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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한반도 통일 준비하는 탈북자 창업·채용 포럼


지난 8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에서 ‘탈북자 창업과 채용 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더 브릿지' 대표인 황진솔 씨와 탈북자 조성우 씨, 그레이스 김씨.
지난 8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에서 ‘탈북자 창업과 채용 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더 브릿지' 대표인 황진솔 씨와 탈북자 조성우 씨, 그레이스 김씨.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워싱턴의 한 민간단체가 탈북자들에게 창업과 취업에 필요한 정보와 사례를 제공하기 위한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현장음 녹취: 그레이스 김] “9년 전 미국에 왔습니다. 딸 나이가 6살이었고요. 미국은 저에게 꿈나라 보다는 지옥 같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미국에 온 지 3일 만에 일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에서 원산경제대학을 졸업하고 배급소 기표업무를 하며 큰 어려움 없이 살았던 50대 탈북 여성 그레이스 김 씨.

태국 난민수용소에서 2년 8개월의 기다림 끝에 미국에 입국해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정착했습니다.

엄마 손 잡고 아무 것도 모른 채 미국 땅에 정착한 딸을 먹여 살려야 했기에 입국 후 곧바로 일을 시작했지만 처음 5개월은 돈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현장음 녹취: 그레이스] “잔디 깍는 기계를 사서 백인동네에 사인을 부치고 1 에이커에 20 불을 받고 잔디도 깎아봤어요. 그런데 하루 종일 일을 해도 30불도 못 받을 때도 있었어요..”

김 씨는 뭐든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 해 미국에 온 지 2년도 안 돼 집을 산 일을 기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현장음 녹취: 그레이스] “8개월 만에 3만 불을 모았어요. 그리고 10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집을 샀어요.”

집을 구입하고 생선가게 사업을 시작한 그레이스 김 씨는 이후 탄탄대로일 줄만 알았던 사업에서 고전을 겪게 됩니다. 하루 매상이 20 달러가 안 되는 날도 많았습니다.

[현장음 녹취: 그레이스] ”4년 동안 혼자 일했어요. 생선가게에서.. “

리치몬드에서 생선을 팔고,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했던 그레이스 김 씨, 최근 사업체를 팔고 리치몬드 인근에 집을 짓고 이사 갈 준비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알려진 탈북 여성 그레이스 김 씨는 동전 한 푼 없이 미국 땅을 밟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신용을 쌓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한반도가 통일되면 북으로 돌아가 고아원과 양로원을 하고 싶어합니다.

미국에 정착한 지 7년 만에 미 연방정부 공무원이 된 30대 남성 조성우 씨의 꿈은 농장에서 말을 키우며 사는 것이었습니다.

조 씨는 미국 입국 후 탈북자로는 처음으로 세계은행에서 일했고, 지금은 미 노동부 통계청의 연구조수로 채용됐습니다.

조 씨는 세계은행이 누구에게나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직장이 될 수 있겠지만 학자로서의 발전을 위해 다른 길을 찾은 끝에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한반도 통일 후 북한을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자신에게 혜택을 준 미국 정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현재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레이스 김 씨와 조성우 씨는 지난 8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에서 열린 ‘탈북자 창업과 채용 포럼’에서 자신의 미국생활 경험에 대해 자세히 밝혔습니다.

이날 포럼은 미국 내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사례를 직접 듣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땀 흘려 일하고 사업가로 성공했거나, 학자로 경력을 쌓고 발전해가는 탈북자의 사례를 통해 성공 배경을 살펴보고, 이런 사례들이 한국과 미국 내 탈북자들의 질적인 성장과 한반도 통일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민간단체 ‘더 브릿지’는 한국과 미국에 본부를 두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현지인들의 창업과 채용에 필요한 정보와 자금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크라우드 펀딩, 기금모금 방식으로 재정을 마련해 지원하고, 전문가들의 자문도 제공하는 것이 주요 활동입니다.

기부를 받은 수혜자는 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상환 조건은 탈북자들이 스스로 정합니다.

형편에 맞게 기한과 할부금액을 정하는데, 이들이 상환한 기부금은 또 다른 탈북자들을 돕는 기금으로 쓰여집니다.

‘더 브릿지’의 황진솔 대표는 `VOA'에 미국 내 탈북자들이 한국 내 탈북자들의 창업사례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행사 개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녹취: 황진솔] ”한국은 3만 명 정도인데, 7-800명이 창업을 하셨어요. 대부분 자영업이나 식당.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하는데, 조금 더 규모 있게 사업을 할 수 있는 분들에 초점을 두려고 하고 있어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고용하고, 확장해서.. 예를 들어서 혼자 하는 것과 동일한 식당을 브랜치 하는 건 다르잖아요. 후자를 좀 규모 있다고 보는 거죠. ”

황 대표는 탈북자들의 창업에 필요한 멘토 역할을 해 줄 사업가나 전문직업인을 연결하고 이들의 소통을 돕는 중계자까지 더해 3인 그룹 ‘브릿지 그룹’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황 대표는 중계자의 역할을 담당할 ‘시티즌 펠로우’가 탈북자들의 창업과 채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들을 찾는 것도 브릿지의 중요한 활동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날 행사 참석자 가운데는 이미 이런 역할을 하는 한인들이 참석했습니다.

경제학박사로 워싱턴 지역의 민간단체인 ‘뉴라이프 파운데이션’을 이끌고 있는 이윤주 박사가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이윤주 박사는 `VOA'에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창업과 채용을 돕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현장음 녹취:이윤주] ”두 가지인데 하나는 탈북자들이 네트워킹을 해서 멘토 멘티 역할을 하게 연결해주는 거, 미국과 한국 탈북자를 연결시켜서 미국 환경과 기회가 다르니까, 서로 정보를 교환해서 더 나은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돕는게..”

이 박사는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2명의 탈북자가 좋은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현장음 녹취: 이윤주] ”이런 두 모델을 생각해서 앞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미국 내 학업에 필요한 정보, 특별히 탈북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업을 원하는 탈북자는 작은 규모에서 큰 규모까지 조금씩 도와가는 게 중요합니다.

이 박사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개방되면 성공한 탈북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이런 활동은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음 녹취: 황진솔] ”통일이 된다거나 북한의 경제가 열렸을 때 북한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 미국에서 다른 모델을 개발하고 시작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북한사람이 생각 못하는 사업을 하거나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곳에서 쌓은 인맥과 함께 이바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일한 사람들의 지식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황 대표 역시 한반도가 통일되면 북한에 기업이 들어서고 투자자들이 몰리게 되는 만큼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며, 브릿지의 이런 활동은 시범단계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미국 내 탈북자들의 창업과 채용을 돕는 시작이라고 황 대표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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