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김정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31일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갇혔는데요. 이에 대한 외신 반응 알아봅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처음으로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또 독도를 일본 영토로 가르칠 것을 명기하는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이 공식 채택됐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 보겠습니다. 한국은 물론이지만, 주요 외신들도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의 구속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죠?
기자) 네. 한국 검찰이 한반도 시각으로 지난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는데요. 30일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31일 새벽에 영장을 승인했습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구치소에 갇혔는데요. 먼저 미국 언론들 반응을 살펴보면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박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구치소로 향했다면서 이는 비극적인 가족사 때문에 ‘정치적 공주’로 여겨지던 박 전 대통령의 65년 인생에서 극적인 반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비극적인 가족사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하나요?
기자) 네.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사건,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이 되기 전에 오래 칩거한 사실을 가리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어머니가 서거한 뒤에는 한동안 영부인 역할을 했고요. 또 칩거를 끝낸 뒤에는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정치권에 입문해 끝내 대통령까지 됐습니다. 이런 사실을 들어 ‘정치적 공주’란 표현이 나온 겁니다.
진행자) 박 전 대통령이 이제 구치소 안에서 이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바로 그 점을 지적했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안에서 협소한 독방에서 지내고 한 끼에 1.3달러짜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다음 ‘뉴욕타임스’ 신문의 보도도 눈에 띄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부패 추문으로 구속됨으로써 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한 다음에 처음으로 교도소에 가는 대통령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맞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인데요. 지난 1990년대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대통령이 이끌었던 정권을 군사정권으로 여기기 때문에 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한 다음에 처음으로 대통령이 구속됐다고 썼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밖에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박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무능력과 추문으로 고통받았다면서 이번 사건이 아시아 4위 경제 대국을 뒤흔든 큰 충격파라고 전했고요. 또 ‘블룸버그’나 ‘CNN’ 등 다른 미국 유력 언론들도 박 전 대통령 구속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진행자) 일본 언론 반응도 궁금한데요. 어떤 보도가 나왔습니까?
기자) 네. 먼저 ‘교도통신’은 이번 사태로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진영에는 순풍이 불 것이라며 정권교체가 현실감을 띄게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한국에서는 오는 5월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교도통신은 또 이번 사태가 법과 민주주의 시스템이 건전하게 기능한 결과라면서 한국 현대사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다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야당 진영에 순풍이 불고 보수진영이 곤경에 빠졌다고 분석했습니다. ‘NHK’ 방송 같은 경우는 박 전 대통령이 법원에서 심문을 받고 구속되기까지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이번 일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진행자)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할까요?
기자) 역시 위안부 관련 현안을 말하겠죠? 한국과 일본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중에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에 합의했는데요. 이걸 가지고 한국 안에서 논란이 많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새 정권이 들어서서 위안부 합의에 어떤 태도를 보일까 관심을 보입니다.
진행자) 중국 언론들도 박 전 대통령 구속 뉴스를 비중 있게 보도했죠?
기자) 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 박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면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신문망’은 ‘선거의 여왕에서 수감자로’라는 제목을 단 기사를 실었는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소개하고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파면 당한 뒤에 끝내 구속되면서 19년 정치생애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몇몇 중국 언론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박 전 대통령 구속하고 사드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 겁니까?
기자) 네. 박근혜 정부가 사드 한국 배치를 결정했는데요. 새 정권이 들어서면 사드 배치 결정이 바뀌지 않겠냐는 기대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진행자) 그밖에 어떤 외신 보도들이 있었는지 소개해 주시죠.
기자) 네. 먼저 영국 로이터통신은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일반 재소자들과 같은 규칙을 적용받게 된다고 전했고요. 또 뇌물죄 등 혐의가 확정되면 징역 10년 이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AP 통신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던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언급했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된 뒤에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최 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영국 BBC방송은 박 전 대통령이 권한남용, 강요죄, 뇌물죄 그리고 정부비밀 유출 등 다수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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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했군요?
기자) 네. 나토 28개 회원국 외무장관이 참석하는 회의가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는데요. 틸러슨 장관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석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오는 5월에 열릴 나토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담에서 핵심 현안은 무엇인가요?
기자) 역시 방위비 증액 문제입니다. 새로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아서 미국에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이날 같은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진행자) 방위비를 얼마까지 올리라는 거죠?
기자) 네. 오는 2024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올린다는 겁니다. 이건 사실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고요. 지난 2014년에 나토 정상들이 모여서 합의했던 방안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게 잘 지켜지지 않는 모양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 나토 회원국 가운데 합의를 지키는 나라가 미국을 빼고 영국과 에스토니아, 그리스, 폴란드 단 네 나라뿐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나토 방위비를 많이 내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이 나토 예산의 70% 정도를 대는데요. 이걸 줄이면서 다른 나토 동맹국들이 부담하는 비중을 늘리자는 겁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목적이 이번 5월에 나토 정상들이 모여서 올해 말까지 방위비 증액을 위한 지침이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관련 계획이 없는 회원국들은 당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만일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거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방위비를 늘리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미국이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었습니다. 한편 31일 회의에서 미국의 요구에 반발하는 발언도 나왔는데요.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방위비 비중을 GDP의 2%선까지 올리라는 요구가 가능하지도 않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가브리엘 장관은 독일의 경우 이를 실행하려면 방위비를 700억 유로로 증액해야 하는데, 독일 정치인 가운데 이를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독일 외에 다른 나토 회원국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이번 회의에선 방위비 증액 외에 또 어떤 현안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 군사위협 대처,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등이 있습니다. 나토 동맹국들은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ISIL과의 싸움에서 나토가 어떤 역할을 하길 미국이 바라는지 알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나토는 자신들이 아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이 ISIL과의 전쟁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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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자, 마지막 소식인데요. 일본 정부가 확정한 ‘학습지도요령’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의 교육정책을 관장하는 문부성이 31일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과 과목의 학습지침을 확정해서 발표했는데요. ‘다케시마’(한국명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일본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의무화한 겁니다.
진행자) 두 곳은 일본이 중국, 한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죠?
기자) 네. 독도는 한국하고, 그리고 센카쿠열도는 중국하고 서로 자기 땅이라면서 다투고 있죠? 현재 독도는 한국 쪽에서, 또 센카쿠열도는 일본 쪽에서 실효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된 학습지도요령은 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의 영토로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점을 명기하라고 주문했고요. 또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면서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못 박았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되면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크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한국 쪽 반응이 눈길을 끄는데요. 한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해당 학습지도요령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한국 외교부 차관보가 같은 날 오전에 주한일본대사관 대사 대리인 스즈키 히데오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새 학습지도요령에 대해 항의하고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한국과 일본 관계는 이미 긴장 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한국 내 시민단체들이 일본 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하는 문제 때문에 양국 관계가 좋지 않은데요.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일본 대사가 지난 1월에 본국으로 소환됐는데, 아직도 한국으로 귀임하지 않고 있죠?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지난 2015년에 종군 위안부 해결 방안을 합의했는데요. 하지만 몇몇 시민단체가 이 합의에 반발해 소녀상 설치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