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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워싱턴DC에서 만나는 소울푸드...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워싱턴DC에서 만나는 소울푸드...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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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2월은 흑인 역사의 달입니다. 과거 흑인들이 받았던 인종 차별을 기념함과 동시에 흑인들이 미국 사회 곳곳에 끼친 업적을 기리는 달인데요. 흑인의 유산은 미국의 정치,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줬습니다. 음식 분야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특히 미 남부 노예제도를 통해 태어난 흑인의 음식, 일명 ‘소울 푸드(Soul food)’는 미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곳 워싱턴 DC에도 소울푸드로 유명한 식당이 있는데 미국인들이 왜 소울푸드를 좋아하는지 직접 찾아가 확인해보죠.

워싱턴DC의‘우앤아(Oohh’s & Aahh’s)’에서 가게 직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DC의‘우앤아(Oohh’s & Aahh’s)’에서 가게 직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워싱턴 DC에서 만나는 미국인의 소울푸드 ”

[현장음:뉴욕 거리]

커다란 기름 솥에서 닭이 튀겨지고 있습니다. 노릇노릇 잘 익은 치킨은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데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요리 가운데 하나인 닭튀김, 프라이드치킨이 사실은 미국 소울푸드의 대표 음식입니다. 워싱턴DC에 자리 잡은 ‘우앤아(Oohh’s & Aahh’s)’ 식당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먹기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소울푸드로 유명한데요. 닭튀김, 치즈로 버무려진 맥앤치즈, 콘브레드라고 부르는 옥수수빵 등 대표적인 소울푸드를 맛볼 수 있죠.

[녹취: 아지 애벗] “소울푸드란 이름은 1960~7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인 일명 ‘블랙파워’ 운동이 한창일 당시 만들어졌습니다. 영혼이 담긴 흑인 전통음식에 대한 자부심이란 의미가 있어요. 사실 소울푸드 역사는 1700년부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그때부터 미국인들 식탁에 오른 요리입니다.”

요리 준비로 분주한 아지 애벗 총주방장 설명을 들으셨는데요. 이 식당은 ‘흑인남북전쟁기념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워싱턴DC 소울 푸드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녹취: 아지 애벗] “우리 식당엔 유명한 사람들이 정말 많이 찾아옵니다. 유명 가수 제이 지나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도 우리 가게를 찾았고요. 단골이 된 유명 인사들도 있어요.”

애벗 씨 말대로 식당 벽면엔 유명 인사들 친필 사인이 담긴 사진이 가득 걸려 있습니다.

우앤아 식당 음식은 유명 인사만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미국 전통 소울푸드 맛을 그대로 간직한 탓에 늘 많은 손님으로 북적이는데요. 손님들은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할까요?

[녹취: 알렉스] “뭐니 뭐니 해도 닭튀김이죠. 여기는 프라이드치킨이 제일 맛있어요!”

치킨을 비롯해 다양한 요리를 시켜 먹고 있는 이 손님은 소울푸드를 찾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알렉스] “저는 남부 텍사스에서 자랐거든요. 어릴 때부터 늘 프라이드치킨이랑 와플빵, 찐 콩, 옥수수빵 같은 소울푸드를 먹으며 자랐어요. 그중 제일 좋아하는 건 닭튀김이고요.”

요리 대회 수상 경력도 있는 애벗 총주방장은 어린 나이에 요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엌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요리를 배웠다는데요. 애벗 씨는 특히 할머니가 물려주신 요리 비법으로 소울푸드를 만드는데, 손님들이 자신이 요리한 것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녹취: 아지 애벗] “미국에선 2월 한 달 동안 흑인 역사의 달을 맞아 흑인들의 아픈 과거를 돌아보고 또 흑인들이 미국에 기여한 업적을 기리는데요. 미국 흑인들 성공 사례는 역사책이나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답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런 소울 푸드 역시 소중한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애벗 씨는 자신이 정성 들여 요리한, 흑인의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소울 푸드를 통해 흑인 역사와 문화가 전수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반려동물을 그리는 화가 에리카 에릭스도터씨.
반려동물을 그리는 화가 에리카 에릭스도터씨.

“두 번째 이야기, 반려동물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많은 미국인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반려동물이 아파서 죽거나 하면 자녀를 잃은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가족 같던 반려동물의 모습을 그림에 담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가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에리카 에릭스도터 스튜디오]

미 동부 버지니아주 레스턴에서 활동 중인 화가 에리카 에릭스도터씨. 에리카 씨 화실은 다른 화가들 작업실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에리카 씨가 그려놓은 작품들을 보면 뭔가 다른 걸 알 수 있습니다.

화폭마다 담겨있는 주인공은 사람이나 풍경이 아닌 개와 고양이들인데요. 지금은 세상을 떠나고 없는 반려동물들로 주인들은 이 그림을 보며 위로를 얻는다고 했습니다.

[녹취: 에리카 에릭스도터] “저는 단순히 동물을 그리는 게 아닙니다. 그 동물의 영혼과 성격, 개성 등 생명을 그림에 담아요. 저는 동물 그림을 그릴 때 항상 눈부터 시작하는데요.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하잖아요? 눈을 제대로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에리카 씨 말대로, 작품 속 동물들 눈은 마치 살아있는 듯합니다.

에리카 씨는 스웨덴 출신 이민자로 3대째 화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화가 집안이긴 하지만 이렇게 동물 그림을 그리게 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하는데요. 어느 날 우연히 자기 집 앞에 앉아 있는 길고양이를 본 에리카 씨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림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그림을 본 친구들이 감탄했고, 에리카 씨가 동물 초상을 잘 그린다는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녹취: 에리카 에릭스도터] “저는 그림을 의뢰하는 고객들께 특별한 연민을 느낍니다.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꼈던 존재를 떠나보낸 사람들이잖아요? 동물이 죽었든 아님 아직 살아있든 간에요. 고객들은 보통 인터넷 웹사이트나 이메일을 통해 초상화 의뢰를 합니다. 그러면 저는 초상화 주인공이 될 동물에 대해 의뢰인과 대화를 나눕니다. 아주 기본적인 질문, 그러니까 무슨 종인지부터 시작해서 그 동물과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어떤 추억이 있는지를 다 물어봐요.”

이렇게 동물에 대해 듣고 난 후, 동물의 생애가 한 폭의 초상화에 담기게 됩니다.

에리카 씨 고객인 크리스 보트닉 씨는 평생 동물을 길렀지만, 특별히 애정이 가는 개 카넬라의 초상화를 맡겼는데요. 멕시코 여행 중에 만난 떠돌이 개를 미국으로 데려와 기르면서 처음엔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녹취: 크리스 보트닉] “당시에 제가 살던 방 한 칸짜리 아파트로 개를 데려왔어요. 처음엔 종일 구석에 앉아서 저를 보며 으르렁대고만 있었죠. 내가 잠들면 제 목을 물어뜯을 것 같았어요. 자기 근처에도 못 오게 했고요. 카넬라가 그런 마음의 벽을 허무는 데 8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특별했던 반려견이었기에 보트닉 씨는 카넬라가 죽은 이후 카넬라 초상화를 벽에 걸어뒀습니다. 보트닉 씨는 카넬라를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해준 에리카 씨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에리카 씨 작품은 사실 좀 비쌉니다. 초상화 한 건당 1천700달러 정도라고 하네요. 하지만 이렇게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끊이질 않는데요. 1년 전에 예약해야 그림을 받아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녹취: 에리카 에릭스도터] “미국 전역에서 초상화 의뢰가 들어와요. 특히 기억에 남는 의뢰인은 조지아에 사는 분인데요.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가 23년을 살다 죽었는데 고양이가 세상을 떠남과 거의 동시에 첫 번째 자녀가 태어났대요. 그래서 지금도 부엌에 고양이 사진을 걸어놓고 가족들이 늘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마치 먼저 떠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요.”

전문가들은 이렇게 아끼던 동물의 초상화를 남기는 것이 상실감을 채울 수 있는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에리카 씨는 자기 그림을 통해 위로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작품 수입 일부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물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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