타결됐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북측의 애도 분위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축하할 상황도 못 됐습니다.
문)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렇게 해서 지국을 개설했는데, AP 본사 기자들이 아니라 북한인 기자들을 상주시키게 됐단 말이죠. 그건 북측의 요구에 따른 결정이었나요?
답) 그건 우리가 제안한 방식입니다. AP 통신은 다른 나라에서도 현지 직원들을 채용하거든요.
문) 그럼 결국AP 본사 직원들도 상주시키게 되는 겁니까?
답) 예. AP 본사 직원들을 평양에 상주시키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 그 방향으로 차근차근 순서를 밟고 있죠. 그건 북측도 알고 있습니다.
문) AP 통신의 북한발 보도가 혹시 북한 당국의 검열 대상이 되는 경우는 없습니까?
답) 검열은 없습니다. 다만 정부 기관이나 사업체 등을 방문하기에 앞서 논의를 거치긴 합니다. 이건 “접근성” 문제지 검열이 아닙니다. 가령 건설현장을 취재하려면 사전에 관련 인사들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한다든지 그런 식이죠.
문) 북측이 그런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는 혹시 없습니까?
답) 지금까진 협조적인 편입니다. 물론 중간에 관료주의적인 과정을 거쳐야 할 때도 있지만 북한 당국의 태도는 일이 되게 하려는 쪽이지, 일부러 일이 틀어지게 만들진 않습니다.
문) AP 지국에 상주하는 북한 기자들이 먼저 취재거리를 제안하기도 하나요?
답) 예. 그렇게들 합니다. 또 AP 본사 기자들이 북측 기자들에게 취재 소재 등에 대해 먼저 물어보기도 하구요. 북한에서 어떤 소식이 있는지, 뭘 취재할지 기자들끼리 늘 논의 과정을 거칩니다. 북한 지국과는 전화나 전자우편을 통해 연락하는데, 제약 같은 건 없습니다.
문) 그렇지만AP 평양지국이 혹시 북한 당국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되는 거 아니냐, 그런 우려가 있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어떤 입장이신지요?
답) AP 통신은 언론기관으로서 의무에 충실할 뿐입니다. 물론 객관적이고 독립성을 유지해야겠죠. 북한 당국이 뭔가 전하고 싶은 입장이 있고, 그게 충분히 뉴스 가치가 있다면 저흰 보도합니다. 하지만 AP는 어느 누구의 도구 역할도 하진 않을 겁니다. 우린 전세계 소식을 수집해 보도할 뿐입니다. 보도를 접한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그들 몫인 거죠.
문) 결국 객관성과 공정성의 문제인데, 거기에 대한 AP와 북한의 기준이 다를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답)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아직까진 북측과 거기에 대해 이견은 없었습니다만, 혹시 앞으로 그게 문제가 되더라도 북측과 상의해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저희가 AP 통신의 기준에서 객관성과 정확성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북한에서 취재하는 AP 기자들의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는 혹시 없으신지요?
답) 북한에서 취재하는 게 다른 지역에서 취재하는 것 보다 특별히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오히려 중동 같은 지역에 파견된 기자들의 안전 문제가 더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상황이 변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북한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의 신변안전 문제는 별로 염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 서방 언론사 최초로 북한에 종합지국을 개설하면서 이제 막 문을 연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다음 과정으로 뭘 준비하시는지 궁금하구요. 장기 계획에 대한 구상도 듣고 싶습니다.
답) 당장은 이준희 AP 서울지국장과 데이비드 구텐펠더 AP 아시아 사진부장이 북한에 상주하는 방안을 추진할 거구요. 그 다음엔 북한의 각 지방을 방문하면서 현지 주민, 관리들과 얘길 나눠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보다 적극적인 북한 취재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