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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트럼프 ‘핵평화협정 제안’ 거부


2025년 2월 7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회의에서 공군 장교들이 경례하는 동안 국가를 부르는 것을 듣고 있다.
2025년 2월 7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회의에서 공군 장교들이 경례하는 동안 국가를 부르는 것을 듣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7일,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행정부와의 핵 협상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호마파란 충성 서약’ 기념일을 하루 앞둔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육군·공군·방공군 장병 대상 연설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은 합리적이거나 지혜롭지도 않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밝히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과거의 경험을 고려할 때” 그런 결론을 맺었다고 설명하면서 “(대미 협상은) 이란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새 핵 협정 추진 의향을 밝힌데 대한 반응입니다.

◾️ ‘검증된 핵 평화 협정’ 제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나는 이란이 평화롭게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검증된 핵 평화 협정(Verified Nuclear Peace Agreement)을 훨씬 더 선호한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적으면서 “우리는 이를 즉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협정이 완성돼서 서명하면 중동에서 성대한 축하 행사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대화 상대 유일한 예외가 미국”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7일 연설에서 “(이란) 외무부가 세계 모든 나라와 협상하고 합의를 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 뒤 “이 과정에서 유일한 예외가 미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을 대화 상대에서 예외로 두는 이유는, 약속을 뒤집은 사례가 과거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그런 본질은 역사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특히 지난 2010년대가 그 절정이었다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주장했습니다.

당시 2년 동안의 협상 노력을 통해 ‘이란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만들어냈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관해 “당시 우리(이란) 정부는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오가며 대화하고,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그리고 우리 이란 측은 대단한 아량을 베풀어 수많은 양보를 했다”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트럼프 1기 ‘이란핵합의’ 파기

이란핵합의는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미국을 포함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 나라와 독일이 이란을 상대로 체결한 협정입니다.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여기에 맞춰 국제사회 제재를 일부 풀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8년 합의에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했습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일시 동결했던 핵 프로그램을 다시 진행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 등을 벌였습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7일 연설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결함이 많았던 그 합의조차도 미국은 위반하고 탈퇴했다”면서 “따라서 그런 정부와 협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지혜롭지도, 명예롭지도 않으며, 우리는 미국과 협상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습니다.

◾️ “협상 테이블 앉는다고 해결 아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어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새로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관해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될 것 처럼 가장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이해해야 할 현실은 미국과의 협상이 이란의 문제 해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마치 협상이 본질적으로 좋은 것인 양 이야기한다, 마치 협상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이란을 상대로 ‘최대 압박’ 정책을 복원하도록 하는 메모에 서명한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그들(미국)은 우리에 관해 말하면서 협박을 일삼는다” 면서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위협하면, 우리도 그들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위협을 실행에 옮긴다면, 우리도 실행할 것”이라며 “그들이 우리의 안보를 해친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들의 안보도 위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제재 영향 주민 생활고 언급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여러 해 이어진 제재로 인한 이란의 경제난과 주민 생활고도 언급했습니다.

이에 관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내부 요인, 즉 헌신적인 공직자들의 결단과 단결된 국민의 협력”이라면서, 이란 정부와 국민의 협력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을 주문했습니다.

◾️ “미국이 세계지도 바꾸려 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접수 후 개발’ 구상과 그린란드 매입,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확보 노력 등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에 관해 “미국이 세계 지도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구상에 불과하며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 혼재된 신호 나오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미국과 이란은 각각 혼재된 신호를 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대이란 ‘최대 압박’ 복원 메모에 서명한 뒤, 바로 다음 날(5일) 새 핵 협정 추진 의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스라엘과 협력해 이란을 산산조각낼 것이라는 보도는 크게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7일 연설에서는 대미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앞서 무기급 우라늄 농축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재 완화 문제를 두고 미국과 논의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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