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6자회담의 미국과 한국 측 수석대표들은 한결같이 북한의 핵 신고가 임박한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실제 핵 신고와 그에 따른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그리고 6자회담의 재개 시기 등 북 핵 협상과 관련한 앞으로의 주요 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와 함께 북한의 핵 신고와 그에 따른 비핵화 2단계 완료 전망 등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한국,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 간의 3자회담 이후 북한의 핵 신고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9일 3자회담 직후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앞으로 수주 안에 북 핵 협상이 빠른 속도 (Quickening Phase)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도 북한이 이달 말께 의장국인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실제로 북한이 곧 핵 신고를 할 것으로 보고 있는지요?
기자: 네, 그렇게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 핵 신고가 이르면 6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 (Institute for Policy Studies)의 존 페퍼 (John Feffer) 외교정책 국장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는데요, 페퍼 박사는 북한이 몇 주 내에 핵 신고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네, 그렇지만 모든 전문가들이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Gordon Flake) 소장은 북한이 핵 신고를 향해 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신고가 그렇게 신속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의 핵 신고는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당사국들이 당장 핵 신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도 실제 신고는 6월이나 7월에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은 지난 해 6자회담 2.13 합의에서 약속한 핵 신고를 기술적으로는 이미 1년 이상 지체한 셈이라면서, 핵 신고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이 보이는 열정을 북한 측으로부터는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핵 신고 시기와 관련해 차이가 있기는 해도 북한이 신고를 할 것이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 같은데요, 그렇다면 북한이 일단 신고를 하면 북 핵 협상은 어떤 수순을 밟게 됩니까?
기자: 네, 미-한-일 3자 수석대표 회담 이후 김숙 본부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북한이 조만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하면 각국은 이를 회람하는 절차를 갖게 됩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를 위한 절차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이전에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을 파괴, 해체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입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양측은 핵 폐기의 첫 단계인 냉각탑 파괴를 서둘러 진행함으로써 6자회담의 추동력을 얻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하는군요.
진행자):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를 6자회담 당사국들이 회람하고 승인(Ratify)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은 없습니까?
기자: 네, 전문가들은 대부분 핵 신고서가 일단 중국에 제출되면 무리없이 당사국들의 승인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의회조사국 닉쉬 박사의 말입니다.
닉쉬 박사는 지난 번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싱가포르 회담에서 이미 미국 측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핵 신고서 초안이 마련된 것으로 본다며 신고서가 6자회담에서 받아들여지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이유로 북 핵 신고서를 받아들이는 데 반대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기자: 일본의 반대가 예상될 수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페퍼 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페퍼 국장은 북 핵 신고 협상은 주로 미-북 간 양자 협상으로 이뤄졌지만 중국과 러시아, 한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다른 당사국들은 북 핵 협상의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일본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협조하도록 충분히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닉쉬 박사도 일본의 반대만으로 핵 신고서가 6자회담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가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이뤄질지가 특히 관심사가 아닌가요?
기자: 구체적인 일자가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북 핵 신고가 완료되면 상응 조치로서 이에 대한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입니다.
닉쉬 박사는6자회담에서 북 핵 신고서를 받아들이고 비핵화 2단계가 마무리됐음을 알리는 성명이 발표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이 조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는 대통령령만으로 가능하지만,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는 대통령이 45일 이전에 이를 의회에 통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의회는 이 기간 중에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하는 법안을 입안할 수 있지만, 닉쉬 박사는 현재 의회의 기류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아주 적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유미정 기자와 함께 핵 신고와 6자회담 등 북 핵 협상과 관련한 주요 일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