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도성민기자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의 한국을 보여주는 가장 뜨거운 소식, 어떤 이야기들이 있습니까?
기자) 찜통 같은 가마솥 더위에 사람과 가축, 어류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를 조명한 영화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개봉 7일만에 500만 명이 봤다는 화제의 영화 ‘택시운전사’소식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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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걱정스럽군요.
기자) 이제는 그칠 때도 됐는데, 시원해질 때도 됐는데 하며 폭염이 가시기를 기다리는 한국사람들의 바람이 오늘도 이어졌습니다. 밤늦게 남부지방부터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는 예보가 있어서 인지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뜨거운 햇살이 조금은 약해진 듯 했는데요. 오늘은 폭염의 열기가 한국 중북부 지역으로 모여 수일째 폭염에 허덕이던 서쪽지역에 숨통이 트였지만 보건당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폭염피해 집계가 올 여름 심각한 무더위 상황을 확인케 했습니다.
진행자) 어제도 폭염 피해상황을 짚어 봤는데, 더 심각한 모양이군요.
기자) 밭에서 일하다가 쓰러진 60대, 집 안 텃밭을 가꾸다가 쓰러진 80대의 사망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올 여름 폭염 등 열기로 인해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1천300명에 가깝고,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제는 전라남도 지역의 가축 피해상황만 짚어봤는데, 오늘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닭 200만마리를 비롯해 돼지 9천마리 등 전국적으로 가축 213만마리가 폐사됐습니다. 축사, 돈사를 가마솥으로 만든 폭염이 원인이었습니다.
진행자) ‘숨 막히는 더위’라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이겠군요.
기자)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폭염을 두고 ‘막장 폭염’ ‘재앙’ 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과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을 강조한 것인데요. 강한 햇볕에 피부를 가려야 하고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큰 숨을 내쉬며 호흡 조절을 해야 합니다. 잠시라도 찬 바람을 통하지 않으면 피부와 닿는 소매 끝에 땀이 맺히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요. 대구와 밀양 등 산으로 둘러 쌓인 분지 형태의 지역은 올 여름 유난히 습기가 더해진 열기에 낮에는 거리가 한산한 정도로 사람들의 외출이 줄었고,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은 열대야가 사람들의 건강을 헤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상전문가들은 올 여름 기록적인 무더위는 주변지역에 영향을 미친 태풍들이 뜨거운 열기에 더 많은 습기를 한반도 쪽으로 불어낸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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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가 있네요.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구요.
기자) 1980년 5월 서울에 살던 한 택시운전사가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서울 택시운전사의 시선과 행동, 표정 등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상황을 고스란히 전달해 지금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인데요. 영화의 제목은 ‘택시운전사’ 지난 2일 개봉 이후 일주일만에 500만명의 시민들이 이 영화를 봤습니다.
진행자) 일주일만에 관객 500만명이라면 ‘흥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 아닙니까?
기자) ‘기록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최근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일제강점기 때 일본 군함도로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조선인들의 삶을 그린 ‘군함도’의 흥행가도를 잠재우고, 올해 개봉 영화 중에서는 가장 빠른 관객동원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그 동안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여러 영화가 있었지만 낯선 이방인의 시선과 당시 실제 광주를 목격하고 세계에 소식을 알린 독일인 기자의 취재기가 담겨 관객들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진행자) 영화의 줄거리를 잠시 들어볼까요?
기자) 서울에 살던 김만섭이라는 이름의 택시기사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외국인을 태우고 광주로 향하게 됩니다. 이 외국인은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 공영방송 ARD-NDR 일본 특파원이었고, 도쿄에서 한국에서 심각한 상황이 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서울을 찾게 됩니다. 서울에 도착한 힌츠페터 기자는 택시를 대절해 광주로 가게 되고, 약속한 돈을 받기 위해 군인들의 검문을 뚫고 광주로 들어간 재치 넘치는 택시운전사와 함께 5.18 민주화운동으로 불리고 있는 광주 사태를 목격하게 됩니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두 사람은 광주시민들의 도움으로 서울로 탈출하게 되는데요. 독일기자는 택시운전사의 도움으로 일본행 비행기를 타게 되고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해 세계에 광주 상황을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진행자)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되겠군요.
기자) 어느 정도 극적인 구성은 있습니다만 전체적은 이야기 틀은 고증과 증언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감독(장훈)과 제작진의 설명입니다. 이런 부분은 평일에도 하루 50만명 넘게 모이고 있는 관객들의 반응과 이 영화를 봤다는 정치권 지도자들의 관람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생전에 한국에서 언론상을 받기도 했던 독일인 힌츠페터 기자가 방한해 자신에게 ‘김사복’이라는 이름을 알려준 택시운전사를 꼭 만나고 싶고, 죽으면 자신을 광주에 묻어달라고 했다는 힌츠페터 기자의 이야기가 한국 관객들에게 뭉클한 느낌을 전하고 있습니다. 힌츠페터 기자는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 영화를 둘러싸고 전직 대통령이 법정 대응을 이야기 하고 있다구요?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지휘 책임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영화의 주요 내용은 날조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격에 희생됐지만 아직 최초의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는 않은 역사인데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근에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광주를 ‘시민 폭동’이라고 표현했고, 민주화운동의 피해자는 자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대법원은 이 회고록의 출판 및 배포금지를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성민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