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과 문화, 그리고 다양한 생활 속 추세까지 미국 곳곳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김철한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식탁도 풍성해지는 가을입니다. 미국에서는 요즘 때가 되면 호박과 사과, 크랜베리 같은 제철 식재료가 인기를 끌고, 유통업계와 외식업계도 가을 분위기를 살린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는데요. 최근에는 음식을 사 먹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요리하고 맛보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인기를 끄는 요리 교실을 통해 미국인들의 달라진 소비문화와 그 속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요리 교실이라면 앞치마를 두르고 조리법을 배우는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요즘은 단순히 요리 실력을 키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요즘 미국의 요리 교실은 요리를 배우는 공간이면서 특별한 하루를 즐기는 체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체험 행사 플랫폼인 이벤트 브라이트(Eventbrite)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역 내 워크숍과 다양한 체험 활동을 찾는 검색이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에는 요리 교실뿐 아니라 공예 수업과 취미 모임 등도 포함돼 있는데요.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활동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진행자) 요리 교실의 경우, 어떤 요리가 인기인가요?
기자) 다음 달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칠면조와 크랜베리, 호박처럼 명절 식탁에 자주 오르는 재료를 활용한 요리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전문 요리사에게 칠면조 가슴살을 촉촉하게 굽는 법을 배우고, 새콤달콤한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이거나 고소한 단호박 요리를 만들어 보는 식입니다.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조리법을 배우면서 근사한 음식까지 직접 만들어 보는 거죠. 미국 레스토랑협회가 발표한 2026년 외식업계 전망에서도 친숙한 음식에 새로운 맛을 더하는 메뉴와 합리적인 가격, 만족스러운 식사 경험이 주요 흐름으로 꼽혔습니다. 협회는 전국의 요리 전문가와 외식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요. 고물가 속에서도 사람들은 음식의 맛과 만족감을 포기하기보다는, 지출한 만큼의 가치를 얻으려 한다고 분석합니다.
진행자: 직접 요리도 배우고, 평소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음식까지 맛볼 수 있어서 좋겠네요. 그런데 이런 수업이 꼭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에게만 인기 있는 건 아니겠죠?
기자: 물론입니다. 오히려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 브레아(Brea)시에 있는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의 요리 교실은 전문 강사와 초청 요리사 등이 진행하는 실습수업과 시연 수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홀푸드가 공개한 안내에 따르면 성인 대상 수업은 일반적으로 한 반에 최대 12명으로 진행됩니다. 대규모 강의가 아니라 소규모로 요리를 배우고 직접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겁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고, 혼자 참여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기에도 괜찮습니다. 평소에는 손이 많이 가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요리에 도전하고, 집에 돌아가 가족에게 직접 만들어 주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겠죠.
진행자: 요리를 배우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즐거움도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요리 교실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채소를 다듬고 양념을 준비하고, 서로 조리법을 알려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됩니다. 요리가 잘되면 함께 웃고, 예상과 다르게 만들어져도 그 나름의 추억이 되죠. 요리가 끝나면 함께 만든 음식을 식탁에 차려 놓고 맛을 봅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요리 비법을 알려주고, 또 누군가는 추수감사절에 얽힌 가족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습니다. 혼자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과는 다른 경험입니다. 마치 친구 집에 초대받아 명절 음식을 함께 준비하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거죠.
진행자) 지역 사회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기회가 되겠어요.
기자) 맞습니다. 이벤트 브라이트의 소비자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9%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소규모 상점들이 취미 모임이나 워크숍 같은 특별한 활동을 열어 주기를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요리 교실 같은 프로그램이 단순한 교육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결국 요리를 배우러 갔다가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뜻밖의 인연까지 만들 수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다면 유통업계도 이런 변화를 활용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식료품점들도 단순히 식재료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홀푸드마켓 외에도, 시카고 링컨파크 매장의 요리 교실은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실습수업은 물론, 생일이나 가족 행사, 단체 모임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고객이 매장을 방문할 이유를 하나 더 만드는 셈입니다. 요리 수업에서 새로운 조리법을 배운 고객은 집에서도 같은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외식업계 규모도 상당히 크지 않습니까?
기자) 네, 미국 레스토랑협회는 2026년 미국 외식·식품 서비스 산업 매출이 약 1조 5천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식당과 식품 서비스 산업 전체에 대한 전망치로, 요리 교실만의 시장 규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음식과 관련된 소비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진행자: 음식이 배를 채우는 역할을 넘어, 사람들을 모으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산업으로도 발전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꼭 비싼 요리 수업에 등록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과 함께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거나, 친구들과 각자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 나누는 것도 충분히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가을 요리 체험 문화는 소비의 기준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무엇을 샀느냐 뿐 아니라 무엇을 경험했고, 누구와 시간을 보냈느냐도 중요해지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네, 잘 들었습니다. 김철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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