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강원도에 있는 춘천이라는 도시는 '호반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유명합니다. 호반은 호수의 가장자리, 이런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 호반의 도시, 하면 호숫가의 도시라는 뜻이겠죠? 춘천이 호반의 도시라는 예쁜 별명이 붙은 건 춘천에는 강과 호수가 많아서라고 해요. 그런데요. 미국에도 호반의 도시라고 불러도 결코 손색이 없을 만한 곳이 있습니다. 아니 손색이 없는 게 아니라 불러 마땅한 그런 곳이죠. 바로 미네소타주인데요. 호수가 자그마치 1만 개가 넘는 곳입니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주 소개해드립니다.
미네소타는 미국 중서부에 있는 주입니다. 중서부에 있는 주라면 당연히 미국 땅의 가운데, 서쪽쯤 자리 잡고 있는 주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그런데 막상 미국 지도를 펴놓고 보면, 가운데보다는 살짝 동쪽에 더 치우쳐 있고요. 특히나 북쪽 끝에 자리잡고 있어 캐나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북부 지역, 이렇게 불러야 맞을 것도 같은데요. 하지만 전통적으로 미네소타주는 인디애나, 일리노이, 미시간 등 다른 10여 개 주들과 함께 중서부 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미네소타라는 말은 아메리카 원주민 말로 "하늘의 빛을 띤 물" 이런 예쁜 뜻이 있다고 하네요. 실제로 미네소타는 물과 관련이 많은 주인데요. 일단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있는 다섯 개의 거대한 호수죠. 오대호 중에서도 가장 크고 깊다는 슈피리어호와 접해 있고요.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호수가 만개도 넘는다는 겁니다.
호수가 1천 개, 2천 개만 되도 많다고 할 텐데, 그것도 하나의 주에 1만 개도 넘는 호수가 있다니, 실감도 잘 안되실 텐데요. 미네소타 주립역사연구소의 케이트 로버츠 연구원 설명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케이트 로버츠 연구원] "미네소타는 1만 개의 호수 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1만 개보다 더 많습니다. 어떻게 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텐데요. 하지만 4ha에 달하는 호수만도 1만2천 개에 달합니다. 1만 개의 호수라고 하는 건 그냥 말하기 쉽게 대표적으로 하는 소리입니다"
계속해서 미네소타에 2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주민 우드로 변 씨의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녹취: 우드로 변 씨] "강도 큰 강이 있고요. 미시시피강. 호수도 여기저기 많아요.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서도 호수를 볼 수 있고, 조금만 운전하고 나가면 호수를 여러 개 볼 수 있고, 다운타운에서도 어느 건물에서든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들으신 것처럼 미네소타주에는 유명한 미시시피강이 흐릅니다. 미시시피강 하면 미시시피주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미국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인 미시시피강은 사실 미네소타에 있는 한 작은 호수에서 발원해 장장 3천700km가 넘는 거리를 남쪽으로 흘러가, 마침내 미국의 제일 남쪽 멕시코만을 거쳐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시시피강의 수원이 바로 이 미네소타주인 거죠.
미네소타가 미 연방에 가입한 건 1858년, 32번째로 미국의 주가 됐는데요. 케이트 로버츠 미네소타 주립역사연구소 연구원 도움말입니다.
[녹취: 케이트 로버츠 연구원] "미네소타주는 원래 미국이 프랑스의 나폴레옹에게 사들인 루이지애나 영토의 일부였습니다. 미네소타주는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 주들과 북부 주들만 갈라져서 싸운 게 아니라 미네소타주 안에서도 심한 내전이 있었습니다. 원래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인 다코타 부족과 유럽 정착민들 간의 싸움이었습니다. 수백 명이 피 흘리는 싸움을 한 끝에, 다코타족들이 미네소타주에서 추방됐죠. 원주민들과 잘 지내야 했는데, 이는 미네소타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의 역사이자 아픔입니다."
미네소타주의 면적은 22만5천km²,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는 12번째로 큰 주고요. 인구는 2017년 기준, 약 560만 명입니다. 주민의 80% 정도가 백인이고요. 흑인이 6.5%, 아시안이 5% 정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미네소타 주민 우드로 변 씨 이야기입니다.
[녹취: 우드로 변 씨] "약 150년 전에 유럽에서 프랑스 사람들, 독일 사람들, 스페인 사람들이 오다가 결정적으로 약 100년 전에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사람들이 많이 와가지고, 현재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70~80%를 구성하고 있어요. 아시아 인구가 최근 비약적으로 늘어서 현재 메트로 인구의 11% 정도가 아시아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날씨는 사계절이 분명한데요. 아무래도 북쪽에 위치해 있으니 겨울이 좀 길고 추운 편입니다. 여름 평균 섭씨 20도 정도, 겨울 평균 영하 11도 정도인데요. 주민 우드로 변 씨로부터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우드로 변 씨] "미네소타의 위도가 북한 압록강, 개마고원과 같습니다. 아주 추운 곳입니다."
그런데요. 미네소타의 이 추운 날씨가 한국과 인연을 갖게 했다는 사실 혹, 아십니까? 한국전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혹한기 한국의 전장을 견딜 수 있는 병사들을 많이 보내 달라고 본국 정부에 요청하자, 이 미네소타주 사람들이 대거 차출됐다고 하네요. 실제로 한국전에 참전한 미네소타 군인이 약 10만 명으로 전체 참전 미군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지금도 미네소타에는 한국전과 관련된 기념비나 기념물이 많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네소타주는 한국 입양아들이 유난히 많은 곳이기도 한데요. 우드로 변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우드로 변 씨] "여기서 10만 명이나 참전했는데, 그 사람들이 전쟁 말기에 한국 고아들의 참상을 보고 고향에 돌아와 한국 고아들을 입양하자는 움직임이 많이 일어났고, 여기에 'Children's Home Society'라는 입양 기관이 있는데 거기서 입양을 주도했다고 해요."
그래서 미네소타주에는 한국계 입양아가 약 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한국과의 인연으로 미네소타주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려는 열기가 꽤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미네소타주의 주도는 '세인트폴(Saint Paul)'이라는 곳인데요. 워낙 춥다 보니까 겨울의 도시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네소타에서 가장 큰 도시는 '물의 도시'라는 뜻을 갖고 있는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종종 이 두 도시를 쌍둥이 도시라고 부르곤 합니다.
미네소타주의 주요 산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케이트 로버츠 연구원의 도움말로 알아볼까요?
[녹취: 케이트 로버츠 연구원] "미네소타주는 역사적으로 밀과 밀가루 생산을 많이 하는 곳입니다. 미네소타주는 미국의 유명한 곡창지대 중의 하나거든요. 거대한 밀밭이 정말 많습니다. 미네소타주의 절반가량이 다 이런 농장들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제너럴밀스(General Mills), 그린자이언트(Green Giant) 같은 식품회사들이 여기 많습니다. 그리고 저희 미네소타주는 깡통 햄인 스팸(SPAM)으로도 유명해요. 2차 대전 때 미네소타주에서 처음 생산됐습니다. 광고나 의미 없는 이메일을 스팸이라고 하지만 저희는 자부심이 대단해요."
미네소타주는 또 목재 산업도 발달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벌목은 미네소타주의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요. 그 배경에는 스칸디나비아, 핀란드 등 삼림이 풍부한 유럽 이주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우드로 변 씨는 소개하네요.
[녹취: 우드로 변 씨 ] "여기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많이 와서 정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고요. 사회복지 시설이 여기 사람들이 보면 세금 내는 것 아까워하지 않고 세금으로 좋은 병원, 좋은 교육 시설 지어서 해놓으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삶의 질이 좋은, 균형 잡힌 곳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네소타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 수입, 안전성, 교육 수준, 도덕성 등을 고려할 때 늘 살기 좋은 순위 안에 드는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춥다 춥다 하면서도 이 미네소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미네소타주의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환경과 함께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들 하네요.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만개의 호수 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미네소타 주 이야기 들려드렸습니다. 오들도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박영서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