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를 에너지부 장관에 지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차기 국무장관으로 낙점 받은 석유기업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 내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어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첨단 IT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한다는 소식, 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암 연구와 약물중독 치료를 돕기 위한 21세기 치료법안에 서명했다는 소식,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차기 행정부의 에너지 장관이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로 정해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수요일(14일)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를 에너지 장관으로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페리 전 주지사가 텍사스 주지사를 지내면서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지적했는데요. 일자리 수백만 개를 창출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사업 환경을 조성했다면서, 앞으로 에너지 장관으로서 미국 전체에 똑 같은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여기서 페리 전 주지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미국 남부 텍사스 태생으로 올해 66살입니다. 텍사스 A&M 대학교를 졸업한 뒤 몇 년 동안 공군 장교로 복무했고요. 1984년에 민주당 소속으로 텍사스 주 의회 하원의원으로 선출됐는데요. 그 뒤 공화당으로 소속 정당을 바꿨습니다. 1998년에 텍사스 부지사에 출마해서 당선됐고, 2001년에 조지 W. 부시 당시 텍사스 주지사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주지사 자리를 물려 받았는데요. 그 뒤 몇 차례 재선에 성공해 2015년초까지 텍사스 주지사를 지내는 등 텍사스 역사상 가장 오래 재임한 주지사로 기록됐습니다.
진행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도전한 일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2012년과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갔는데요. 하지만 두 번 모두 조기에 탈락했습니다. 특히 2012년 경선 때는 토론회에서 큰 실수를 했는데, 이 일이 두고두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어떤 실수였는지,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페리 전 주지사] “The third agency of government I would…”
기자) 페리 전 주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교육부와 상무부, 에너지부를 없애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막상 토론회에서 에너지부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한 겁니다. 이 사건이 있은 뒤에 페리 전 주지사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결국, 후보 사퇴를 하게 됐죠.
진행자) 그러니까 에너지부를 없애겠다고 말했던 사람이 에너지부 장관 자리에 오르게 된 건데요.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민주당 쪽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가 핵무기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데, 페리 전 주지사가 이 일에 적합한지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거고요. 또 페리 전 주지사가 에너지 트랜스퍼 파트너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이 회사 이사 가운데 한 사람이란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트랜스퍼 파트너스는 최근 논란이 됐던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건설을 주도하는 기업입니다.
진행자)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건설이라면, 얼마 전에 중단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 지역 원주민 인디언들이 식수 오염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몇 달 동안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에 따라서 건설이 중단됐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 사업이 다시 힘을 얻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내무장관 지명자까지 공개됐는데요. 이에 앞서 화요일(13일) 트럼프 당선인이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에 지명한다고 발표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영향력 있는 공화당 정치인들이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틸러슨 CEO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틸러슨 CEO는 40년 이상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에 몸담으면서 외국 기업인이나 정치인들과 인맥을 쌓았는데요. 2013년에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우정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국무장관은 물론이고, 미국에서 주요 부서 장관이나 대사 등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요. 전망이 어떻습니까?
기자) 상원 인준 과정이 험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에 개원하는 상원은 공화당이 52석, 민주당이 48석인데요.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하고 공화당 의원 가운데 3명이 여기에 동참한다면, 인준안이 부결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의원 3명이 아니라, 1명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분석도 있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인준안이 상원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에 외교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외교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이 10명, 민주당 의원이 9명입니다. 그러니까 민주당 의원 전원과 공화당 의원 1명이 반대한다면, 외교위원회조차 통과 못 한다는 얘기입니다. 틸러슨 CEO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루비오 의원 역시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데요. 아직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확실히 입장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런 논란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틸러슨 CEO를 적극적으로 옹호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어제(13일) 위스콘신 주에서 감사 집회를 열었는데요. 틸러슨 CEO가 세계적인 기업을 경영하면서 쌓은 지식이 국무부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연설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트럼프 당선인] “Rex is one of the greatest and most skilled…”
기자) 틸러슨 CEO는 현시대 가장 위대하고 능력 있는 국제 기업 지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란 건데요. 석유기업계 역사상 최고의 거래를 성사시킨 장본인이라면서, 강인한 인물이고, 훌륭한 외교관이기도 하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또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 대표 등 유력 정치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틸러슨 CEO가 국무장관으로서 치열하게 미국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틸러슨 CEO를 국무장관으로 추천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어쨌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았던 국무장관 인선이 끝났는데요. 또 다른 부서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당선인이 라이언 징키 하원의원을 내무장관에 지명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징키 하원의원은 미 해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Navy Seal)’ 출신으로 올해 초선 의원인데요. 내무부의 환경규제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또 연방 정부 소유지를 주 정부로 이관하는 데 반대하는데요. 이는 주류 공화당 정치인들의 입장에 대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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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장관 인선 작업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데요. 수요일(14일)에 첨단산업 기업인들과 만난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의 첨단 IT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IT 업계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데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IT 대표들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간담회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미국 최대의 IT 기업 대표들이 거의 다 참석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자동차 CEO,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 마이크로소프트 CEO인 사티야 나델라,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재니치 CEO 등이 참석하고요. 세계 최대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페이스북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CEO 대신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 씨가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IT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IT업계는 껄끄러운 관계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7월 미국 첨단 IT산업의 산실인 실리콘밸리의 기업 대표들과 투자자 등 140여 명이 공식적으로 트럼프 후보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혁신을 만들어내는데 ‘재앙(disaster)’ 같은 존재라고 혹평하면서 트럼프 후보의 멕시코 이민자 비하 발언이나,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 여성 비하 발언 등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었죠.
진행자) 트럼프 후보도 반격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아마존의 베조스 CEO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자신과 관련한 대선 기사를 편파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아마존의 독점금지법 위반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고요. 또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범의 손전화 잠금 해지를 거부한 애플의 쿡 CEO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진행자) 특히 IT 업계가 불만을 가진 부분이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자 관련 공약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IT업계는 컴퓨터 관련 기술에 뛰어난 외국인 근로자 수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후보의 반이민 정책으로 이민자들을 고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또 트럼프 후보는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규정한 ‘망 중립성’을 약화하거나 온라인상에서의 언론의 자유를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상황이 이렇다면, 이번 간담회에 임하는 IT기업 대표들이 과연 어떤 자세로 나올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네, 두 가지 전략이 있겠는데요. 첫 번째는 트럼프 당선인이 태도의 변화를 보이기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우려 사항들을 해소할 만한 제안을 트럼프 후보가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트럼프 후보에 대한 적대감을 이미 좀 누그러트리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의 인터넷 대기업들을 대변하는 단체인 ‘인터넷협회(The Internet Association)’측은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고 트럼프 후보가 대선 기간 트위터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점과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GDP에서 IT 업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강조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와 IT 기업들이 한 가지 뜻을 같이하는 부분도 있다고요?
기자) 네, 바로 세금 감면입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기업에 매기는 세금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발생한 기업들의 수익에 대해선 현행 35%에서 10%의 법인세율을 부과한다고 밝혔는데요. 애플 등 해외에서 수익을 많이 내는 IT 기업들은 이런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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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법안 서명식을 가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화요일(13일) 백악관에서 21세기 치료법안에 서명했는데요. 이 자리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 내외와 함께 많은 관계자가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새로 제정된 21세기 치료법,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기자) 네, 암 연구와 마약중독, 정신질환 치료 등을 위해 63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인데요. 지난달 말 연방 하원에 이어서, 지난주에 상원에서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의회에서 초당적인 협력이 있었기에 이런 법안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법안이 개인적으로 조 바이든 부통령과 관련이 있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부통령의 장남인 보 바이든 씨가 지난해 뇌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그러면서 바이든 부통령이 암 퇴치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사실 개인적으로 아픔이 많은 사람입니다. 1972년에 처음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돼서 한참 기뻐해야 할 때, 교통사고로 첫 번째 아내와 1살 된 어린 딸을 잃었거든요.
진행자) 이미 아내와 딸을 잃은 아픔이 있는데, 지난해 큰아들마저 먼저 보낸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더구나 보 바이든 씨는 46살로 아직 창창한 나이였고, 당시 델라웨어 주 법무장관으로 민주당의 정치적 유망주로 꼽히던 인물이어서 안타깝다는 반응이 컸는데요. 이런 바이든 부통령의 아픔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면서, 암 퇴치 노력이 탄력을 받았습니다. 21세기 치료법 내용 가운데 암 연구에 18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부분에는 보 바이든 씨의 이름이 붙어있기도 합니다. 다시 오바마 대통령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오바마 대통령] “I believe that United States of America…”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암을 완전히 퇴치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는데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암 퇴치에 훨씬 더 근접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21세기 치료법은 새로운 치료 요법과 백신 개발, 암 조기 발견과 예방에 투자함으로써, 암 퇴치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해줄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그 밖에 이 법은 뇌 질환 연구에 15억 달러, 정밀의학 연구에 14억 달러, 또 약물중독 퇴치 노력에 10억 달러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