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멋과 정취, 문화와 풍물,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보는 '타박타박 미국여행'입니다. 오늘은 다채로운 원주민 문화가 보존된 사우스다코타 주를 둘러봅니다.
안녕하세요? 박영서입니다.중국의 성인인 맹자가 어릴 때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더니, 동네 꼬마들과 장례 지내는 놀이를 하며 놀더랍니다. 그걸 보고 맹자의 어머니가 안 되겠다 싶어 시장 근처로 이사를 했는데요. 이번에는 장사꾼 흉내 놀이를 하며 놀더라고 하네요. 그래서 다시 서당 근처로 이사를 했더니 이번엔 훈장 놀이를 하고 놀더랍니다. 맹모삼천지교...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 한 맹자 어머니의 아주 유명한 일화입니다.
살면서 한두 번쯤 이사 경험은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미국인들은 이사를 생각할 때 어떤 걸 고려할까요? 세금 적고... 일자리 많고 ... 살기 좋은 곳... 네, 가장 많이 생각하는 점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사한 곳...아니, 미국은 땅덩어리가 크니까 아예 다른 주로 이사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지난해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주한 주는 바로 사우스다코타 주였습니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보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사우스다코타 주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우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 하면 왠지 남쪽에 있지 않을까 싶지만 실은 미국의 북쪽, 한가운데 있는 주입니다. 통상적으로 미국을 동부, 서부, 남부, 중서부 등으로 구분할 때는 중서부에 있는 주들에 속합니다.
사우스다코다 주는 자칭, 타칭 "무한한 다양성의 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이란 뭘 뜻하는 걸까... 사우스다코타 주 웹사이트를 한번 들어가 봤는데요. 기후부터 풍경까지, 산업부터 주의 상징까지 여러 가지 것들을 다 뜻한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좀 더 차근차근 사우스다코타 주를 훑어볼까요?
사우스다코타 주는 50개주 가운데서는 주 면적이 16번째입니다. 약 19만9천km²...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는 작고, 북한보다는 큰 면적입니다.
[녹취: 블레인 커트마이어 러시모어 국립공원 교육 담당관] "사우스다코타는 농업 위주의 주입니다. 농업과 목축이 주 산업이죠. 이웃 몬태나 주에서부터 흘러내려와서 남부 미시시피 강까지 흘러가는 미주리 강이 사우스다코타 주를 지나갑니다. "
네,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나고 자랐다는 토박이 블레인 커트마이어 러시모어 국립공원 교육 담당관의 도움말입니다.
사우스다코타 주의 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약 85만9천 명... 1천m² 당 10명이 살고 있는 꼴이라고 하니, 얼마나 사람이 안 사는지 짐작이 좀 가시죠?
사우스다코타 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민경삼 씨에게 그곳의 분위기를 한번 들어봤는데요.
[녹취: 한인 민경삼 씨] "작은 도시는 100명 정도밖에 안 사는 도시도 있고요. 큰 도시가 두세 개 있는데 가장 큰 도시는 동쪽 끝에 있는 수폴스라고 불리는 도시고요.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유일하게 10만 명이 넘는 곳입니다. 노스다코타 같은 경우는 파고를 중심으로 여러 도시들이 붙어있는데, 아주 멀리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주들은 제한속도가 아마 65마일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우스다코타 주는 그걸 조절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대부분의 주가 16세, 17세는 돼야지 운전을 할 수 있는데 이곳은 14세부터 혼자서 운전을 할 수 있거든요 "
사우스다코타 주의 운전 제한속도는 지금 80마일이라고 하는데요. 시속 약 130km... 정말 빠르겠죠? 그런데 실은 이렇게 운전 제한속도가 80마일인 곳은 이 사우스다코타 주만이 아니고요. 몬태나 , 아이다호, 유타 같은 중서부들은 대부분 제한속도가 80마일입니다.
그 이유는 물론 땅이 아주 넓은데, 사람이 적으니까, 자동차도 당연히 적고... 편하게 속도를 올리고 달릴 수 있는 환경인 거죠. 또 워낙 집과 집들이 멀리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딜 가려면 빠르게 운전할 수밖에 없다고도 합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제격인 곳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우스다코타 주는 미 연방에는 1889년, 40번째 주로 합류했습니다. 블레인 커트마이어 러시모어 국립공원 교육 담당관의 도움말을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블레인 커트마이어 러시모어 국립공원 교육 담당관] "사우스다코타가 주가 되기 전에는 테리토리, 준주의 일부였습니다. 다코타 테리토리라고 하는 건데요. 당시 이곳에는 다양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아주 유명한 부족인 수족이 있고요. 하지만 그들은 수족이라고 부르는 걸 싫어합니다. 7개의 종족을 의미하는 7개의 불(7 Council Fires)로 불리기를 원합니다. 라코다 족, 나코다 족, 다코다 족... 다 일일이 기억이 안나는데요 모두 수 족의 일부입니다. 수족 말고도 이 일대에는 여러 다른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인디언들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국 중서부,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대초원을 집 마당처럼 용맹스럽게 내달리며 들소 떼를 사냥하며 살았다고 해요. 사실 다코타라는 말도 친구, 동맹자라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말에서 유래한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서부개척시대가 시작되면서 백인 개척자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지게 되는데요. 사우스다코타 주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사우스다코타 주의 서쪽, 그러니까 블랙힐스를 중심으로 거세게 저항했습니다. 네, 블랙힐스…바로 지난 시간에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러시모어 산이 있는 바로 그 산지입니다.
당시 미국 연방 정부는 사우스다코타 주에 도로를 건설하고 더 서쪽으로 진출하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사우스다코타 주의 원주민들은 도로가 생기면 자신들의 사냥감인 들소들이 사라질 것이라며 강하게 저항했다고 해요. 워낙 강한 저항에 결국 미국 정부는 도로를 건설하지 않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군을 공격하지 않기로 조약을 맺었다고 하는데요. 다시 커트마이어 러시모어 국립공원 교육 담당관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블레인인 커트마이어 러시모어 국립공원 교육 담당관] "그런데 미 육군 소속 커스터 중령이 대규모 군사 원정대를 이끌고 블랙힐스 지역을 지나가다가 오늘날 커스터 지역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금을 발견한 겁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그 땅을 차지했습니다. 이 소식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금을 캐러 이곳으로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은 사우스다코타 주 또는 주 바깥에 만들어진 보호구역에서 살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당시 이들의 지도자였던 '크레이지 호스', '시팅 불' 등이 저항을 이끌었는데요.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 성난 말이라는 뜻이고요. 시팅 불(Sitting Bull), 황소를 꿇어 앉혔다라는 뜻을 가질 만큼 용맹스러운 전사들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병력이나 조직 면에서 미국 군대를 이길 수는 없었고요. 결국 대부분의 인디언들은 항복하고, 보호구역으로 강제 이주됩니다.
타박타박 미국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현재 사우스다코타 주에는 미국의 대통령들을 기념하는 조각상만 있는 게 아니고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지도자였던 ‘크레이지 호스’를 기념하기 위한 조각상도 있습니다.
[녹취: 커트마이어 러시모어 국립공원 교육 담당관] “크레이지 호스는 이곳 블랙힐스에 있는 또 다른 유명한 조각상입니다. 대통령들의 조각상들이 새겨져 있는 러시모어 산과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은 약 16~17mi (26~27km) 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크레이지 호스는 수 족 중에서도 라코다 족 출신인데요. 크레이지 호스가 말 위에 앉아있는 형상을 조각할 예정입니다. “
그러니까 같은 블랙힐스 산자락에 미국의 대통령들의 조각상과 아메리카 원주민 지도자의 조각상이 함께 있는 건데요. 러시모어 산 조각 작업에 참여했던 코작 지올코스키(Korczak Ziolkowski)라는 한 폴란드계 조각가에게 당시 아메리카 원주민 추장이 자신들에게도 위대한 영웅이 있다며 조각상을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수많은 미국인들이 자원봉사에 나섰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 높이는 무려 26.5m인데요. 그러니까 얼굴 높이가 18m인 러시모어 산 대통령들 얼굴 보다 훨씬 더 큰 거죠?
하지만 지난 1948년에 시작해 70년 가까이 조각을 해왔는데 이제 겨우 머리 부분이 완성됐고요. 말을 타고 있는 모습까지 다 합치면 무려 172m 높이가 되는데, 언제 이 크레이지 호스가 다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제작비 문제가 가장 큰데요. 연방 정부의 지원 제안이 있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들어가는 경비는 일절 기부금과 크레이지 호스를 찾는 관광객들의 입장료 등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크레이지 호스 조각 현장은 매년 100만 명이 넘는 유명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는데요. 많은 장비가 기증되고 또 상당한 기부금도 모여져서, 조각 작업을 계속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미국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용맹이 서려 있는 곳, 사우스다코타 주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저는 박영서였고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