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동부 대서양 연안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개척해나간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미국을 이야기할 때 개척 정신을 이야기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죠. 거친 황무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땅을 불굴의 의지와 신념으로 개척한 미국의 선조들이 있어 오늘날의 거대한 미국이 있는 건데요. 미국의 초기 13개 주와 중서부, 남부 주들에 이어,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미국의 서부 주들 정리해보겠습니다.
미국의 서부 주는 모두 13개 주입니다. 로키산맥 줄기를 따라 자리 잡은 산악 지대의 주들과 태평양 연안에 있는 주들, 서부에 있는 주들은 보통 이렇게 크게 둘로 나누는데요. 지도를 보면 서부 지역은 미국 전체 지도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서부 주로 구분되는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본토에서는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 넓은 땅에 겨우 11개 주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한 개 주가 차지하는 면적이 큼직큼직, 아주 넓다는 이야기죠.
그럼 먼저 산악 지대에 있는 주들부터 살펴볼까요? 제일 북쪽으로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몬태나주가 있습니다. 몬태나라는 이름 자체가 스페인어로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장엄한 로키산맥 산자락에 있어 산세가 얼마나 수려할지 미뤄 짐작할 만하겠죠? 주 면적이 50개주 가운데서 4번째로 큰데요. 하지만 인구 밀도는 50개 주 중 48위, 그래서 사람보다 곰이나 사슴 같은 동물 보는 게 더 쉽다는 이야기를 듣는 그런 곳입니다. 주의 별명이 빅스카이스테이트(Big Sky State) 인데요. 큰 하늘, 거칠 것 없이 펼쳐지는 푸르고 드넓은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몬태나주에서 로키산맥 등줄기를 따라 조금 더 밑으로 내려오면, 서쪽에는 아이다호주, 동쪽에는 와이오밍주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이다호는 감자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북한 양강도, 한국 강원도 하면 감자하듯이 미국 사람들도 아이다호 하면 감자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아이다호주의 감자는 대체로 길쭉하고 큼직합니다. 한국의 감자처럼 포슬포슬한 맛은 없지만, 길게 썰어 튀겨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죠.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전문점 맥도널드, 이제는 매장이 안 들어간 나라가 별로 없죠. 많은 사람이 맥도널드에서 파는 빵과 함께 튀김 감자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아이다호에서 생산되는 감자의 80%가 맥도널드에 납품된다고 하네요.
아이다호의 오른쪽에 있는 와이오밍주 역시 로키산맥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주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됐고, 가장 큰 국립공원이 와이오밍주에 있기 때문인데요. 바로 옐로스톤 국립공원입니다.
말이 공원이지 서울시의 10배, 평양시의 거의 5배만 한 정말 거대한 면적의 자연공원인데요. 워낙 넓다 보니까 와이오밍과 몬태나, 아이다호, 3개 주에 걸쳐 있지만, 약 95%가 와이오밍에 있어, 와이오밍주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자, 또다시 아래로 내려가 보죠. 로키산맥 중간쯤으로 내려가다 보면 산맥을 사이에 두고, 서쪽에는 유타주, 동쪽에는 콜로라도주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유타주는 특히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주인데요. 유타주의 태생 자체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만들어졌습니다. 1800년대 동쪽에 살던 모르몬교인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서부로, 서부로 가다 정착한 곳이 바로 지금의 유타주고요. 그래서 유타주는 지금도 사회 전반에 모르몬교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유타주의 오른쪽에는 콜로라도주가 있는데요. 콜로라도주의 자연경관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아름답습니다. 유타주가 투박하고 거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 콜로라도주는 수려하고 평화로운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컨트리 음악 가수인 존 덴버의 목소리인데요. 미국의 웬만한 중년이라면 단번에 알 수 있을 만 한 가수죠. 그런데 존 덴버의 이 덴버가 바로 콜로라도의 주도인 덴버를 딴 거라고 합니다. 콜로라도가 고향도 아닌데 이곳의 풍경을 너무 사랑해서였다고 하니, 콜로라도 사람들 경치 자랑할 만도 하겠죠?
유타주의 왼쪽, 그러니까 서쪽으로 더 가면 네바다주가 있습니다. 네바다주는 로키산맥에서는 살짝 비켜있는데요. 주의 대부분이 산지 아니면 사막이기 때문에 사람 살기 매우 척박한 지형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광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마땅한 주력 산업이 없었던 네바다 주민들은 이 척박한 땅에 화려한 불야성의 도시를 세우고 새로운 수입원을 찾았는데요.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박과 향략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입니다. 바로 이웃한 유타주는 종교적이고 도덕적이라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도박을 하러 주경을 넘어 네바다로 놀러오는 유타 주민들도 꽤 된다고 하네요.
자, 이제 더 밑으로 내려오면 어느새 남쪽 끝입니다. 동부나 중서부 주들은 복잡복잡한데, 그만큼 서부의 주들이 크다는 거겠죠? 유타주 밑에는 애리조나주가, 콜로라도주 밑에는 뉴멕시코주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주 아래로 멕시코와의 국경이 남부 텍사스부터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애리조나주는 뜨겁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사막의 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사막 하면 선인장이죠. 애리조나주를 방문하면 수십m 높이의 거대한 선인장부터, 수많은 희귀 선인장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라고 하는, 지구의 신비를 품은 거대한 계곡,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도 이곳 애리조나주에 있어서 전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애리조나주의 동쪽에는 뉴멕시코주가 있는데요. 이름에서부터 짐작하시겠지만 멕시코와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 중남미계 미국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죠. 주 자체가 로키산맥 끝자락 고원 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호흡이 짧은 사람은 종종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운동선수들이 극한 훈련을 할 때 즐겨 찾는 곳의 하나가 뉴멕시코 주입니다.
자, 산악지대에 속한 8개 주 살펴봤고요. 계속해서 이번에는 태평양 연안 주들 살펴볼게요. 태평양 연안 주는 본토에 있는 3개 주와 역외에 있는 알래스카와 하와이까지 모두 5개 주입니다.
먼저 제일 북쪽을 볼까요? 위쪽으로 캐나다, 서쪽으로 태평양과 접해있는 워싱턴주가 있습니다. 사시사철 늘 푸르른 상록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곳인데요.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이 곳에 있습니다.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이 시애틀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요. 첨단 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도 이곳에 있습니다. 이래저래 시애틀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까 어떤 점에서는 주보다 도시가 더 친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워싱턴주 밑으로 내려가면 오리건주가 나오는데요. 미국 서부 개척시대, 루이스와 클라크가 이끄는 탐험대가 장장 3천200km가 넘는 원정을 끝냈던 곳이 바로 이곳 오리건 주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직접 채소를 길러 먹으면서, 느리고 간소한 삶을 추구하는 이곳 사람들의 삶을 담은 잡지 '킨포크(Kinfolk)'가 알려지면서 요즘은 오리건주 주민들의 이런 자연 친화적이고 간소한 삶을 아예 킨포크 스타일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자, 이제 오리건주 밑으로 좀 더 내려가 보겠습니다. 그러면 태평양을 따라 길게 펼쳐지는 캘리포니아주가 나오는데요.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 한 바로 그곳입니다. 1800년대 중반, 이곳에서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동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서부로 서부로 몰려오게 됐고, 그 덕분에 미국은 지금의 거대한 영토를 가질 수 있게 됐죠. 캘리포니아의 별명이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인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로스앤젤레스는 캘리포니아의 한 도시인데 하나의 주로 혼동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유명하고요. 세계적인 영화사들이 모여있는 할리우드, 세계적인 놀이동산인 디즈니랜드 등 자랑거리가 너무 많은 곳입니다. 하지만 대형 산불과 지진 소식이 종종 들려 안타까움을 안겨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네, 이렇게 해서 본토에 있는 서부 주들은 다 살펴봤고요. 이번에는 지리적으로 본토와는 떨어져 있는 역외권 주들 볼까요.
동토의 땅 알래스카는 50개 주 가운데서 가장 큰 곳입니다. 한반도 면적의 7배나 되는데요. 얼핏 보면 러시아나 캐나다와 더 가깝게 보이는 곳입니다. 원래 러시아 땅이었다가 미국이 헐값에 사들인 곳인데요. 항공의 요충지이자 풍부한 천연자원에 석유까지 나오면서 미국에서 가장 잘 사는 주의 하나가 됐습니다. 하지만 너무 추워서 인구 밀도는 50개 주 가운데서 늘 하위를 맴도는 곳입니다.
자, 이제 마지막 남은 한 개 주, 하와이 차례네요. 하와이 하면 태평양에 있는 섬 하나를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1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뤄진 열도입니다. 본토와 떨어져 있어 미국 사람들이 가장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미국에서는 아시아와 가장 가깝기 때문에 오랫동안 아시아 이민자들의 관문이 되어왔는데요. 미국에 사는 한국계 이민자들의 역사도 110여 년 전, 바로 이곳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시작됐습니다.
네, 이렇게 해서 3주에 걸쳐 미국 50개주 모두 정리해봤습니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은 오늘 이 시간으로 마무리하고요. 새해부터는 미국의 대학들을 소개해드리는 시간으로 꾸며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