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어떤 넓은 땅이 펼쳐져 있는데, 그냥 달려가 깃발을 꽂기만 하면 그 땅의 임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얼마나 흥분되고 신나는 일일까요? 설마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어? 대부분 그런 말들 하실 텐데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 서부의 많은 주들이 그렇게 해서 발전한 곳들이죠. 미국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그 중 한 곳입니다. 서부 오리건주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오리건주는 미국의 서쪽, 태평양과 맞붙어 있는 주입니다. 바로 위에 워싱턴주가 있고요. 밑에는 캘리포니아주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부 주들처럼 오리건주 역시 주 전체 면적이 제법 큰 편입니다.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 조금 더 큰데요. 오리건주 관광청 아시아담당 홍보관 그렉 에크하트 씨의 설명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그렉 에크하트 오리건주 관광청 홍보관] "오리건주는 주 면적은 약 25만5천km²에, 4백만 명 정도 살고 있습니다. 주는 꽤 큰 편이지만 인구는 다른 곳에 비해 작은 편이죠. 50개 주 가운데서 면적은 9번째로 넓고요. 인구 순위는 50개 주 가운데서 39번째입니다."
오리건주가 큰 면적을 갖게 된 것은 옛날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있었던 '홈스테드 법'의 영향이 큽니다. 홈스테드 법이란 1800년대 중반 미국 정부가 서부 지역을 개척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주겠다고 한 법인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달려가서 깃발을 먼저 꽂는 사람이 그 땅을 차지하게 하는, 이른바 '랜드 러쉬'도 이 홈스테드 법에 따라 땅을 나눠주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죠.
물론 미개척의 땅이었고, 개척자들은 거친 황무지와 들소떼, 원주민들과의 전투 등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는데요. 오늘날 미국의 모습을 갖추는데는 이들 개척자의 용기와 개척 정신, 굵은 땀방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렉 에크하트 홍보관 도움말입니다.
[녹취: 그렉 에크하트 씨] "홈스테드 법 덕분에 동부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서부에 있는 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서부로 오는 여러 경로 중에서 특히 오리건 가도(Oregon Trail)가 유명했습니다. 오리건 가도는 3천2백km가 넘는 길인데, 루이스와 클라크라는 탐험가들의 공이 컸습니다. 이 개척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오리건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들도 땅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는데, 당시로써는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부 개척 열풍이 더 불었습니다. 오리건주에 오시면 오리건 가도의 일부를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
오리건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호소훈 씨의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녹취: 호소훈 씨] "미국이 서부를 개척해 나가는데, 처음 탐험가들이었죠. 루이스와 클라크라는 사람들이 이끈 오리건 트레일 원정대가 미시시피강을 넘어 여기까지 도착해서 오리건에 오리건 시티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가 그 원정대가 마지막 여정을 끝냈던 곳입니다. 그런 역사적 의미가 있죠. 그 사람들이 뚫어놓은 길을 따라 많은 인구가 서부로 유입된 거니까 오리건주의 역사는 미국 역사의 중요한 비중을 갖겠죠"
오리건주가 미국 연방에 가입한 건, 1859년, 50개 주 가운데서는 33번째였습니다.
서부 태평양 연안의 오리건주는 바다는 물론이고요. 거대한 호수에 순백의 산, 심지어 사막까지 있는 아주 다채로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오리건주를 한 바퀴 돌면 세계 일주를 한 것과 같다는 말도 다 있다고 하는데요. 오리건은 북쪽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내려가는 캐스케이드산맥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자연환경이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오리건 주민 호소훈 씨 도움말 들어보시죠.
[녹취: 호소훈 씨] "산과 바다, 호수, 사막이 다 있는 곳입니다. 캐스케이드산맥 동쪽은 울창하고 푸르고 호수, 강이 많고요. 동쪽으로는 사막, 광야 지대입니다. 모래 사막이 아니고, 애리조나나 유타에서 보는 것 같은 암벽, 황무지 사막입니다. 거기는 사람들이 별로 안 살아서 잘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오리건주는 풍부한 산림과 강, 호수, 다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는 곳입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오리건주의 주요 도시는 주도인 세일럼과 오리건의 최대 도시인 포틀랜드, 그리고 오리건 대학이 있는 유진 등이 있는데요. 이들 도시는 모두 캐스케이드산맥 서쪽, 그러니까 태평양 쪽에 자리하고 있다고 하네요.
[녹취: 호소훈 씨] " 오리건 메트로폴리탄, 도심 지역에 인구밀도가 높고 여기를 벗어나면 인구 밀도가 많이 느슨합니다. 포틀랜드에 300만 명 정도 살고 있고요. 유진이라는 곳, 대학 도시인데 좀 큰 도시고, 오리건 주도인 세일럼이 있습니다. 특별한 산업은 없지만 행정수도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고 이 세 도시 빼면 거의 그냥, 뉴저지나 워싱턴 사람들이 보기엔 그냥 마을 정도인 도시들밖에 없어요"
오리건의 날씨는 여름 평균 섭씨 20도 정도, 겨울 평균 섭씨 3도 내외, 한국보다는 덜 덥고 덜 추운 편이라고 하는데요. 대신 비가 많이 온다고 오리건 주민 호소훈 씨는 소개하네요.
[녹취: 호소훈 씨] "캘리포니아 북부부터 캐나다 밴쿠버까지 기후가 비슷해요. 온대 해양성 기후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그렇게 험한 날씨는 없습니다. 여름은 무덥지 않고, 겨울도 매섭게 춥지 않은 편이죠. 다만 우기가 있어서 9월 말부터 3월 초까지는 늘 비를 하루건너 한 번씩 본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해요. 북쪽 캐나다 밴쿠버, 시애틀, 오리건 남부까지 비슷한 기후입니다.
오리건의 최대 도시, 포틀랜드는 장미의 도시라는 아주 아름다운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이 기후가 큰 몫을 한다고 하네요.
[녹취: 호소훈 씨] "기후가 장미 자라기 좋은 곳입니다. 장미는 햇빛도 풍부하고, 물도 많이 먹는 식물인데요. 오리건은 겨우내 비가 오고, 땅이 비옥한 데다 여름엔 건기라 햇빛이, 일조량이 많아서 장미가 잘 자라는 기후예요. 5월부터 9월까지는 인간이 살기 최적의 기후 같아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사랑받는 꽃으로 첫 손에 꼽히는 건 장미가 아닐까 싶은데요. 향기로운 내음과 화려한 자태, 사랑을 상징하는 꽃말까지, 장미는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꽃이죠. 그런데 포틀랜드의 6월은 그야말로 장미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장미 전시회도 열리는데요.
[녹취: 오리건 장미 축제 현장음] 한적한 전원의 주, 오리건이 전 세계 각국에서 온 방문객들로 가장 북적북적해지는 때도 바로 이때라고 하네요.
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여행, 시간이 다 됐는데요. 다음 주에는 오리건 주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조금 더 살펴볼게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