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연계됐다는 논란으로 물러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후임으로 H.R. 맥매스터 육군 중장을 임명했습니다. 이로써 출범 한 달도 채 안돼 안보사령탑 공백 사태를 맞았던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수습 국면에 들어갔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최근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는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국가안보회의 설립 배경"
미국의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는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에 설치된 대통령 자문 기구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미국 안에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외교 전략과 국방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는데요. 이에 따라 미국 의회가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 of 1947)을 제정해 필요한 골격을 마련해 탄생한 게 바로 국가안보회의입니다.
이후 국가안보회의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에게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과 관련된 모든 현안에 대해 조언하고 자문하며, 최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돕는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국가안보회의 구성"
미국의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NSC)의 인원이나 규모, 활동 범위 등에 대해 폭넓은 재량권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NSC의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NSC에 상당히 의존하는 대통령도 있고요. 반대로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대통령들도 있었는데요.
일단 국가안보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이 돼서 회의를 주재합니다. 그리고 부통령과 국무장관, 국방장관, 에너지부 장관은 모든 회의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당연직 상임 위원들이고요.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재무장관은 비상임 위원들입니다.
역대 행정부들은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합참의장은 군사자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정보자문, 마약정책국장은 마약·약물 자문으로 모든 회의에 참석시켜왔습니다.그리고 백악관 비서실장과 대통령 고문,경제정책 보좌관들은 정기적으로 NSC 회의에 참석하게 했고요. 법무장관과 중앙정보국(CIA) 국장, 유엔 대사 등은 필요에 따라 NSC 회의에 초대해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행정 조치 발표]
지난 1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도 채 안돼 국가안보회의 조직을 개편하는 내용의 행정조치를 취했습니다. 현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웹사이트에는 조직 구성이나 자세한 관련 정보가 전혀 올라와 있지 않은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안보회의 조직 개편에는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은 NSC의 모든 회의에 반드시 참석하고, 반면 지금까지 상임 위원들로 모든 회의에 참석해왔던 국가정보국장과 합참의장은 필요할 때만 부른다는 내용이 포함돼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현재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을 맡고 있는 스티브 배넌은 외국인 혐오주의와 인종 ·성차별, 반유대주의 등을 표방하는 '대안 우파(alt-right)의 대표적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데요. 이런 인물이 국가 외교 ·안보와 군사 정책의 최고회의체인 NSC에 합류하고, 국방과 안보의 핵심 인물들인 합참의장과 국가정보국장을 비정규 위원들로 돌린다는 것에 대해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역할"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흔히 줄여서 국가안보보좌관이라고도 합니다.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과 국가안보회의 참석자들에게, 국가 안보 현안과 관련된 각종 자료와 정보를 설명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하고요.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국가안보회의에서는 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아니라 국가안보보좌관이 의장을 맡게 돼 있습니다.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요. 국가안보보좌관의 영향력이나 역할은 각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나, 국정 방침에 따라, 또 보좌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인물은 본인의 정치 신념이나 철학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해 대통령에게 정직한 정책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역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미국의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은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발탁한 로버트 커틀러 보좌관이고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임명한 제8대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국가안보회의를 연 것으로 유명한데요. 특히 1973년 9월, 국무장관에 임명되면서 1975년 11월까지 약 2년간, 국무장관과 국가안보 보좌관직을 동시에 수행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여성 국가안보보좌관은 지금까지 2명이 배출됐는데요. 최초의 여성국가안보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발탁된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입니다.
[녹취: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취임 선서]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은 2005년 국무장관에 발탁되면서 최초의 흑인 여성 국무장관이라는 기록도 남겼습니다. 또 한 명의 여성은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에 임명한 수전 라이스 보좌관인데요. 수전 라이스 보좌관은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국가안보보좌관 직을 수행한 인물은 헨리 키신저로, 2천478일, 6년 9개월가량 재임했고요. 역대 최단명한 국가안보보좌관은 취임 24일 만에 낙마한, 트럼프 대통령이 발탁한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입니다.
[녹취: 마이클 플린 보좌관 사임 보도]
지난 2월 13일,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전격 사임했다는 보도 들으셨는데요. 플린 전 보좌관은 취임도 하기 전에 러시아 정부와 부적절하게 접촉해 왔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국제사회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중인데요. 플린 보좌관이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경제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 전 보좌관의 사임을 수락하면서, 논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거짓 보고가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현재 미국은 일반 시민이 정부의 승인 없이 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플린 보좌관의 후임으로 H.R. 맥매스터 육군 중장을 임명했는데요. 출범하자마자 크게 휘청거렸던 트럼프 행정부 안보팀이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맞아 앞으로 어떤 안보 정책들을 펼쳐보일지 지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국가안보회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박영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