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위원회는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로 지난해에도 대부분의 대북 지원 활동이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국경 폐쇄 장기화로 북한 내 인도적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북한의 코로나 관련 통제로 대부분의 대북 지원 활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위원회는 27일 공개한 ‘2021 연례보고서’에서 2년 넘게 국제 직원들이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ICRC의 여러 활동이 보류됐다면서 이같이 전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방의 식량 생산을 늘리고 도시 근교 지역 주민의 물과 위생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려던 사업 계획들이 모두 중단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식수 시스템 담당국과 북한 당국, 조선적십자회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불발탄 처리, 지뢰 및 전쟁 잔류폭발물에 따른 사상자 치료 교육도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지난 2020년 2월부터는 평양의학대학병원 응급의학과에 대한 지원 역시 중단된 가운데 조선적십자회와 병원 측과 협력해 ICRC가 기증한 건설 자재는 2019년부터 평양의대병원 창고에 계속 보관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평양 낙랑과 송림 등 2곳에 있는 재활센터에 석탄과 연료 등을 지원해 왔지만 이 또한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로 재활 환자 보조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자재를 북한에 보내지 못했으며, 재활시설 내 의약품 재고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ICRC는 북한의 국경 폐쇄로 인적 교류가 중단된 데 따른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국제 직원이 북한에 상주하지 못하면서 재활센터에 대한 모니터링이 불가능하고, 재활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한 물리치료 등 재활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또한 외국에서 의족과 보조기를 공부하는 장학생들이 여행 제한 조치로 출국하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다만 이 같은 어려움 속에도 ICRC는 중국 베이징에서 원격으로 북한 현지 사무소를 관리하고 있으며, 조선적십자사와 온라인을 통해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 측의 요청에 따라 조선적십자사에 차량 두 대를 기증하고, 국제인도법과 신종 코로나, 재활, 긴급 의료 서비스 등 기타 정보 자료를 제공했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전쟁 여파로 지뢰와 잔류폭발물이 공공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이산가족들은 연락할 수 없었으며 실종자들은 여전히 행방불명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ICRC가 한국 당국의 초청으로 비무장지대 내 유해 발굴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MSF)도 북한의 국경 봉쇄 장기화로 내부 인도적 상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MSF는 최근 74개 나라에 대한 ‘2021년 국제 활동 보고서’를 공개하고 북한과 관련해 인적, 물적 접근이 모두 막혔다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내 인도적 의료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을 것이라며, 수요는 크게 증가했지만 국경 폐쇄로 지난해 대북 지원을 제공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2018년 함경북도에서 시작한 MSF의 일반 의료 및 결핵 치료 개선 사업이 일년 내내 대기 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
다만 MSF는 북한 당국과 지속적인 대화를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의 국경 개방 시 지원 접근 방식과 우선순위를 보다 잘 선정하기 위해 다른 비정부기구 및 학계와 협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향후 대북 지원의 중점 분야로 결핵과 식량 안보가 꼽혔다며,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가능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