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오늘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두 나라 정상은 또 양국의 과거사 문제를 뒤로 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 수립을 추구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 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21일 일본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 문제 등 대북 현안과 관련해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 개발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북 핵 문제가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한국의 과거 정부와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하고, 일본의 입장과 좀 더 뜻을 같이 하는 대북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데 대해 환영을 나타내고, 북한이 조속한 시일 내에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이어 질의 응답을 통해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이 북-일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임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일본은 북한과 가능한 한 조속히 관계 정상화를 이루기를 원하지만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은 일본인 납치와 북한의 미사일 개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일본은 북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한국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이해와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6자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하고 정확한 핵 목록의 신고 마감시한을 4개월여 가까이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6자회담 수석대표 간 양자회담에서 핵 신고 문제와 관련한 돌파구가 마련됐습니다.
이에 따라 20일 서울에 도착한 미국 정부의 실무 대표단은 22일 북한을 방문해 핵 신고 문제를 최종 조율할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일 두 정상은 북 핵 문제 외에도 두 나라의 껄끄러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양국 관계에 마찰을 일으켜 온 즉흥적인 대응이 없는 일본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는 과거 역사를 항상 기억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21세기 미래를 향해서 한-일 두 나라가 공동으로 함께 나가는 것이 두 나라의 번영은 물론 동북아시아의 번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후쿠다 총리 역시 일본의 고위 정치 지도자들이 태평양 전쟁 전범들의 위패가 보존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따른 논란으로 중단됐던 두 나라 간의 고위급 접촉을 다시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두 나라 정상들이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벌이는 이른바 `셔틀 외교'를 재개한다며, 자신이 올해 하반기에 한국을 방문할 것이고, 일본에서 열리는 선진 8개국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다시 만나 양국 간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도쿄의 한 호텔에서 수행기자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북한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을 갖고 있어야 생존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핵을 포기하는 게 생존게임에서 이기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미-한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주민을 굶기는 김 위원장과 같은 지도자를 만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면서, "북 핵 문제가 잘되면 만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며, "미-북 간 평화협정도 그렇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