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역경을 딛고 자신의 꿈을 이룬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오늘 만나볼 주인공 역시 불가능할 것 같았던 꿈을 이룬 사람인데요. 오늘의 주인공 나이스카 청 마티네즈 씨를 만나보시죠.
“첫 번째 이야기, 10대 미혼모에서 예일 의대를 졸업한 의사보조사”
지난해 12월, 미국 최고 명문 대학 가운데 하나인 예일대학교에서 의대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사람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단상 위에 오른 사람. 바로 PA라고 하는 의사 보조사 과정을 졸업한 나이스카 청 마티네즈 씨입니다.
예일 의대에 입학한 것 자체가 꿈만 같다는 나이스카 씨는 PA, 즉 의사보조사 과정에 처음 입학했을 당시, 다른 친구들은 앞으로 시작될 공부에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자신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나이스카 씨의 학창 시절은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6살의 나이에 임신해 미혼모가 된 나이스카 씨. 갓난쟁이를 데리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17살에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통과하고 지역 전문대학에 입학했는데요. 하지만 나이스카 씨의 어머니가 푸에르토리코로 돌아가 버리면서 어린 아기와 함께 갈 곳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친구 집에 있다가 모텔로 갔는데 너무 비싸서 감당이 안 됐고, 결국 어린 딸과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냈다고 하네요.
3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수업도 하고, 딸도 키워야 하는 나이스카 씨는 하지만 공부를 놓지 않았고, 5년 만에 준 학사를 따고 X선 촬영 기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나이스카 씨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병원 3곳에서 일하며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때 도움을 준 사람들이 또 친구들이라고 하네요.
친구인 마리아 마코풀로스 씨는 나이스카 씨가 학업과 일을 동시에 했고, 특히 여름이면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야간 일을 하고 또 바로 이어서 일을 하러 갔다고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자신의 가족이 나이스카 씨의 딸 예나일라 양을 돌봐줬다고 합니다.
예나일라 양은 마리아 이모 가족이 정말 고마웠다며,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본인들을 몰랐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친구들의 도움으로 2016년, 학점 4.0 이 웃도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나이스카 씨는 의대에 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요. 예일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2년 반 동안의 PA, 즉 의사보조사 과정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PA는 의사의 수술 집도를 돕는 등 의료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나이스카씨는 ‘미국 의료봉사단(National Health Service Corps)’ 장학생으로 선발돼, 졸업 후 2년 반 동안 지역 의료 기관에서 일해야 했다고 합니다.
나이스카 씨는 원래 영세층을 위한 1차 진료 기관에서 일하고 싶었고, 그 쪽으로 전공을 잡고 싶었기 때문에 장학금에 따르는 조건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하고 싶었던 분야였다는 겁니다.
중남미계로 스페인어가 능숙한 나이스카 씨는 지역 내 중남미계를 비롯한 소외 계층을 돕는 일에 앞장섰고 졸업식 때는 지도자상도 받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졸업한 지 몇 달 만인 올해 3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나이스카 씨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합니다.
예일대 교수이자 나이스카 씨 멘토인 로산나 곤잘레스 콜라스 교수는 나이스카 씨는 어떠한 도전도 헤쳐나갈 수 있는 유연성과 연민이 있는 학생이었고, 코로나 사태가 닥쳤을 때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삶의 굽이굽이 도전과 장애물의 연속이었던 나이스카 씨, 하지만 이제는 예일 의대를 졸업한 의사보조사가 됨으로써 결승전을 통과한 기분이라고 하는데요.
막상 어려운 시간을 지나올 때는 얼마나 힘든지 인지조차 못 했지만, 의사보조사가 된 지금 돌이켜보면 큰 보람과 안도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10대 미혼모로,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고 꿈을 이룬 나이스카 씨, 이제는 전문 의료인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첫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졸업생을 위한 무료 케이크 선물”
코로나 사태로 인해 5월이나 6월에 잡혀 있던 졸업식 대부분이 연기되거나 취소됐습니다. 졸업생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부모들은 물론, 지역사회와 사업체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는데요. 미 중서부 미네소타주에서는 한 제과점 사장님이 졸업식을 치르지 못한 지역 내 고등학생들을 위해 졸업 축하케이크를 선사했다고 하네요.
미네소타 레드윙은 인구 1만7천 명의 조용한 마을인데요. 이곳에서 25년간 “해니시 베이커리 커피숍(Hanisch Bakery and Coffee Shop)’을 운영해온 빌 해니시 씨는 코로나 사태가 닥치자, 그동안 지역 주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계획을 세웠습니다.
레드윙에 사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무료로 케이크를 나눠주겠다는 계획으로, 학생들의 이름을 일일이 새긴 케이크 200개를 후원할 생각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소식은 곧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고, 인근 12개 마을에 총 800개의 케이크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합니다. 해니시 씨는 이 많은 케이크를 감당할 비용은 없었는데요. 하지만 외부에서 후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남동부 플로리다에서 서부 캘리포니아, 남부 텍사스주, 심지어 이웃 나라인 캐나다에서도 후원금이 답지했다며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후원금으로 직원들 급여와 케이크 재료비를 충당할 수는 있지만, 이윤은 전혀 남길 수 없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해니시 씨는 코로나 사태로 주위 가게들이 다 문을 닫은 상황에서 자신의 가게 직원 21명은 계속 출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졸업생들은 케이크를 선물 받고, 직원들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 지역 사회가 하나가 되고, 이웃을 도울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는 건데요. 자신도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해니시 씨에게 가장 보람된 순간은 케이크를 배달하러 갔을 때, 아이들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지역 내 링컨고등학교의 그레그 벌지 교장은 해니시 씨가 이렇게 졸업생들을 위해 케이크를 선물해준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또 이를 위해 후원금을 보낸 사람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동네 주민들 역시 해니시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데요.
학생들이 선물 받은 케이크를 들고는 행복해하는 사진을 보내오고, 또 자신이 선물한 케이크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감사 카드도 쏟아지고 있다며, 이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지역 내 고등학생 수백 명은 비록 졸업식에 가지는 못했지만, 해니시 씨 덕분에 달콤한 추억 하나를 갖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