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지난 21일 끝난 제 49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남북한이 각각 4위와 7위를 차지했습니다. 남북한 대표들은 이번 대회에서 열띤 경쟁을 벌인 것 외에 주최 측이 마련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상호 접촉의 기회도 가졌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 49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 IMO)에서 남한이 4위, 북한은 7위를 차지했습니다. 남북한은 지난 해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열린 제 48회 대회에서는 각각 3위와 8위를 차지했었습니다.
97개국에서 5백35명의 학생 대표들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해 2위를 기록했던 중국이 1위를 차지했고, 러시아와 미국이 각각 2위와 3위로 뒤를 이었습니다.
지난 1959 루마니아에서 시작된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는 대학교 입학전 만 16살에서 18살 사이의 학생들이 각국의 선발 과정을 거쳐 최대 6명이 대표로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 경시대회입니다.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조직위원회의 이사인 김명환 한국 서울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우 수학 분야에서 최고 실력의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년 내내 시험을 봅니다. 전국적인 1차 시험에서 5~6백 명을 추리구요, 2차 시험에서 한 50 명 정도를 추립니다. 그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3차, 4차 시험을 거쳐 6 명을 최종으로 뽑습니다. 그래서 (선발된 학생들은)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대학교 교수님들보다 잘합니다.
이같은 선발 과정을 거쳐 출전한 각국 학생들은 이틀에 걸쳐 하루 3문제 씩을 주어진 4시간 반 안에 풀어야 합니다. 그러면 심사위원들은 한 문제당 7점, 총 42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이 가운데 31점 이상을 받은 학생에게는 금메달, 22점 이상은 은메달, 그리고 15점 이상은 동메달을 수여합니다.
역시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조직위원회 이사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존 웹 케이프타운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특히 아시아 지역 학생들이 뛰어난 수학 실력을 보이는 것은 사회적인 현상으로 이해된다고 말했습니다.
웹 이사는 스포츠에 열정을 보이는 사회는 스포츠를 잘하기 마련인 것처럼, 아시아에는 수학에 대해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마련돼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즉, 국민들이 수학을 중요하게 인식하면 정부는 특수 프로그램이나 학교 등을 운영하고, 뛰어난 성적을 올린 학생들은 우수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등 혜택을 받게 된다고 웹 이사는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5번째로 참가한 북한은 계속해서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김명환 서울대학교 교수는 말했습니다.
북한이 과거 90년, 91년에는 우리보다 비슷하거나 잘하거나 했는데, 작년 쯤에는 한국이 수학 강국이 돼서 3위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 때도 우리를 추격해서) 그 때도 북한이 저희보다 조금 못한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아주 잘해서 다들 놀라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의 경우 모두 평양 제1중학교 소속 학생들이 대표로 참가하는 것으로 들었다며, 이 학교는 수학을 집중 교육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 제1중학교는 북한 최고의 수재 양성기관으로 학습수준이 높고 예체능 실력이 뛰어나거나, 특권층 자녀들이 많이 진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참가 학생들은 지난 16일과 17일 이틀 간 시험을 치른 뒤 주최 측이 마련한 다양한 문화행사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웹 이사는 20일 저녁 마드리드의 한 투우장에서 참가자들을 위한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며, 이 자리에서 5백여 명의 10대 학생들이 스페인의 전통무용인 플라맹고를 관람하며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기회를 통해서 학생들은 이념이나 체제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웹 이사는 말했습니다.
김명환 교수도 이번 대회에서 남북한 학생들 간에 어느 정도 교류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시험 외에 학생들이 축구시합도 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와서 물어봤더니 (남북한 학생들이) 사진도 같이 찍고 얘기도 좀 하고 그랬다고 그래요. 작년에만 해도 서먹서해 하더니.
제50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는 내년 7월10일부터 22일까지 독일의 브레멘 시에서 열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