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에 대해 차기 미국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대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토론회에는 특히 미국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참가해 올해 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대북 정책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최근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취해야 할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 이른바 불량국가 (Rouge State)들에 대한 정책대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UCLA의 버클 국제관계 연구센터 (Burkle Center for International Relations)에서 지난 11일 열린 이번 토론회는 특히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진행과 주요 연설자로 참여해, 차기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토론회는 지난 2004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쟁에 나섰던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군 사령관의 기조연설과 최근 민주당 대선 경쟁에 나섰다 중도포기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의 강연을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웨슬리 클라크 전 사령관은 현재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외교안보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리처드슨 주지사와 함께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클라크 장군은 먼저 기조 연설에서 차기 행정부가 직면하게 될 복잡한 국제정세를 지적하며, 미국은 이른바 불량국가들에 대한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라크 장군은 북한 등 불량국가들은 모두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공통의 규범을 어기고, 세계 도처에서 미국의 이해를 해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은 외교, 군사, 경제적 지원, 고립과 공격 가운데 어떤 수단으로 이들을 다뤄야 하는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연에 나선 리처드슨 주지사는 미국은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인 대화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대화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자신이 북한과 쿠바, 이라크 등과 협상한 경험에 따르면 ‘친분을 통한 외교 (Pesonal Diplomacy)’가 유효했다고 말했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유엔주재 대사를 지낸 리처드슨 주지사는 과거 북한을 6차례나 방문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를 면담한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통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가장 최근에는 지난 해 4월 북한을 방문해 북한 측으로부터 한국전쟁에서 사망, 실종한 미군유해 6구를 반환받아 왔습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미국 정부가 위기시 협력을 구하고 국제 사회의 의지에 반하는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세계 지도자들 간에 연계를 강화하는 ‘친분을 통한 외교’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또 미국은 북한과 이란과 같은 국가 내 국제사회와 뜻을 같이 하는 야당 지도자들이나 단체들과 연계하는 방안도 간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슨 주지사는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단체와의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테러분자들은 살인과 파괴가 목적이기 때문에 대화를 무용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며, 자신은 테러분자들과의 직접 대화가 아니라 그들에게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을 조정하는 국가들과 대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알카에다가 아니라 테러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와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와 대화하겠다는 것입니다.
한편 웨슬리 클라크 전 사령관은 강연 후 열린 토론회에서 테러단체들에 대한 고립정책을 지지하지만 불량국가들에 대한 선제공격 개념에서는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라크 전 사령관은 미국은 지금까지 어려운 시기를 거쳐왔다며, 하지만 미국이 더 많은 우방을 만들고 적의 수를 줄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미국의 힘은 더욱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