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레바논에서 은행 인출 제한 조처에 항의하는 예금주들이 16일 하루 동안 은행 5곳을 습격했습니다.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블롬 은행 지점에는 이날 아침, 사냥용 소총을 든 남성이 침입해 자신이 예치한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은행에 30만 달러를 맡겼다는 이 남성은 4만 달러 인출을 요구했지만, 돈을 찾지 못하고 귀가했습니다.
이 밖에 베이루트에 있는 LGB 은행, 리바노-프랑셰즈 방크, 뱅크메드 은행의 지점에서도 이날 시민들의 과격한 인출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은행을 습격한 이들 중 일부는 예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받거나 돌려받기로 한 뒤 자진해서 돌아갔으며, 일부는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예금주들의 은행 습격이 확산하자 레바논 은행연합회는 19일부터 사흘간 모든 은행 업무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레바논의 경제 위기는 신종 코로나 사태와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레바논의 화폐 가치는 현재 달러 대비 95%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 은행들은 예금주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일방적으로 인출 금액을 비공식 제한해왔습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과 레바논 정부는 지난 4월, 30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 계획에 합의했지만, 레바논 정부는 이에 필요한 개혁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