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착한 한 탈북 청년이 오카리나 연주자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과 북한, 탈북자와 관련한 한국 내 움직임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서울에서 김미영 기자입니다.
[녹취: 오카리나 연주 현장음]
지난 5월 22일 서울 대학로 한 공연장에서 오카리나 연주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작은 거위를 뜻하는 이 악기는 부리를 가진 작은 새의 모양에, 피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는 악기입니다. 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연주자는 김명 씨로, 약 10년 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 입니다.
[녹취: 김명] "저는 오카리나 라는 악기를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약 10년 전부터 알게 되어서 오카리나 악기에 매료가 되어서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세 번의 탈북 시도 끝에 남한으로 와서 현재는 오카리나 연주자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25살 청년 김명 씨, 오카리나 연주자로 그를 찾는 곳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녹취: 김명] "주로 감미롭고 잔잔한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 파티 연주 곡을 하는 공연을 많이 했고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도 하며 대화도 나누는 내가 북한에 있을 때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이 어땠는지 그런 공연을 한 적도 많았고요. 또 음악축제 같은 곳에 가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김명 씨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서 학업의 꿈을 이어나가던 시절, 이 곳에서 처음 오카리나를 접하게 됐습니다. 이때 오카리나 강사가 처음 연주한 곡이 고향의 봄이었습니다.이 곡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내어 울었다고 합니다. 국경을 건널 때의 공포, 북한에 잡혀와 당했던 온갖 고문들, 그리고 12살에 생이별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김명 씨는 오카리나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녹취: 김명] "저는 탈북 대안학교에서 처음으로 음악수업이 있었는데 그 음악수업에서 고향의 봄을 처음 듣게 됐어요. 선생님한테 듣게 됐는데 듣자마자 너무 너무 감동적으로 아름다운 선율에 빠지게 됐어요. 그래서 이 악기를 내가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악기였고…"
고향 생각에 마음을 뺏겨 오카리나를 시작했지만, 사실 악기를 연주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전문적인 강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오카리나를 익혔기 때문에 그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녹취: 김명] "호흡으로 내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까 정말 미세한 그런 부분에도 내가 신경을 써야 해서 정말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더욱 더 열심히 훈련하고 다져서 지금은 열심히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나아가서는 많은 저 같은 분들을 위해서 봉사도 하고 연주도 하면서 저라는 사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커진 김명 씨는 독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오카리나 연주로 유명한 대학교수에게 연락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전문적인 가르침을 받으며 내년에는 음악대학 진학의 꿈도 꾸게 됐습니다. 이젠 오카리나를 더 알리고 싶다는 새로운 계획이 생겼습니다.
[녹취: 김명]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이 오카리나라는 악기를 알리는 데 주력을 해야 할 것 같고요, 물론 저 김명이라는 사람도 많이 알리고 오카리나 하면 김명, 김명 하면 오카리나 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려고 많이 노력을 해야 되겠고요."
[녹취: 연주 현장음]
자신의 오카리나 연주를 듣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가서 직접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김명 씨, 이 날은 탈북자 행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탈북민들은 김명 씨가 들려주는 오카리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고향생각에 빠졌습니다.
[녹취: 탈북자들] "이거 여기서 오카리나라고 하는 악기 소리가 피리 소리랑 비슷하잖아요 고향 생각 항상 불러 일으키는 감성적인 게 있으니까 고향생각하고 있었어요." - 관람객1
"예 고향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릴 적에 피리 연주 그런 거 소리도 기억이 나고 우연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 같고 반갑고 오카리나 연주 들으니까 고향 생각이 많이 나네요." -관람객 2
김명 씨는 아직 부족한 실력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공연도 만들고 싶고,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는 이 자유의 땅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녹이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 더 큰 꿈은 통일이 된 이후 북한으로 가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김명]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을 떠나서 제가 자라고 태어난 고향에 가서 북한 분들과 이 오카리나라는 악기를 통해서 그 분들과 소통하고 제 연주를 들려줌으로써 치유를 할 수 있고 또 힐링 할 수 있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음악으로 남과 북의 마음을 잇는 오카리나 연주자 김명 씨는 오늘도 자신의 연주를 듣고 싶어 하는 곳을 찾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김미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