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흑인을 총으로 쏜 백인 경관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항의하는 시위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서 사흘째 벌어졌습니다. 시카고 소재 연방법원이 불법체류자들을 보호하는 도시들에 지원금을 제한하는 연방정부의 조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미국 서부 지역에 계속되는 산불로 올해 산불 진화 비용이 사상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소식, 차례로 알아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세인트루이스시에서는 백인 경관에 대한 무죄 평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어제(17일)도 이어졌다는 소식이 들어왔군요?
기자) 네. 어제(17일)까지 연 사흘째입니다. 흑인을 사살한 백인 경관이 무죄를 받은 것에 항의하는 시위였는데요. 시위대가 경찰 명령을 듣지 않고 유리창을 깨고 고속도로 입구를 막는 등 폭력사태가 발생하자 경찰이 최루액을 사용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8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오늘(18일)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시위대를 화나게 한 게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네. 지난 2011년에 제이슨 스토클리란 이름의 한 백인 경관이 흑인 운전자를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입니다. 당시 스토클리 경관은 마약 거래가 의심된다며 흑인 앤서니 라마 스미스 씨가 몰던 차를 세웠는데요. 이때 스미스가 총을 쏘려는 것처럼 보여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정당방위라고 했으니까 스토클리 경관은 역시 무죄를 주장했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하지만 스토클리 씨는 일급살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했는데요. 지난 15일에 무죄판결이 나오면서 이 판결에 화가 난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격렬하게 항의 시위를 벌인 겁니다.
진행자) 미주리주에서는 몇 해 전에도 경찰 총격 사건 때문에 거센 항의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4년이었죠?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데요. 당시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 군이 백인 경관 총에 맞아 숨졌는데,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퍼거슨시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서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퍼거슨시는 세인트루이스에서 가까운 곳인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흑인의 목숨이 중요하다(Black Live Matters)’란 운동이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퍼거슨 사태를 생각하면 세인트루이스 시 당국과 현지 경찰 당국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거의 폭동에 가까운 시위가 발생해서 피해가 컸었는데요. 이번 세인트루이스 시위에서는 첫날에 33명이 체포됐고 경관 10명이 다쳤습니다. 토요일(16일) 이틀째 시위에는 일부 시위대가 망치와 몽둥이를 들고 나타나기도 했는데요. 이날 적어도 9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세인트루이스시 경찰 책임자는 일부 시위대가 과격한 행동을 하자 어제(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 행위를 엄하게 다스리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시 로렌스 오툴 경찰국장 대행은 시민들의 의사 표현을 계속 허용하겠지만, 시민과 경찰의 안전을 위해 폭력 행위와 기물 파손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오툴 경찰대행] “We will continue to…”
기자) 현지 경찰 측은 권총과 유독 화학물질이 든 플라스틱병을 발견했다면서 이번 시위가 평화시위가 아니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여론조사를 하나 발표해서 눈길을 끕니다. 바로 백인 민주당원들이 흑인 민주당원들보다 경찰에 호의적이라는 것인데요. 세인트루이스 사태와 관련해서 주목됩니다.
진행자) 민주당원이라면 대개 경찰의 인권 침해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졌다고 추정하는데, 그 안에서도 인종 별로 생각이 갈린다는 말이군요?
기자) 네. 조사를 해보니까요. 백인 민주당원 가운데 71%가 경찰에 우호적인 생각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흑인 민주당원은 32%만 경찰에 우호적이었습니다.
진행자) 미국 평균으로는 경찰에 대한 호감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미국인 전체로는 64%가 경찰을 우호적으로 생각한다고 하는군요. 이 비율을 인종 별로 보면요. 경찰을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백인은 73%, 흑인은 30%입니다. 차이가 상당히 크죠? 또 백인 민주당원과 일반 백인의 우호도가 별 차이가 없는 것이 눈에 띄는데요. 백인 공화당원 같은 경우 이 비율이 87%에 달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몇몇 주 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 문제를 놓고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와 관련해 지난주에 눈길을 끄는 법원 결정이 나왔군요?
기자) 네. 시카고에 있는 연방법원의 결정인데요. 연방정부가 불법 이민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지역에 연방 지원금을 중단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는데, 이 지침의 시행을 정지시키는 명령을 내린 겁니다. 이번 법원 명령은 시카고뿐만이 아니라, 미 전역에 적용됩니다.
진행자) 시카고시도 ‘sanctuary city’, 이른바 ‘피난처’를 제공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 ‘피난처’라는 것이 무슨 말입니까?
기자) 말 그대로 미국 안에 있는 불법 이민자들이 잡히거나 추방되지 않기 위해 피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을 잡아서 모두 추방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죠?
기자) 맞습니다. 그러자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몇몇 대도시가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지역에서는 불법 이민자를 신분 때문에 검문하거나 수감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피난처를 제공하는 도시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지 않았습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그래서 해당 도시들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지난 7월에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범죄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 도시에 사법·치안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불법 체류 중 범죄를 저질러 체포된 이민자가 구금시설에서 석방되기 최소 48시간 전 이를 이민세관단속국(ICE)에 통지하고, 이민국 요원이 지역 수감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지키기 않으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것이었죠.
진행자) 이 조처에 시카고시에 볼복하고 소송을 낸 것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담당 판사는 연방 정부 방침이 시카고시와 이민자 사회에 큰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시카고 측 주장에 동의했고요, 정식 재판에서 불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예비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한편 엠마누엘 램 시키고 시장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연방정부가 법원의 판결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로스앤젤레스 주 상원에서 지난 16일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통과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로스앤젤레스시도 불법 이민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지난 16일에 캘리포니아주 상원에서 ‘상원 법안 54호(Senate Bill 54)’가 통과됐는데요. 핵심 내용이 주 정부와 지역 정부의 사법당국이 연방 이민국과 협력하는 것을 제한하고 주 정부 관리가 이민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누군가를 심문하거나 가두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진행자) 지역 정부 관리들이 연방 이민국하고 협력해서 역내 불법체류자들을 찾아내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것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물론 단서는 있습니다. 명백하게 범죄를 저지른 불법이민자 경우에는 연방 이민국하고 협력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경우에는 불법이민자와 관련해 연방 정부와 협력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참고로 로스앤젤레스시는 시카고시, 샌프란시스코시 등과 마찬가지로 법무부 보조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올해 미국의 산불 진화 비용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0억 달러를 초과하면서 지난 2015년의 17억 달러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농무부의 소니 퍼듀 장관은 목요일(14일) 발표한 성명에서 농무부 내 산림국 전체 예산에서 산불 진화 작업에 드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과거엔 전체 예산의 15%에 불과했던 소방비가 최근 몇 년간 55%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겁니다. 퍼듀 장관은 따라서 벌목이나 병충해 예방 등 산림 관리에 사용해야 하는 돈을 소방작업에 계속 끌어다 쓰는 형편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산불 진압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건 그만큼 산불이 많이 나고 있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최근 미 남부지역에 초강력 허리케인이 잇따라 상륙해 막대한 피해를 남기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남부 해안 지역에 쏠렸는데요. 서부 지역에선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올여름 미 서부 여러 주에서 76건 이상의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캘리포니아와 몬태나주 등에선 산불로 인한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올해 산불이 이렇게 많이 발생한 이유가 뭘까요?
기자) 사실 올해 초만 해도 그렇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지난겨울에 예년보다 많은 눈이 내리면서 가뭄도 해소하고 풀도 무성해졌다는데요. 하지만 봄이 되면서 갑자기 여름 날씨를 보이는 등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생각보다 눈이 빨리 녹았다고 합니다. 거기다 또 여름엔 서부 지역이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는데요. 덥고 건조한 날씨로 초목이 바짝 마르면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는 겁니다. 산림국 측은 올해 산불진압 작업에 들어간 돈도 역대 최대지만, 산불이 난 면적과 산불 기간 또한 기록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피해 규모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됩니까?
기자) 올해 산불이 태운 면적은 3만2천㎢로 지난 10년간 이 정도의 피해를 본 적은 지난 2012년과 2015년 딱 두 해에 불과합니다. 대형 산불이 이어지면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들이 소실되는가 하면 산불로 발생한 매연으로 인해 심각한 대기 오염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산불진압을 위해 투입된 자원도 상당하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진화 작업을 위해 투입된 인력이 2만6천 명에 이르고요. 200대의 헬리콥터와 1천800대의 트럭, 28대의 살수헬기가 진화 작업에 투입됐는데요. 지역에 따라선 군용 헬기까지 동원됐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러면서 예산 부족으로 이어지게 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퍼듀 장관은 이렇게 산불의 규모가 커지고 기간이 늘어나면서 현재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허리케인이나 지진과 같은 다른 대형 자연재해처럼 산불 진화에도 의회가 승인하는 비상 기금이 투입돼야 한다며 의회의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산불 진압을 위해 의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 것이 처음은 아니죠?
기자) 네, 지난 2014년에 민주당의 론 와이든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의원이 나서서 대형 산불을 자연재해로 간주하고 대응할 것을 제안하는 법안을 마련했고요.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를 지지했지만, 입법에는 실패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