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마다 높은 기념탑들이 한두 개쯤은 있죠. 미국도 물론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기념탑이 뭘까 물어보면, 상당수 사람들이 아마도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워싱턴 모뉴먼트(Washington Monument)', 워싱턴기념탑을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요. 미국에서 가장 높은 기념탑은 이 워싱턴 모뉴먼트가 아니라, 중부 미주리주에 있는 '게이트웨이 아치(Gateway Arch)'라는 기념탑입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미주리주로 떠나보겠습니다.
미주리는 미국 중부에 있는 주입니다. 내륙, 한가운데 있는 주다 보니까 동서남북으로 아이오와, 아칸소, 일리노이, 캔자스주 등 자그마치 8개의 주가 둘러싸고 있는 곳이네요. 주변 주들의 이름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 미주리주 역시, 농업을 주산업으로 하고 있고요. 미국 50개 주 중에서 그렇게 특출난 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워싱턴 D.C.나 뉴욕 같은 대도시도 아닌, 중부 미주리주에 미국에서 가장 높은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는 게 좀 의외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심지어 미국 사람들 중에도 미국에서 가장 높은 기념탑이 뭐냐고 물으면 대뜸 워싱턴기념탑이라고 대답했다가 미주리주의 게이트웨이 아치라고 하면 그제야 "아, 맞다"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거든요.
워싱턴기념탑은 높이 555ft, 170m이고요. 게이트웨이 아치는 630ft, 192m입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 한인회 최바울 부회장 도움말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최바울 씨] "게이트웨이 아치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기념탐입니다. 게이트웨이라는 게 관문이잖아요. 동부에서 서부로 갈 때 반드시 세인트루이스를 거쳐야 했습니다. 당시 세인트루이스는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였는데요. 동부에서 서부로 미시시피강을 건너려면 반드시 이곳 세인트루이스를 지나야 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시는 미주리주에서는 제일 동쪽 끝에 있는데요.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서부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해서 '게이트웨이 시티(Gateway City)'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미국인의 가치, 자유와 개척 정신을 잘 드러내는 미국에서 가장 큰 기념탑, 게이트웨이 아치가 세워졌다고 해요.
아치라는 게 마치 영어 U자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건축양식이잖아요. 그런데 그냥 일반 형태의 건물도 200m 높이라면 대단할 텐데요. 200m 높이의 초고층 건축물이 아치 형태로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겠죠? 거대한 강풍이나 허리케인에도 끄떡없는 이 위대한 건축물에 보는 사람마다 다 입이 벌어질 정도라고들 합니다.
[녹취: 최바울 씨] "거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미시시피강 서쪽으로 세인트루이스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일리노이주의 서쪽이 보이죠. 정말 굉장히 큽니다. 아치 밑에는 '루이스 앤 클라크(Lewis and Clark)'라는 탐험가들의 박물관이 있는데, 미시시피강 저 끝까지 탐험했던 모든 기록, 장비, 역사물들이 잘 보존돼 있습니다."
이런 지리적 위치 때문에 미주리주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댄 래넌 미주리주 전 관광청장은 소개하네요.
[녹취: 댄 래넌 전 미주리주 관광청장] "미주리주는 북부와 남부,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중요한 곳입니다. 1800년대, 아직 주가 되기도 전부터 미주리주는 상업의 요충지였습니다. 서부개척시대에는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중요한 길목 역할을 했죠. 또 '마더로드(Mother Road)'라고 하는 유명한 66번 도로가 있는데요.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까지 가는 그 국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우리 미주리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포니익스프레스(Pony Express)'도 이때 탄생했습니다. "
요즘이야 단 몇 초면 지구 이쪽에서 저쪽으로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내는 세상이 됐지만 미국에서도 동부에서 서부로 편지를 보내려면 일 년도 넘게 걸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포니익스프레스는 1800년대 중반 등장한 미국의 우편 제도인데요. 포니는 조랑말이란 소리죠. 포니익스프레스는 당시, 미주리주에서 캘리포니아까지 100번도 더 넘게 말을 갈아타가며 질주해 일 년 걸리던 편지를 한 달도 안 돼 급행으로 전달해주던 서부개척시대의 자랑거리였다고 하네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미주리주는 면적이 약 18만km², 북한의 약 1배 반 정도 되는 크기입니다. 미주리주의 최대 도시는 세인트루이스인데요. 하지만, 주도는 제퍼슨시티입니다. 최바울 세인트루이스 한인회 부회장 도움말입니다.
[녹취: 최바울 씨] "주도는 제퍼슨시티로 주 행정도시고요. 주 청사가 거기 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시가 가장 크고요. 그다음에 큰 도시가 캔자스시티입니다. 캔자스시티와 세인트루이스시는 정말 동과 서, 동쪽 끝과 서쪽 끝에 있는데요. 직선으로 약 4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캔자스시티는 도시가 반으로 나눠져 있어요. 반은 캔자스주, 반은 미주리주, 거리 하나를 두고 두 개 주가 관할하는데요. 도시 발전은 미주리주가 더 번화해요"
미주리주의 주 산업은 중부 주답게 농산물인데요. 댄 래넌 전 미주리주 관광청장 도움말입니다.
[녹취: 댄 래넌 전 미주리주 관광청장] "미주리주가 가장 많이 생산하는 건 옥수수와 밀, 콩 같은 겁니다. 농업이 미주리주 산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소나 닭, 돼지 같은 축산업도 많이 합니다. 미주리주에서 가장 강한 것 중의 하나가 자동차 산업인데요. 미국 3대 자동차 중의 2개, 포드와 쉐비가 미주리주에서 생산되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자동차 제조부문에서 10위 안에 드는 주고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는 디트로이트시에 이어 제2의 자동차 중심도시입니다. "
미주리주의 별명은 '쇼미 스테이트(show me state)'입니다. show me, 그러니까 보여달라, 증명해봐라, 대충 이런 의미인데요. 목화가 많이 생산돼서 'cotton state'라거나, 은이 많이 나서 'silver state'이라든가 이런 별명과는 다른, 좀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하는데요. 가장 널리 알려진 건 1899년, 미주리주 하원의원이었던 윌리엄 던컨 밴디버가 의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나는 미주리주에서 왔다, 당신들은 내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I am from Missouri, You have got to show me!" 라고 말한 다음부터 미주리주를 '쇼미 스테이트(show me state)'라고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가 하면 서부개척시대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는데요. 최바울 씨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최바울 씨] "옛날 미주리주가 서부로 가는 관문이었습니다. 동부에서 서부로 갈 때 미주리를 거치는데,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그래서 그런 의미가 있다고 저도 들은 이야기입니다. 당시 많은 동부 사람들이 서부 개척을 위해 골드 러시때, 또 웨스트무브먼트가 있을 때 세인트루이스를 거쳐 갔거든요. "
댄 레넌 전 미주리주 관광청장도 쇼미 스테이트 별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댄 래넌 전 관광청장]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친절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주리주 사람들이 좀 고집스러운 편이에요. 말하는 걸 그대로 잘 안 믿는 편이에요. 보여줘야 믿겠다. 고집스럽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도 보여주겠다, 우리도 그만큼 해줄 것이라는 자신감이나 신뢰를 나타내는 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여행, 시간이 다 됐네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