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출범하는 바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이끌 핵심 요직 인선 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워싱턴에서는 새 행정부가 국무부 내에 북 핵 협상을 전담할 고위급 특사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구상이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와 함께 구체화되고 있는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한반도 외교라인에 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유미정 기자, 오바마 행정부가 국무부에 북 핵 협상을 전담할 고위급 특사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구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배경이 무엇입니까?
기자: 네, 먼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이란과 북한 등 적대국가 지도자들과도 만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대화와 실용주의 정책을 표명하면서, 차기 정부가 북 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높은 기대감 때문입니다. 즉, 북 핵 문제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의 지역 업무에서 분리해, 전담 특사가 이 문제를 다루도록 한다는 것이죠.
또 그동안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가 북 핵 협상에만 전념하다 보니, 부시 행정부에서 동아태 지역의 다른 많은 시급한 문제들이 소홀히 다뤄졌다는 지적도 북 핵 전담 특사 신설안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이유입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 (CRS)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의 말입니다.
닉쉬 박사는 힐 차관보는 동아태 차관보로서 80~90%의 시간을 북한 문제에 집중했고, 그 결과 필리핀 내 급진 이슬람, 태국의 반정부 시위, 버마의 인권 탄압, 중국과 타이완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동맹 역시 소홀히 다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아시아 정책 전문가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민주, 공화 양당 후보들에게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활약했던 로버트 갈루치와 윌리엄 페리와 같은 역할을 할 전담 특사를 임명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앞서 고위급 특사라고 했는데요, 직위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까?
기자: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이르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특사직이 신설된다면 북 핵 협상의 진전을 위해 행정부의 유관 부처들과 의회 간 조율 뿐만 아니라 북한 측 고위 인사들과 협상할 수 있는 직급의 인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그린 전 국장은 북 핵 전담 특사의 직급은 차관보급이나 그 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린 전 국장은 북 핵 전담 특사는 동아태 차관보와 함께 국무장관에게 보고하는 위치가 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의 성 김 특사 보다 크게 격상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특사 후보로 현재 어떤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습니까?
기자: 오바마 정권의 국무부 인수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과,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바 있는 미첼 리스 윌리엄 앤 매리 대학 부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현재 웬디 셔먼 전 조정관이 다시 조정관으로 국무부로 복귀해 북 핵 특사를 겸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합니다.
진행자: 그동안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왔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신설되는 고위급 북 핵 특사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일부 언론들을 통해서 그런 보도들이 전해지기는 했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다시 닉쉬 박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닉쉬 박사는 힐 차관보는 지난 해10월 북한과의 핵 검증체제 관련 협의에서 구두 합의를 북한이 지킬 합의로 크게 잘못 판단했다며, 그 같은 실수로 인해 협상가로서 평판이 해를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따라서 그의 특사 임명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힐 차관보가 북 핵 전담 특사로 임명될 가능성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오바마 당선자의 한반도 정책 팀에 관여해 온 플레이크 소장은 북 핵 협상으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던 힐차관보가 다시 그 문제를 전담하는 자리에 관심을 가질지에 의구심이 간다며, 그가 임명된다면 개인적으로 놀라운 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런데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최일선에서 관장하게 될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인선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커트 캠벨 미국안보센터(CNAS) 소장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캠벨 소장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는데요, 이후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미국안보센터 (CNAS)를 통해서 한미 동맹과 미일 관계 등 동북아시아 문제에 깊이 관여해 온 인물입니다.
전문가들은 캠벨 소장이 동아태 차관보로 아주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폴 챔벌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챔벌린 연구원은 캠벨 소장은 한국 문제에 오랫동안 간여해 왔고 건설적인 대화와 포용정책의 가치를 아는 인물로, 6자회담을 통한 미-북 간 문제 해결에 좀 더 큰 신뢰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 밖에한반도의 외교안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요직으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동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국방부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있지 않습니까. 어떤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까?
기자 : NSC의 동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에는 중국주재 미국대사관의 공사로 근무하기도 했던 제프 베이더 전 나미비아 대사가 유력하다고 합니다. 베이더 전 대사는 워싱턴에 소재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게 아시아정책에 대해 조언해 온 인물입니다.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에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과장을 지낸 데릭 미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선임연구원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들입니다.
진행자: 북 핵 특사 등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외교라인에 대한 인선은 언제쯤 공식 발표가 있게 됩니까?
기자: 아직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식도 마치지 않은 상태이고, 행정부 장관들이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합니다. 그 다음 차관, 차관보, 또 특사 등의 인선이 뒤따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마도 3월은 돼야 정확한 윤곽을 알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