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합니다. 자세한 일정과 의제 살펴보겠고요. 미국 정부가 여당 압승으로 끝난 베네수엘라 지방선거의 공정성을 비판한 소식, 이어서 미 법무부가 일본 유수 철강회사 ‘고베제강’의 품질조작 자료를 요구한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5개국 순방 일정이 확정됐군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3일부터 14일까지 중국과 한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을 순방하는 일정을 어제(16일) 백악관이 공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유럽과 중동을 찾은 적은 있고요, 아시아에 가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찾는 목적은 뭔가요?
기자) 북한 핵 문제가 첫 손에 꼽힙니다. 백악관은 지난달 29일 아시아 방문 계획 발표와 함께 배포한 자료에서, 순방 목적에 대해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국제적 결의를 강화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시아 지도자들을 만나 북한 핵 문제에 공조를 다지는 게 중심 의제라는 건데요. 이 밖에 중국과 한국을 상대로 가중된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 ‘무역불균형’을 해소할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일정이 어떻게 짜였는지 살펴보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간으로 다음 달 3일 워싱턴을 출발해, 하와이에 있는 미군 태평양사령부를 먼저 방문합니다. 여기서 지역 현황을 보고받은 뒤, 일본군 공습으로 2차대전이 시작된 진주만의 ‘애리조나’함 기념관을 방문하고요. 이어서 현지 시각으로 5일, 일본 도쿄 방문 일정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순서로 찾게 되는데요. 지도를 놓고 보면 가장 동쪽에 있는 일본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원을 그리듯이 순방 일정이 진행됩니다.
진행자) 각 나라에서 어떤 일을 진행하나요?
기자) 일본에서는 현지 주둔 미군과 자위대 장병들을 함께 만날 예정이고요.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이 계획돼 있습니다. 노가미 고타로 일본 관방부 부장관은 오늘(17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이 아시아 순방 중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다”고 발표하면서, 북한을 비롯한 안보환경이 엄중해지는 가운데, 양국 동맹의 확고한 유대를 세계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두 정상이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함께 만날 예정이라고 소개했는데요. 노가미 부장관은 납북 일본인 문제를 두 나라 정상이 다루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 다음엔 한국으로 가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2박 3일 일정을 소화한 뒤 한국으로 향하는데요. 7일 서울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하고, 국회에서 연설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연설하는 건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이후 24년 만인데요. 연설 내용에 대해 백악관은 “양국 간의 오랜 동맹을 강조하고, 국제 사회에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에 동참하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북한과 맞대고 있는 비무장지대(DMZ)도 방문할 예정이라고요?
기자)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가기로 했다가 안전 문제 등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16일) 기자들에게 “한 번 (일정을) 보자”면서 판문점 방문을 여전히 고려중임을 밝혔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을 방문한 “모든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DMZ(비무장지대)를 찾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지금이 비무장지대를 찾아 북한에 메시지를 던지기에 중요한 시점이라고 힐 전 대사는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의제를 논의합니까?
기자) 북핵 공조가 정상회담 최우선 의제라는데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사이 이견이 없는데요. 무역 현안을 놓고서는 양측이 어려운 대화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나라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폐지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는데요. 한국은 현행 규정대로 이끌어 나가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양측이 FTA 개정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어서 중국으로 가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8일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데요.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한편, 다양한 경제· 문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역시 북핵 문제가 최고 의제로 꼽히는데요. 그 동안 양국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라고 꾸준히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 주석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도 관심사입니다.
진행자)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는 어떤 일정이 예정됐나요?
기자)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합니다. APEC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함께 나서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연설을 통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11일) 쩐 다이 꽝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요. 12일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 아세안) 창설 5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합니다. 13일에는 미-아세안 회의 40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할 예정이고요, 이어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합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비판했다고요?
기자) 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어제(16일) 브리핑을 통해, “자유와 공정성이 결여된 어제(15일) 베네수엘라 선거를 비판한다”고 밝히고, “마두로 정권의 권위주의적 독재” 행태로 규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전폭적인 제재와 압박도 예고했는데요.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모든 경제·외교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성명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위협과 조작, 투표 방해로 베네수엘라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면서 선거 절차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선거 결과가 어땠나요?
기자) 베네수엘라 23개 주 지사를 뽑는 지방선거가 지난 일요일(15일) 실시됐는데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 후보가 17개 주에서 당선되면서 완승했습니다. 야당인 국민연합회의(MUD)는 5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는데요. 투표일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집권당이 절반 이상 지역에서 패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개표결과 전체 유효투표의 54%를 얻었고요. 이를 통해 6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를 석권한 겁니다.
진행자) 선거결과를 예상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율, 또 당선자 수에 크게 차이가 나네요?
기자) 네. 그래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이번 선거를 “조작”이라고 규정한 건데요.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사전 공지 없이 선거일 직전에 투표장소를 변경하고, 야당 우세 지역에는 투표시설 공급을 제한하는 등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행한 구체적인 투표 조작과 불공정 사례 들을 밝혔습니다. 미국의 ‘포브스’지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23석 가운데 14~17석을 차지해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적으면서, “선거가 조작된 게 아니라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랑스 외교부도 베네수엘라 선거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면서, “개탄스럽게 보고 있다”는 성명을 냈는데요. “유럽연합(EU)국가들과 공조해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는 현재 민주주의 후퇴와 관련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죠?
기자) 네. 극심한 경제난과 독재 논란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의 퇴진 요구를 받아온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7월 일방적인 선거로 출범시킨 ‘제헌의회’를 통해 기존 의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는데요. 제헌의회 구성 직후 미국은 마두로 측 인사들의 자산을 동결시키는 등 제재를 가했습니다.
진행자) 미 법무부가 일본 철강회사의 품질 조작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다고요?
기자) 네. 일본 유력 철강회사인 ‘고베제강’이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 저질 생산품에 합격 판정을 내려 시장에 공급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는데요. 미 법무부가 이 같은 품질 조작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오늘(17일) 일본 현지 언론과 경제전문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회사의 품질 조작 문제에 미국 정부가 나선 이유가 뭐죠?
기자) 고베제강의 주요 생산품이 알루미늄, 구리, 철강 자재인데요. 자동차나 항공기 부품에 많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고베제강 제품이 도요타 같은 일본 자동차 뿐 만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같은 미국 자동차에도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고요. 미국 항공기 제작회사인 ‘보잉’에도 납품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항공기와 자동차 주요 부품으로 쓰이는 자재가 불량품이었다면,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선 것으로 매체들은 풀이했습니다.
진행자) 고베제강이 저질 생산품을 납품한 회사들이 일본 기업뿐만 아니라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고베제강 측은 문제가 된 제품을 납품한 대상이 500여개사라고 밝혔는데요. 일본과 미국에 해당 제품이 공급된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현대자동차, 영국 고속철도에도 문제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오늘(17일) 보도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 때문에 대량 부품 교환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 동안 불량품 납품 때문에 생긴 관련 비용을 전액 고베제강 측에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얼마 동안이나 이런 일이 진행된 건가요?
기자) 고베제강이 품질을 속인 사례가 40년에서 5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내부 증언을 오늘(17일) 일본 현지 언론이 일제히 전했습니다. 수준을 밑도는 저질품을 출고하는 일을 ‘도쿠사이(특채)’라고 부르면서, 반세기 가까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이런 부정행위를 전승해왔다는 증언인데요. 꼼꼼하고 정성스러운 제조공정으로 품질을 인정받아온 일본산 제품의 세계적 명성이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현지 언론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정부가 지적한 일본 제품의 품질 문제,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미 법무부는 에어백 결함을 숨긴 일본의 ‘다카타’사를 고발해 지난 1월 10억달러 벌금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에어백은 자동차 내부에 설치하는 안전장치인데요. 작동할 때 금속 파편이 튀는 등 결함을 업체측이 은폐했다가 미국 플로리다주 등지에서 사망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한때 전세계 에어백의 5분의 1을 만들던 다카타는 벌금 판결 이후 파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