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사성어 중에 '지자요수, 인자요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인데요. 미국 동남부에 있는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산이 주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그냥 산속에 있는 주입니다. 공자의 말을 빌자면, 산이 좋아 산에 사는 이곳, 웨스트버지니아 사람들은 참 어질 것만도 같은데요. 웨스트버지니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웨스트버지니아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미국 동남부에 있는 웨스트버지니아주는 미국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애팔래치아 산맥에 앉아 있기 때문에 주 별명 그대로 그야말로 산의 주입니다. 그러다 보니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사시사철 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는 곳인데요. 그래서 산 좀 탄다 하는 사람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웨스트버지니아의 경제는 매우 낙후돼 있습니다. 미국 부자 주 순위를 꼽으면 끝에서 3~4번째 하는 못사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때는 200만 명을 웃돌았던 인구가 지금은 180만 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6만3천km², 북한의 절반만 한 크기에 180만 명 정도 살아가고 있다니까 정말 한갓진 거죠?
더구나 주민들의 대부분은 주도인 찰스턴과 대학촌인 모건타운을 중심으로 집중돼 있고요. 나머지는 한참씩 가야 드문드문 낡고 허름한 인가가 나타나는, 쇠락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주의 경제가 낙후되고, 주민들이 이렇게 적어진 건 웨스트버지니아의 주산업인 석탄 산업이 하향길로 접어들면서였다고 하는데요. 웨스트버지니아 주민 조희운 씨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조희운 씨] "웨스트버지니아는 낙후된 곳인데, 그 대신 환경이 좋고 지하자원이 많고 그래요. 구리도 많이 있고, 가스도 많이 저장되어 있어서 가스 개발과정에 있고요. 유전도 개발할 수 있고요. 주 산업이 석탄산업이었는데 친환경적이 아니다 보니까 침체돼 있었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석탄 산업이 다시 일어날지..."
웨스트버지니아 경제는 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집도, 일터도, 생활의 모든 필요를 다 산에서 얻는다고 말하는데요. 웨스트버지니아 땅 밑에 석탄, 가스, 석유 등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기 때문이죠.
웨스트버지니아주가 탄생하게 된 자체도 실은 이런 풍부한 지하자원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원래 웨스트버지니아는 버지니아주의 일부였다가 남북전쟁을 계기로 노예제를 지지하는 동쪽 주민들과 의견이 달라 갈라져 나온 건데요. 대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경제 활동이 활발했던 동쪽 지역과는 달리, 가난하고 낙후된 산악지대였던 서쪽 지역에서 석탄, 천연가스, 석유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이 경제적 자신감이 생겼고요. 결국 노예제를 반대하며 분리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석탄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환경 문제가 제기되면서 웨스트버지니아의 주력 산업인 석탄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됐고요. 많은 광산이 문을 닫고, 일터를 잃은 광부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폐허로 변하는 마을들이 늘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 터줏대감 테미 몬드래즈 씨도 이주를 고민한다고 말하는데요.
[녹취: 테미 몬드래즈씨] "우리 가족들, 제 이웃, 학교 다닐 때 친구들 모두 다 광부들이고 광부의 아이들이었어요. 그래서 이 마을이 형성됐고요. 우리는 서로 서로 다 알아요. 광부의 자식들이라는 자부심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얼마나 나빠졌는지, 우리는 한 번도 이곳을 떠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제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별다른 선택이 없는 것 같아요"
웨스트버지니아주는 대체로 민주당이 강세였는데요.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웨스트버지니아 주민들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강력한 지원군이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공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선거 공약으로 웨스트버지니아의 광산 산업을 다시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여러 광산, 에너지 규제 정책을 철폐한 이래 웨스트버지니아 경제는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의 반대도 여전한데요. 5대째 이곳에서 살아가는 웨스트버지니아 토박이 마리나 귀네 씨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웨스트버지니아 환경운동가 마리아 귀네 씨] "저는 저희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은 다이너마이트로 산을 폭파해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훼손시킵니다. 그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아요. 그게 싫으면 떠나라고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는 저희 터전입니다. 저는 저희 아이들이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좋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요. 돈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민은 90% 이상 대부분 백인입니다. 그리고 주민의 80% 이상이 대학을 가지 않은 거로 나타났는데요. 워싱턴 지역에 살다 몇 년 전에 웨스트버지니아로 이주한 조희운 씨는 웨스트버지니아에 와서 놀란 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건지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조희운 씨] "제가 와서 놀란 것은 지금도 여기는 교회가 살아 있어서 미국 교회를 가면 가득 찼어요. 교인들이 열성적이고,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교회들은 많이 비어 있고, 운영을 못 해서 텅 빈 교회가 많은데요. 놀란 것이 여기는 주민들이 아직도 많고, 아직도 믿음을 발견할 수 있고, 개척 정신, 신앙심, 이런 게 지켜지고 유지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봤어요"
웨스트버지니아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 한인들은 어느 정도나 있는지도 물어봤습니다.
[녹취: 조희운 씨] "한인들은 흩어져 살고 있어요. 웨스트버지니아 전체에 퍼져 살고 있는데, 약 2천 명 정도 산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모건타운(Morgan Town)'만 해서는 100명 정도, 학생 100명 정도 해서, 많을 때는 2~300명, 타운 주변까지 합치면 3~400명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모건타운은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이 있어서 대학촌입니다. 전체 인구는 주민들이 한 3만 명 되고요. 학생들이 3만 명, 그래서 한 6만 명 됩니다."
웨스트버지니아에 사는 한인 주민들은 한국의 산골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이곳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순옥 씨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김순옥 씨] "여기는 사실 온갖 산나물 다 있어요. 고사리, 두릅, 참나물... 없는 게 없어요. 웨스트버지니아 인삼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자제하고 있죠. 자연을 해치는 것 좋지 않기 때문이죠. 이곳은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공기 좋고 물 좋고. 저는 처음 여기 와서 미국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었어요. 여기는 제가 어릴 때 자랐던 한국과 같은 곳이에요. 여름밤이면 반딧불을 볼 수 있고, 처음 왔을 때는 이런 곳이 미국에도 다 있나 했습니다."
끝으로 조희운 씨에게 웨스트버지니아 주 자랑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녹취: 조희운 씨] "저는 버지니아도 살아봤는데 버지니아는 참 모범적인 주라고 생각해요. 안전하고. 고전적이면서 수도가 가까워 현대적이고 좋은 곳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그보다 더한 곳인 것 같아요. 정말 이런 데도 있구나, 살고 싶다 생각이 들 정도로...사람도 적고, 환경이 정말 좋아요. 특히 치안이 잘 되어 있어서 마음놓고 다녀도, 집에 문을 열어놓고 와도 걱정 안 되는 치안 잘 되어있는 곳입니다. 질서있고, 범법 행위 없어서 살기 좋고 그렇습니다. 워싱턴이나 버지니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신선한 경험입니다. 너무 사고가 없어서 경찰 할 일 없을 것 같은 곳이에요."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시간이 다 됐네요.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