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 중 중공군에 포로로 잡혔던 미군들을 추모하기 위한 현충비가 내년에 미국 조지아 주에 있는 앤더슨빌 국립묘지에 건립됩니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한국전쟁 관련 단체 관계자는, 한국전쟁 참전 미군 포로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한국전쟁 참전 중 중공군에 포로로 잡혔던 미군들을 추모하기 위한 현충비가 현재 제작에 들어가 내년 중 미국 조지아 주에 있는 앤더슨빌 국립묘지에 건립될 예정입니다.
엔더슨빌 국립묘지는 미국의 남북전쟁 (The Civil War) 당시 남부군의 가장 큰 교도소였던 섬터 기지(Camp Sumter)를 기념하는 앤더슨빌 국립사적지(Andersonville National Historic Site)에 속해 있으며, 지난 1865년 7월 26일 국립묘지로 지정됐습니다.
미국의 전국적인 단체인 ‘한국전쟁 포로 협회’(Korean War Ex-POW Association)는 남북전쟁 당시 4만여 명의 북부군 전쟁포로가 수용됐던 앤더슨빌에 한국전쟁 당시의 미군 포로들을 기억하기 위한 현충비 건립 사업을 오랫동안 추진해 왔습니다.
협회 창립자로 테네시에 거주하는 한국전쟁 포로 출신 빌 노르우드 씨는 현충비 건립 장소로 앤더슨빌을 택하게 된 이유를 역사적으로 유사한 경험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노르우드 씨는 남북전쟁 당시 앤더슨빌에 수용된 4만여 명의 북부군 전쟁포로 가운데 28%가 폭력과 질병으로 사망했다며, 한국전쟁의 경우는 그 보다 훨씬 많은 38%의 미군 전쟁포로들이 사망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 포로의 수는 총 7천 1백 40명으로 이 가운데 2천 7백여 명이 학대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르우드 씨는 한국전쟁 참전 미군 포로의 사망률은 역사상 미국이 참전한 어떤 전쟁에서 보다도 높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앤더슨빌에 현충비를 세워 한국전쟁 참전 포로들을 기억하고 훗날 역사적 증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라고 노르우드 씨는 설명했습니다.
한국전쟁 포로 협회는 이미 앤더슨빌 국립사적지 측으로부터 현충비 건립을 허가 받고 현충비 제작을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노르우드 씨는 현충비에 새겨질 문구는 앤더슨빌 국립사적지 측이 요구하는 엄격한 규정에 따라 작성돼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충비에 새겨지는 문구는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1950년 6월부터 1953년 7월까지 한국전쟁 참전 전쟁포로들. 이 현충비는 유엔군과 함께 자유를 위한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용감한 미군들에게 바친다.”라고 시작한다고 노르우드 씨는 말했습니다.
앤더슨빌 국립사적지에는 북한에 나포된 미 해군 첩보함 푸에블로 호를 기리는 기념비도 있습니다.
한국전쟁 포로 협회는 오는 7월 말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리는 연례회에서 현충비 건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들을 논의하고, 내년 중 공식 건립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노르우드 씨는 현충비 건립식은 내년 5월 미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 데이 (Memorial Day)나, 정부기관과 군사시설 곳곳에 검은 전쟁포로 깃발이 게양되는 9월 셋째 금요일인 전쟁포로와 실종자 추모일 (POW/MIA Commemoration Day), 또는 재향군인의 날 가운데 하루를 택해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미군은 3만6천여 명이며, 현재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 미군의 수만도 8천 1백여 명에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