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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58주년, 한국전 잊지 않기 위한 미국 내 노력 계속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오늘로 58주년을 맞았습니다. 미군은 북한 공산군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기 위해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이 전쟁에서 3만7천여 명이 목숨을 잃고, 10만여 명이 부상했으며, 8천여 명이 실종됐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은 종종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으로 간주됐습니다. 하지만 58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전쟁을 기억하기 위한 미국 내 노력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정치의 한복판인 워싱턴 DC. 분주하게 발길을 옮기는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을 오랜 전통과 경제적 풍요를 자랑하는 '자유의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이 누리고 있는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미국의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이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58년 전 북한군의 침공이 시작됐던 1950년 6월 25일 새벽. 그 해 한반도의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습니다. 3년 간 계속된 이 전쟁에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미군 가운데 총 3만 7천여 명이 목숨을 잃고, 10만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8천여 명이 실종됐습니다. 남북한의 사망자와 실종자 수도 도합 2백만 명에 이르렀고, 1천만 명에 달하는 이산가족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텍사스 주 달라스에 거주하는 할 바커 씨는 이처럼 많은 사상자를 낸 세계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전쟁, 한국전쟁이 미국인들에게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바커 씨는 지난 1995년 1월 창설된 '한국전쟁사업 (Korean War Project)'의 창립자이자 운영자입니다. 비영리단체인 '한국전쟁사업'은 현재 하루 평균 8천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는 한국전 정보 공유 사이트입니다.

바커 씨는 자신이 한국전 관련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아버지가 받은 훈장에 얽힌 '사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바커 씨는 한국전 참전용사인 아버지는 자신이 어렸을 때 한국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거부했었는데, 나중에 미 해병대로부터 아버지가 미국 은성훈장(US Silver Star Medal)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바커 씨의 아버지 에드워드 리 바커 소령은 미 해병대 소속 헬리콥터 구조대원으로 지난 1951년 10월 7일 한국전쟁 당시의 유명한 격전지였던 양구와 인제 사이의 '단장의 능선 전투(Battle of Heartbreak Ridge)'에 참가했습니다.

바커 소령은 아군의 오인 사격으로 격추된 한 젊은 코세어 기 조종사를 구출하기 위해 자원 출격했지만 안타깝게도 구출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바커 소령은 이 작전을 계기로 은성훈장을 받게 됐지만, 젊은 조종사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한국전쟁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왔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받은 훈장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바커 씨는 '단장의 능선 전투' 참전용사 모임을 알게 됐고, 이후로 한국전쟁을 알리고, 실종미군 가족들을 돕는 일에 나서게 됐습니다.

미국에는 이처럼 전쟁 발발 이후 58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단체들이 있습니다.

1985년 창립돼 현재 2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회(Korean War Veterans Association)'도 매년 2~3번의 한국전 관련 행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함께 모여 전우애를 나누고 노약한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들을 돕는 일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이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일은 미국의 젊은세대들에게 한국전쟁을 가르치는 일입니다.

이 단체의 워싱턴 D.C. 지역대표를 맡고 있는 워렌 위드한 예비역 해병 대령의 말입니다.

위드한 대표는 미국의 젊은세대들은 한국전쟁을 많이 알지 못한다며, 역사를 알지 못하면 그 과오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자신을 포함한 한국전 참전용사회 회원들은 지역사회의 고등학교 등지에서 강연을 통해 학생들에게 한국전쟁의 원인과 참전 경험, 그리고 종전 이후 세계정세의 변화 등을 가르치는 일에 적극 간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진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의 희생과 공헌을 공식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도 있습니다.

지난 1999년 결성돼 현재 약 2천 5백 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한국 수호 참전용사 협회(Korean Defense Veterans of America)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은 창설 이래 지속적으로 의회와 국방부 등을 상대로 한국전 참전 미군들에 대한 위상 정립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 단체의 전국 지부장을 맡고 있는 노엄 트레드웨이 씨는 그 같은 노력이 지난 2002년 결실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레드웨이 지부장은 미 국방부가 지난 2002년 마침내 한국에서 근무한 미군들의 희생정신과 공헌을 특별히 인정하기 위해 '한국방위근무메달(Korea Defense Service Medal)'을 수여키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반세기 이상이 지난 뒤 마침내 그 공헌과 희생을 인정받게 됐다는 것은 1백 20만 생존 한국전 미군 참전용사들에게 큰 위안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또 그동안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 내 인식이 얼마나 미약했는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전 참전 용사들은 자신들의 참전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트레드웨이 지부장은 강조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민이 보여준 눈부신 발전상 때문이라고 트레드웨이 지부장은 말했습니다. 한국은 공산주의의 침략을 물리치고 얻은 자유로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며, 오늘날 한국의 발전은 바로 민주주의의 눈부신 산물이라고 트레드웨이 지부장은 강조했습니다.

한국전이 발발한 지 어느덧 58년. 하지만 미국에는 아직도 그 전쟁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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