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이민 관련 행정명령으로 미국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들끓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 이 시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입니다.
“행정명령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나요?
[녹취: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새로운 이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 행정 명령의 정식 명칭은 ‘외국 테러분자들의 미국 입국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인데요. 명칭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언론은 주로 ‘여행 금지(Travel Ban) 행정명령’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백악관 측에서는 여행 금지가 아니라 엄격한 심사를 위한 조처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칭은 상관없다면서 미국의 안보를 위한 조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행정명령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미국의 ‘난민허용프로그램’이 120일 동안 임시 중단됩니다. 둘째, 시리아 난민에 대해서는 무기한 입국이 금지됩니다. 셋째, 이라크, 시리아,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이렇게 7개 나라 출신 국적자는 누구나 90일간 미국 입국과 입국 사증(visa) 발급이 중단됩니다. 단, 외교관이나 유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국제기구 관리 등은 예외 되고요. 또 다른 경우에 따라서도 예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넷째, 2017 회계연도에 미국이 수용하는 난민의 수를 5만 명으로, 당초 전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한 11만 명보다 대폭 줄였습니다. 다섯째, 종교적 이유로 자국에서 박해를 받는 사람들은 우선 입국 혜택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행정명령 발동 초기에는 혼선이 있었지만, 해당국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할 수 있는 합법적 자격을 갖춘 사람들, 즉 영주권자는 예외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영주권자라고 해도 추가 심사 후, 테러에 연관됐거나 분명한 범죄행위가 드러나면 자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누가 영향을 받나요?”
일단 120일 간은 모든 난민들에게 다 적용됩니다. 그리고 앞서 열거한 7개 나라 출신 국적자나 이중국적을 가진 모든 여행자는 90일간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요. 이민 비자나 비이민 비자 발급도 전면 중단됩니다. 여기에는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영국 등의 국적을 갖고 있는 이중국적자들도 모두 포함되는데요. 예를 들어 이란인이면서 영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도 해당됩니다.
이 행정명령이 발동되면서 미국 내 주요 공항들에서는 일부 해당국 출신 국적자들이 미국에 들어오려다 공항에서 억류되는 등 일대 혼동이 벌어졌고요. 이는 곧 미국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 시위를 불러왔습니다.
[녹취: 시위 현장음]
현재 주요 공항과 주요 도시 등 전국적으로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데요. 시위자들은 트럼프 탄핵 등을 외치면서,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며 이는 미국의 참 모습이 아니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뭐라고 하나요?”
[녹취: 트럼프 대통령] “To be clear, this is not a Muslim ban...”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언론사들이 잘못 전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슬람교도, 즉 무슬림 금지나 특정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다” 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40여 개가 넘는 이슬람권 국가들이 이번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이 행정명령은 테러로부터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것으로서, 앞으로 90일간 심사 절차와 안보 정책 등을 강화한 후 다시 모든 나라에 대한 비자 발급을 재개할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7개 나라의 선정 기준은 뭔지 궁금하신 분이 많을텐데요. 백악관의 설명은 간단합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 미 의회가 이들 국가를 “테러분자들의 은신처가 되고 있는 면밀히 주시해야 할 나라들”로 규정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여행 금지 행정명령이 발동됐지만 미국의 연방 판사들이 추방을 금지하는 판결들을 내리면서 사법부와 행정부가 대척점에 서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소송을 준비하거나 이미 들어간 인권·시민 단체들도 있고요. 여러 주 법무장관들도 새 행정명령이 헌법 위반이자, 비 미국적이라며 우려하고 있는데요.
역사적으로 미국이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 출신의 입국을 금지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은 아닙니다. 2차세계대전 중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유대인의 입국을 제한한 적도 있었고요.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는 공산주의자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의 전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1965년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이민 관련 행정 명령은 법적인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데요. 이민국적법에는 "누구도 인종, 성별, 국적, 출생지나 거주지 때문에 이민 비자 발급 등에서 차별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시리아인들의 입국을 무기한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 이 행정명령을 반무슬림 행정명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차별 금지를 들어 이민국적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어떤 외국인이든 미국의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되면 입국을 금지하거나 적절한 제한을 가하도록 규정한 다른 법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민 문제는 대통령의 권한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헌법 학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그런 예로, 지난 1980년 이란이 미국인 인질들을 억류했을 당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일부 이란인들의 입국을 금지했던 것이나, 역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자의 입국 금지 명령을 내렸던 사례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법리적 해석과 대통령의 권한 범위 등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에 따른 법적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한편 미국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 리포트'가 최근 유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행정명령이 발동되기 바로 며칠 전에 실시된 것이라, 이후 언론의 보도와 시민들의 시위 등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관련행정명령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