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알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이야기, ‘알고 나면 달라지는 오늘’ 시간입니다. 같은 거리를 걸어도 어떤 사람은 가뿐하게 걷는 반면, 어떤 사람은 금세 지치곤 하죠. 그런데 이런 차이가 어린 시절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였는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안 기자, 어릴 때 운동을 많이 하면 어른이 돼서도 운동이 덜 힘들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한 연구 결과인데요. 연구진은 어릴 때 몸을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였는지가 성장한 뒤 운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의 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어린 시절 운동을 통해 몸이 움직이는 데 익숙해지면, 나중에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에너지를 더 적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사람이 아닌 새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진행자) 새를 대상으로 했다고요? 어떤 실험이었나요?
기자) 네. 연구진은 닭과 비슷하게 생긴 '뿔닭'이라는 새 12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뿔닭은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기 때문에 걷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연구하기에 적합한 동물인데요. 연구진은 생후 2주 된 새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여섯 마리에게는 한쪽 다리에 작은 무게추를 달았고, 나머지 여섯 마리는 아무것도 달지 않았습니다. 무게추는 새 몸무게의 4% 정도였는데요. 몸무게가 1kg인 새라면 약 40g의 무게추를 단 셈입니다. 그리고 이 새들이 거의 다 자랄 때까지 어떻게 성장하는지 관찰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무게추를 달고 자란 새들과 그렇지 않은 새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나타났나요?
기자) 네. 연구진은 새들이 생후 16주가 됐을 때 러닝머신 위를 걷게 했습니다. 무게추를 달지 않고 걸을 때와 무게추를 달고 걸을 때 에너지가 얼마나 필요한지 비교한 건데요. 결과가 놀라웠습니다. 어릴 때 무게추 없이 자란 새들은 다리에 무게추를 달고 걸었을 때 에너지를 23% 더 사용했습니다. 반면 어릴 때부터 무게추를 달고 자란 새들은 추의 무게가 있어도 에너지를 더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게추 없이 걸을 때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조금 적었습니다. 연구진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고 합니다.
진행자) 무게추를 달고 걷는데도 에너지가 더 들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건가요?
기자) 연구진은 새들이 성장하는 동안 무게추를 달고 움직이는 데 몸이 적응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에너지를 덜 쓰는 방법을 몸이 익혔을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조금만 타도 힘들지만, 익숙해지면 같은 거리를 훨씬 수월하게 달릴 수 있잖아요. 이와 비슷하게 어릴 때부터 일정한 무게를 견디며 움직인 새들은 성장한 뒤에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몸속에서 정확히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사람도 어릴 때 운동을 많이 하면 나이가 들어서 운동이 덜 힘들어질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연구진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의 조너스 루벤슨 교수는 어린 시절의 활동과 생활환경이 성인이 된 뒤 몸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뛰어놀고 운동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은 어른이 돼서도 몸을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어릴 때 활동량이 적었다면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다는 건데요. 다만 이번 실험은 새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똑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이번 연구가 그런 점에서도 의미가 있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루벤슨 교수도 이 부분을 강조했는데요. 미국의 어린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신체 활동을 훨씬 적게 한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어릴 때 운동이나 놀이를 통해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경험이 평생의 운동 습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운동할 때 몸이 덜 힘들게 느껴진다면 자연스럽게 운동을 더 자주 하게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심장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기자) 어린 시절의 신체 활동이 단순히 그 시기의 건강뿐 아니라 성장한 뒤 몸을 움직이는 능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새 12마리를 대상으로 진행된 작은 실험이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 이번 실험이 어린이들에게 무게추를 달고 운동하도록 권장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연구진이 강조하는 건 어린 시절부터 놀이와 운동을 통해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경험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어릴 때부터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평생 건강을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진행자) 네. 어린 시절 신나게 뛰어놀던 경험이 어른이 된 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오늘도 유익한 연구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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