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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8개국 입국금지 합헌"...유타주 국가기념물 대폭 축소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 대벙원 건물.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 대벙원 건물.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연방대법원이 특정 국가 출신 시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타주에 설정된 국가기념물의 면적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매년 미국 예술계에 영향을 끼친 공로자들을 선정해 수상하는 ‘케네디센터 공로상’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예년과 달리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어제(4일) 연방대법원이 특정 국가 시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조치의 효력을 인정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9월 24일에 나온 대통령 포고문의 전면 시행을 허용한 건데요. 대법관 9명 가운데 7명이 행정부 손을 들어줬습니다. 반면 진보 성향을 지닌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과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반대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이번 결정의 배경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는데요. 하급법원인 연방 항소법원에 이 조처의 적법성을 빨리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소송 대상이 된 포고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기자) 8개 나라, 그러니까 이란,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차드, 북한, 그리고 베네수엘라 시민들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제한한다는 내용입니다. 가령 북한인의 미국 입국은 일절 금지됐지만, 베네수엘라 같은 경우는 일반 시민이 아니라 몇몇 정부 관리만 미국 입국이 금지됐습니다. 그리고 이란 시민의 경우에는 강화된 신원조회를 거친 교환학생만 미국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진행자) 원래 10월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포고문대로라면 10월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어야 했지만,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었습니다. 하지만 어제(4일) 연방대법원 결정으로 해당 조처가 전면적으로 발효됐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 출신 시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처를 여러 차례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세 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에 취임하자마자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 신도인 7개 나라 출신 시민과 난민의 미국 입국을 잠정적으로 금지한 바 있었고요. 이어 3월 들어 이라크를 입국 금지 대상에서 뺀 두 번째 조처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9월에 수단을 빼고 북한과 차드, 베네수엘라를 추가한 세 번째 명령을 발표한 겁니다.

진행자) 해당 조처가 나올 때마다 반발이 거셌고, 이에 대항해 소송이 제기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각지에서 소송이 줄을 이었는데요. 그런데 하급 연방 법원들이 거의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조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 10월에 하와이와 메릴랜드 연방 지방법원에서 나온 판결이 눈길을 끄는데요. 먼저 하와이 연방 지법의 데릭 K. 왓슨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명령이 이전 행정명령처럼 문제가 있다면서 이 조처가 분명히 국적에 따른 차별이며 이는 연방법과 미국의 건국이념에 어긋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메릴랜드 연방 지법의 데오도르 D. 추앙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과 인터넷 트위터에 한 말을 보면 해당 조처가 분명하게 이슬람교도들을 차별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두 연방 지법은 북한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조처의 효력은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조처가 하급 연방 법원에서 속속 발목이 잡힌 셈이었는데, 그럼 이번 대법원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에 나름 큰 승리하고 할 수 있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제프 세션스 연방 법무부 장관이 어제(4일) 성명을 냈는데요. 대법원 결정이 미국인의 안전과 안보를 위한 실질적인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세션스 장관은 그러면서 헌법이 모든 형태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할 책임과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처를 다시 옹호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대법원 결정이 놀랍지 않다면서 대통령의 조처가 미국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반면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측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소송을 낸 주체 가운데 하나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판결에 실망감을 나타냈는데요. 오마르 재드왓 ACLU 대표는 여행금지 조처가 발효돼 유감이라면서 연방 항소법원에서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미국-이슬람관계 위원회 측은 이번 판결이 이슬람교도와 소수민족을 고립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법원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준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 건은 이번 연방 대법원 결정으로 모두 끝이 난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일단 연방순회항소법원 2곳에서 하와이와 메릴랜드 연방 지법의 판결을 계속 심리합니다. 하와이 지법 판결은 내일(6일) 제9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그리고 메릴랜드 지법 판결은 오는 8일 제4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심리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든 소송이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큰데요. 이번에 대법원이 여행금지 조치 시행을 전면 허용한 것을 지적한 것을 보면, 대법원에서도 행정부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의 주의사당 건물에서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의 주의사당 건물에서 연설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국가기념물이라면 자연환경이 아름답거나 역사적, 과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곳을 말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기념물 두 곳을 축소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4일) 미국 서부 유타 주를 찾았는데요. 유타에 있는 베어스이어스와 그랜드스테어케이스-에스칼랑트, 두 국가기념물의 범위를 크게 줄인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트럼프 대통령] Trump “I’ve come to Utah to take very historic action…”

기자) 네, 매우 역사적인 조치를 하기 위해 유타에 왔다면서, 도를 넘어선 연방 정부 조치를 뒤집고 이 땅에 대한 권한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50만ha가 넘는 베어스이어스 면적을 80% 이상 줄였고요. 그랜드스테어케이스-에스칼랑트 역시 절반 수준으로 범위를 축소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조처를 내린 이유가 뭔가요?

기자) 공유지를 연방 정부 규제에서 풀어서 주 정부와 주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겁니다. 국가기념물로 지정된 곳에서는 자원개발이나 목축, 건설이 제한되지 않습니까? 따라서 현지 정치인이나 주민들은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며 반대해 왔습니다. 특히 베어스이어스는 지난해 지정 당시부터 찬반 논란이 있었죠.

진행자)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축소한 두 기념물은 모두 민주당 대통령이 지정한 곳이죠?

기자) 맞습니다. 베어스이어스는 지난해 전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직전에 기념물로 지정했고요. 그랜드스테어케이스-에스칼랑트는 1996년에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지정했습니다. 국가기념물은 연방 의회에서 법으로 지정해야 하는 국립공원과 달리 1906년에 제정된 유물법에 따라서 대통령이 지정할 수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유물법이 꼭 필요한 곳만 국가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게 하는데, 이전 정권이 이런 기준을 무시하고 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처에 대한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유타 정치인들과 개발업자, 목축업자들은 크게 환영했는데요. 하지만 환경 단체와 미국 원주민 인디언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베어스이어스 국가기념물은 이 지역 인디언들이 성지로 여기는 곳인데요. 나바호, 우테 등 5개 원주민 인디언 부족은 어제(4일)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대통령이 국가기념물 지정을 철회하거나 면적을 축소한 일이 있었는지요?

기자) 지정을 철회한 일은 없는데요. 하지만 면적을 축소한 일은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처럼 연방 정부 조처에 항의해 법적으로 소송이 제기된 일은 없었죠. 나바호 인디언 측은 과거 축소 조처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데요. 1906년 유물법은 대통령에게 국가기념물을 지정할 권한을 줄 뿐, 이를 수정하거나 뒤집을 권한을 주진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올해 케네디센터 공로상을 수상한 무용가 카르멘 데 라발라데 씨가 지난 3일 수상식장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올해 케네디센터 공로상을 수상한 무용가 카르멘 데 라발라데 씨가 지난 3일 수상식장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 문화계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들을 선정해 수상하는 ‘케네디센터 공로상(Kennedy Center Honors)’ 시상식이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문화공연장인 케네디센터가 수여하는 ‘케네디센터 공로상’은 미국에서 예술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는데요. 지난 주말, 영예의 수상자들을 위한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2일 저녁엔 국무부에서 공로상 수여식과 수상자들을 위한 만찬 행사가 열렸고요. 3일엔 케네디 센터에서 수상자들을 위한 헌정 공연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진행자) 올해 케네디센터 공로상이 40주년을 맞았다고 하던데 올해는 어떤 예술가가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기자) 네, 올해는 유명 TV 프로듀서인 노먼 리어 씨와 무용가인 카르멘 데 라발라데 씨, 대중 가수인 라이오넬 리치 씨와 글로리아 에스테판 씨, 그리고 힙합 가수인 LL 쿨 J 이렇게 5명이 선정됐습니다.

진행자) 힙합 가수가 케네디센터 공로상을 받은 건 처음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힙합이란 흑인들 사이에서 시작된 자유롭고 역동적인 리듬의 음악인데요. LL 쿨 J가 케네디센터 공로상 사상 처음으로 힙합 분야 출신의 수상자로 선정된 겁니다. 쿨 J는 또 49살로 최연소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는데요. 반면 극작가인 로먼 리어 씨는 올해 95살로 최고령 수상자, 또 가수 글로리아 에스테판 씨는 첫 쿠바계 미국인 수상자란 기록을 남겼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올해 공로상 행사에는 중요한 한 사람이 빠졌다고요?

진행자) 맞습니다. 케네디센터 공로상 행사에는 매년 대통령이 참석해 예술인들을 격려하는 게 전통인데요. 지난 40년 동안 대통령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영부인이라도 꼭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극작가 리어 씨와 무용가 라발라데 씨가 대통령이 행사에 오면 자신들은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러자 백악관은 지난 8월 성명을 내고 수상자들이 정치적 방해 없이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수상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가수 글로리아 에스테판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는데요. 정치적 논란으로 평생에 이룬 예술적 성취가 무색해진다면 애석한 일이 됐을 거라는 겁니다. LL 쿨 J 역시 정치보다는 음악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국무부에서 있었던 만찬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무장관 주재로 진행됐다고요?

기자) 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2일 수상자들을 격려하고 만찬을 베풀었고요. 다음 날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헌정 공연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 공연은 관객은 물론 수상자들에게도 출연자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서 그야말로 깜짝 무대가 이어지는데요. 헌정 공연 실황은 오는 26일 TV로 방송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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