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의 현행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의 개인 의무가입 조항을 폐지할 경우 정부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의회조사국(CBO) 분석이 나왔습니다.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한 로이 무어 전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공군 조종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현행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데, 오바마케어 폐지의 영향을 분석한 정부 수치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초당적 조사 기관인 의회조사국(CBO)이 오바마케어의 핵심 항목 가운데 하나인 개인 의무조항을 폐지하는 데 따른 영향을 8일 발표했는데요. 이 조항이 없어질 경우 앞으로 10년간 정부 적자가 3천380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보험 가입자 역시 1천300만 명 줄어들 것으로 CBO는 예측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정부 재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건강보험을 잃는 국민이 많아진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의무가입조항을 없애면 건강보험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빠져나오게 되겠죠? 또 CBO는 의무가입조항이 사라질 경우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지금보다 평균 10%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렇게 되면 비싼 보험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보험에 들지 못하는 사람도 나올 겁니다.
진행자)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이자 또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의무가입조항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건강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대신 연방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서 의료비 부담을 낮추도록 했는데요. 이 '의무가입'이나 '가입거부 시 벌금 징수'라는 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에 가입할지는 개인 선택사항인데 국가가 간섭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있고요. 또 벌금 조항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제일 먼저 추진한 것도 바로 이 오바마케어 폐지였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이 반대해 관련 법안이 번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는데요. 그러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행정명령을 발표해서 오바마케어 일부 조항의 효력을 무력화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대통령 행정명령은 의무가입조항 폐지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신 현행 건강보험의 제한 규정을 일부 완화한다는 내용입니다. 보험회사들이 혜택을 줄이더라도 좀 더 싼 보험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고요. 중소기업들이 주 경계를 넘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에 이어 연방 보건후생부는 세출법에 근거하지 않은 연방정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법원에 통보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 CBO의 발표가 오바마케어 폐지를 주장하는 공화당 측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기자) 공화당 측에서는 환영할 만한 분석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건강보험 개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동시에 세제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공화당이 주도한 세제개편안은 국민의 세금을 줄이겠다는 목적인데, 세금 감면으로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건강보험 의무가입조항을 폐지해 재정적자가 줄어들 수 있는 점을 강조하면, 세제개혁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개혁에도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국민들 시각에서 보면 어떨까요?
기자) 정부 적자가 줄어드는 건 분명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보험을 잃는 사람이 늘어날 거고요. 특히 다른 조항을 손보지 않고 의무가입 조항이 없어지면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은 국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로 뽑힌 로이 무어 전 주 대법원장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어제(9일) 단독 보도한 내용인데요. 무어 후보가 지난 1979년 당시 14세였던 레이 코프먼 씨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입니다. 신문은 또 무어 후보가 코프먼 씨 외에도 다른 10대 여성 3명에게도 접근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진행자) 코프먼 씨가 폭로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지난 1979년 어머니와 함께 법원에 갔었는데, 당시 지역 검사였던 무어가 접근했다는 겁니다. 당시 코프먼은 무어에게 집 전화번호를 줬고요. 이후 두 사람은 두 차례 따로 밖에서 만났다는데요. 코프먼 씨는 무어가 이때 자신에게 입맞춤하거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자신을 추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어는 당시 나이가 30대 초반이었습니다.
진행자) 이 폭로가 사실이라면 명백한 성추행인데, 왜 이제야 이런 사실을 밝힌 건지 궁금하군요?
기자) 당시 친한 친구들한테는 이 사실을 얘기했지만, 공개적으로 이 사실을 밝히지는 못했는데요. 그 이유가 관직에서 승승장구하는 무어에게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워서 그랬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럼 코프먼 씨가 워싱턴포스트에 이런 사실을 제보한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최근 치러진 앨라배마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을 취재하던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무어 후보가 과거에 어린 여성들에게 접근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요. 이를 근거로 후속 취재에 나서서 코프먼 씨 등 여성 4명을 인터뷰하고 해당 기사를 내보낸 겁니다.
진행자) 코프먼 씨를 제외하고 다른 여성 3명의 제보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성추행을 당했다는 건 아니고요. 모두 무어가 자신들에게 접근해서 따로 만났다는 겁니다. 이 가운데 1명은 무어가 자신에게 입맞춤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들 제보자의 나이는 당시 16세에서 18세 사이였습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가 언급한 여성 4명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진행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무어 후보는 미국 안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무어 후보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에다 강경 보수파인데요. 앨라배마주 대법원장 자리에서 두 번이나 쫓겨난 전력이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일로 그랬던 건가요?
기자) 처음에는 앨라배마주 관공서 앞에 설치된 기독교 십계명 조형물을 철거하라는 연방 법원의 명령을 거부해서 그랬고요. 두 번째는 동성결혼을 허용하라는 연방 대법원의 지시를 거부했다가 해고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로 뽑힌 거군요?
기자) 네.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연방 법무부 장관으로 가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한 보궐선거가 다음 달 12일에 열리는데요. 이를 앞두고 지난 9월 말에 열린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습니다. 무어 후보는 특히 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지원을 받은 현역 의원을 꺾어 화제가 됐습니다.
진행자) 그럼 무어 후보 쪽에서는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물론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무어 후보는 워싱턴포스트에 성명을 보냈는데요. 제기된 의혹이 완전히 거짓이고 이는 자신을 겨냥한 민주당과 워싱턴포스트의 절박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무어 후보는 또 어제(9일) 인터넷 트위터에도 글을 올렸는데요. 오바마-클린턴을 추종하는 진보 매체가 자신을 겨냥한 더러운 공격을 개시했다며 자신의 침묵을 원하는 쪽과 영적 싸움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쪽에서는 이 보도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는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후보에서 바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상원에서 제프 플레이크 의원, 테드 크루즈 의원 그리고 존 매케인 의원 등도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도 논평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길에 동행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논평을 내놨는데요. 보도가 의혹 제기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무어 후보가 합당한 일을 하고 물러날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믿는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영화업계에서 처음 불거진 성추문 의혹이 정치권 등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 모습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9일)는 미국의 유명 희극인(코미디언) 1명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고요. 최근에는 공영방송 NPR의 마이클 오레스크 편집장, 유명 배우 더스틴 호프만과 케빈 스페이시 씨를 둘러싼 성추행 의혹도 폭로된 바 있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 공군의 조종사 부족 실태가 심각하다는 소식이죠?
기자) 네. 헤더 윌슨 공군 장관이 어제(9일) 국방부에서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인데요. 공군 조종사가 약 2만 명이 필요한데, 지난달 기준으로 약 2천 명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진행자) 적정치에서 10% 정도 부족한 셈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윌슨 장관은 조종사 수가 수행해야 할 임무와 비교해 턱없이 적다면서 그 결과, 업무 부담이 심하다고 밝혔습니다. 윌슨 장관은 지난주 17번째 파견에서 돌아온 조종사를 만났다면서 공군 조종사들이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 공군 관계자는 VOA에 특히 전선에서 싸울 전투기 조종사가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 공군에서 현재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조종사들이 상당히 많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투입되고요. 유럽에서도 임무를 수행하고 최근에는 북한을 압박하는 비행 임무도 추가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요즘엔 재해 구호 업무에도 공군기가 투입되는데요. 윌슨 장관은 공군 자산을 거의 한계치까지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데이비드 골드파인 공군 참모총장은 미 공군기가 지난 석 달 동안에만 약 1만4천 회를 출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여름에 공군 조종사 수가 약 500명 정도 부족하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기억이 있는데, 그새 상황이 많이 나빠졌네요?
기자) 맞습니다. 윌슨 장관은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조종사 부족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조종사 수가 이렇게 부족해진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윌슨 장관이 이 부분도 언급했는데요. 윌슨 장관은 먼저 ‘시퀘스터’를 들었습니다. 돈 문제라는 말이죠.
진행자) ‘시퀘스터’라면 정부 재정적자가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나라 예산을 자동으로 줄이는 제도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시퀘스터가 시행되면 자동으로 국방예산도 줄어드는데요. 시퀘스터 여파로 공군 조종사를 뽑을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는 겁니다. 골드파인 공군 참모총장은 시퀘스터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군이 무너진다는 생각에 밤에 잠도 안 온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느 나라든지 공군 조종사들의 이직도 문제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기자) 네. 그런 현상은 미국에도 적용됩니다. 최근 민간 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공군 출신 조종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요인이고요. 또 잦은 해외 배치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이를 부담으로 느끼고 공군을 떠나는 경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공군은 조종사 이직을 막기 위해 수당을 인상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예산이 없어서 대책 마련이 힘들다고 합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정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