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신고 검증과 관련해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기준이 어제 국제원자력기구 IAEA 이사회에서 자세히 공개됐습니다. 그레고리 슐테 IAEA 주재 미국대사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원자로에서의 시료 채취 등을 포함한 철저한 검증 방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북한이 ‘비핵화 3단계’ 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 이사회에서 북한의 핵 신고 검증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기준이 자세히 공개됐습니다.
그레고리 슐테 IAEA 주재 미국대사는 4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에서, 총체적인 북 핵 검증 계획은 ‘철저한 (intrusive) 방법’을 포함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슐테 대사는 공격적인 검증 방법은 북한 원자로의 시료 채취, 핵 시설 방문, 미국 검증 장비의 북한 수송, 모든 핵 관련 문건의 확보와 사본 제작, 그리고 핵 기술자 등 북한 관련 인사들에 대한 면담 등을 두루 포함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영변 원자로의 시료 채취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흑연노심 시료를 분석하면 북한이 그동안 영변 원자로에서 생산한 플루토늄의 양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슐테 대사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이 같은 공격적인 검증 계획에 북한이 동의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앞서 북한을 방문한 성 김 미 국무부 한국 과장을 통해 영변 핵 시설 가동일지 등 1만 9천여 쪽에 달하는 플루토늄 관련 문서를 제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슐테 대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북한이 제공한 영변 원자로 가동 기록은 정식 핵 신고서를 대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편,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했던 워싱턴 소재 한미경제연구소 (KEI) 의 잭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 측 고위 당국자들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3단계’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거듭 밝혔습니다.
프리처드 소장은 4일 KEI 웹사이트에 올린 자신의 방북 보고서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완전한 관계 정상화 이후에나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북한 측의 이같은 입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한 이후에야 미-북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미국 측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입니다.
프리처드 소장은 또 보고서에서 북한 측 당국자로부터 “미국은 핵 보유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과도 ‘친구’로 지내고 있는데,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미-북 관계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특히 “북한의 경우는 핵무기를 조금 밖에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프리처드 소장은 전했습니다.
프리처드 소장은 이밖에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 핵 6자회담 미-북 수석대표 간 양자회담에서 구체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은 것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프리처드 소장은 4일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먼저 할 것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이 우선돼야 한다고 요구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