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멋과 정취, 문화와 풍물,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보는 '타박타박 미국여행'입니다. 오늘은 자유와 개척정신의 고장, 캘리포니아주를 찾아갑니다.
안녕하세요? 박영서입니다. 언젠가 미국을 찾았던 한 북한 출신 청년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미국 뉴욕 공항에 딱 내렸는데, 그때가 10월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아직 반팔, 반바지를 입은 사람도 있고, 또 벌써부터 아주 두툼한 점퍼를 차려입은 사람도 있고, 그랬다는 거예요.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왔을 때도 사람들의 이런저런 자유분방한 모습이 놀라웠는데, 그래도 한국 사람들은 계절에 맞춰 대충은 비슷비슷한 옷차림들이긴 했다는 거죠. 미국 사람들한테 더 인상적이었던 건, 누구 하나 다른 사람 옷차림에 신기한 눈길로 쳐다보지 않더라는 겁니다. 한국이나 북한만 해도 영락없이 이상하게 쳐다볼 텐데, '아! 이게 바로 미국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게 있었다고 해요. 북한에서도 한 때 청바지를 생산한 적도 있고 하니까 청바지, 질기고 푸른 능직 바지, 아시죠? 네, 자본주의의 상징, 다시 말해 미국의 상징이라서 단속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그 바지. 다들 아실 텐데요. 젊은 사람들만 입는 줄 알았는데 미국에 오니까 나이든 아저씨, 아주머니는 물론이고, 머리 하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니더라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그 청바지가 실은 미국의 꿈과 희망, 자유와 개척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네, 4월의 둘째 주 함께 하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제일 처음 청바지가 탄생한 곳, 캘리포니아 주로 떠나볼까요?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의 가장 서쪽, 태평양 바다와 접해 있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VOA 방송이 있는 워싱턴 DC, 이곳 동부에서 캘리포니아까지의 거리가 장장 3천700km 정도 됩니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의 거리가 230km 정도 되니까 무려 16배나 더 먼 거죠.
미국, 정말 넓습니다.
처음 미국에 정착한 사람들은 미국의 동쪽에 터를 잡고 살았는데요. 1800년대에 들어와 서부로 서부로 조금씩 땅을 넓혀나가면서 미국의 서부개척시대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다 1848년에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이듬해부터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금을 캐려고 캘리포니아로 몰려가는데요. 이렇게 캘리포니아로 몰려든 사람들을 부르는 명칭도 따로 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관광청에서 근무하는 섀넌 브룩스 공보관의 도움말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섀넌 브룩스 캘리포니아 주 관광청 공보관] "1849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49너스라고 부릅니다.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샌프란시스코 미식축구팀의 이름도 49너스죠. 캘리포니아가 골든 스테이트의 별명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
골든 스테이트. 황금의 주라는 소리입니다. 청바지도 바로 이때 탄생했는데요. 금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바지가 쉽게 헤지는 것을 보고 '리바이스 스트라우스'라는 사람이 원래는 천막을 만들 때 쓰는 능직 천으로, 투박하고 아주 질긴 바지를 만들어 팔았는데요, 이게 요즘 말로 완전히 대박이 났다고 해요. 독일에서 캘리포니아로 꿈을 찾아온 이민자 리바이스는 이 청바지 하나로, 당시 일확천금을 꿈꾸며 금을 캐던 사람들보다 더 큰 부자가 됐고요. 오늘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이 청바지가 원래는 꿈을 찾아 캘리포니아 광산에서 금을 캐던 미국 서부 개척시대 광부들의 작업복이었던 겁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3번째로 큰 주입니다. 주 면적이 약 40만km² 되니까 한반도보다 2배 정도 더 큰데요. 기후도 좋고, 잘 사는 주다 보니까 땅이 더 넓은 알래스카 주나 텍사스 주를 제치고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음악: 캘리포니아 드림]
지금 흘러나오는 이 노래, 1960~70년대 미국에서 아주 인기 있던 4인조 혼성 가수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 Papas)'의 '캘리포니아 드림(California Dreamin)'이라는 노래인데요. 추운 겨울날, 포근하고 따뜻한 캘리포니아 날씨가 그립다며 이렇게 노래할 만큼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아주 유명합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란 캘리포니아 토박이 마이클 살다테 씨도 캘리포니아의 자랑으로 날씨를 빼놓지 않는데요.
[녹취: 캘리포니아 주민 마이클 살다테 씨]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지역에 따라 조금 다릅니다. 캘리포니아 주가 워낙 크니까요. 태평양 연안은 흐리다가 맑아지는 편인데요. 하지만 로스앤젤레스가 있는 남부 캘리포니아는 일 년 내내 맑고 아주 아름다운 날씨를 보입니다. 겨울에도 20도 내외고, 여름에는 25도에서 30도 정도 되죠. 새크라맨토가 있는 북부 캘리포니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워도 15도 아래로 내려가질 않아요."
캘리포니아 주를 대표하는 도시, 즉 주도는 '새크라멘토'라는 곳인데요. 캘리포니아 관광국 셰넌 브룩스 공보관의 도움말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셰넌 브룩스 캘리포니아 주 관광청 공보관] "새크라멘토는 캘리포니아의 주도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행정의 중심지죠.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살림이 이 곳에서 모두 이뤄집니다. 새크라멘토의 구호가 '캘리포니아가 여기서 시작됐다' 입니다"
사실 캘리포니아에는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새크라멘토보다 더 유명하고 더 큰 도시들도 있는데요. 그래도 새크라멘토가 캘리포니아의 주도가 된 건 미국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골드 러시', 금을 찾아 사람들이 물밀 듯 몰려들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 새크라멘토이기 때문입니다. 제일 처음 금이 발견된 곳이 캘리포니아 중에서도 바로 이 새크라멘토 지역이었거든요. 좀 전에 브룩스 공보관이 말한 새크라멘토의 구호, 캘리포니아가 여기서 시작됐다는 의미, 이제 좀 이해 되시겠죠?
캘리포니아는 세계적인 관광지기도 한데요.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세계 영화의 중심지인 할리우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치고 이 할리우드라는 말,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녹취: 영화사 로고음악]
미국 영화 시작될 때 들리는 이 소리들, 익숙하다 싶은 분도 있을텐데요. 이런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들이 몰려 있는 곳이 바로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입니다. 캘리포니아 주민 마이클 살다테 씨에게 할리우드에 대해 물어봤는데요. 그야말로 줄줄 설명이 이어집니다.
[녹취: 캘리포니아 주민 마이클 살다테 씨] "할리우드는 전세계 거의 모든 영화와 TV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곳이죠. 세계적인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도로를 걸을 수도 있고요. 중국인 극장이 있는데요. 1920년대 생겼는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관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 가면 전 세계 유명한 배우, 가수들의 손과 발 모양이 길에 새겨져 있어요. 좋아하는 배우들의 손과 발 크기를 직접 재볼 수도 있고, 정말 신나는 일이죠. "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것, 캘리포니아 인들은 또 골든 게이트 브릿지(Golden Gate Bridge)를 꼽습니다. 골든 게이트 다리, 한국에서는 글자 그대로 옮겨서 금문교라고 하는데요. 얼마나 대단한 다리길래 그런걸까요? 섀넌 브룩스 공보관으로 부터 직접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섀넌 브룩스 캘리포니아 주 관광청 공보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골든 게이트 브릿지입니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는 샌프란시스코 시와 머린 카운티를 잇는 다리입니다.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고요, 또 그당시 공법으로는 워낙 해협이 울퉁불퉁해 불가능할 거라고 다들 생각했습니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가 탄생한 것도 골드 러시와 관련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캔 금을 이동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다리가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왜 골든 게이트 브릿지, 금문교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혹시 금색으로 칠해진 다리여서일까요? 캘리포니아 주민, 마이클 살다테씨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녹취: 캘리포니아 주민 마이클 살다테씨] "그게 좀 웃긴 부분인데요. 전혀 아닙니다. 붉은색이에요. 골든 게이트 브릿지라고 한 이유는 1849년부터 1800년대 말까지 골드 러시 당시에 이 다리를 통해 금을 운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골든 게이트라고 붙였어요. 골든 게이트 브릿지의 색깔은 붉은색인데요. 한쪽 끝에서 색을 칠하기 시작해 다른 끝까지 칠하는데 1년 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를 대표하는 것들, 이 밖에도 정말 많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놀이동산, 디즈니랜드, 요세미티 국립공원, 태평양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산타모니카 해변...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데요. 언제 한번 따로 이런 것들을 소개하는 시간 가지면 좋겠고요. 하지만 저는 캘리포니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다양성'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캘리포니아 토박이 마이클 살다테씨도 바로 그점을 말해주네요.
[녹취: 캘리포니아 주민 마이클 살다테씨] "캘리포니아는 문화적, 인종적으로 매우 다양한 곳입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같은 곳은 매우 다양한 나라에서 온 매우 다양한 이민자들이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중국인 인구가 많아서 큰 중국 마을이 조성돼 있고요. 로스앤젤레스에는 한국 마을이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태국 마을, 일본 마을도 있어요. 다른 남부 주들에서는 전혀 볼수 없는 모습이죠"
그래서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는 가장 다양한 인종들을 받아들이고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의 축소판이라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자유와 기회의 땅 미국을 상징하는 말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처럼, 캘리포니아 하면 미국인들에게는 '캘리포니아 드림', 캘리포니아의 꿈이라는 말이 아주 익숙한데요. 마치 그 옛날 금을 찾아 캘리포니아를 찾았던 사람들처럼 말이죠. 오늘날 미국인들에게 캘리포니아 드림은 뭘 의미하는 걸까요?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거리에서 만난 한 여성은 이렇게 답합니다.
[녹취: 캘리포니아 주 여성] "캘리포니아의 꿈, 제 생각에는 그게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일 수도 있겠죠. 무엇이든 간에 자신만의 꿈을 쫓아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 그게 캘리포니아 드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주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저는 박영서였고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