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나온 '국제난민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집을 잃고 떠도는 난민이 6천5백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 세계 인구 약 113명 당 1명은 난민이라는 의미입니다. 난민들이 발생하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져 1분에 24명꼴로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하루 아침에 고향을 잃고 실의와 절망에 빠져 있는 수많은 난민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국제기구가 있습니다. 바로 유엔난민기구, UNHCR인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유엔난민기구와 난민 실태 살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입니다.
“난민의 정의와 구분”
유엔난민기구의 역사와 활동을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난민의 정의부터 설명드려야 할텐데요. 국제사회가 1951년에 채택한 '난민협약'에 따르면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박해받을 것이라는 공포가 충분히 근거가 있고, 출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출신국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공포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 개별적으로 입증할 것을 원하는데요. 하지만 시리아 내전처럼 수십만, 수백만 난민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개별적인 심사는 불가능하죠. 이런 때는 집단 전체가 '사실상(prima facie) 난민 지위'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난민 문제를 다룰 때, 처한 상황에 따라 부르는 용어가 다른데요. 분쟁이나 일반화된 폭력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보통 일반적인 난민(refugee)으로 간주하고요. 분쟁이나 박해 등 난민과 비슷한 이유, 또는 천재지변 등으로 강제로 고향을 떠났지만 국경을 넘지 않은 사람들은 국내 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으로 구분합니다. 또 이민자(immigrant)들을 포함해, 다양한 이유로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은 이주민(migrant)이라고 하고요. 경제적 이유를 근거로 고국을 떠난 사람은 경제적 이주민(economic migrant)이라고 부르는데요. 유럽의 일부 언론들은 최근 시리아 사태를 보도하면서 '난민' 대신 '이주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난민 비호의 정의”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서 비호를 구하고 누릴 권리를 가진다.” 세계인권선언 제14조 1항에 명시된 문구입니다. 난민협약을 비준한 모든 나라는 박해를 피해 자국에 온 모든 사람에게 비호를 제공할 국제법적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비호'라는 말이 좀 낯설 수도 있는데요. 비호는 영어로 'Asylum'입니다. 한국말로는 대개 망명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요. 국제법이나 규정에 자주 쓰이는 단어지만 국제법상 명확한 규정은 없고요. 통상적으로 자국의 영역 안에 있는 난민에게 국가가 부여하는 총체적인 보호를 일컫는 용어로 쓰입니다. 강제 송환금지는 가장 기본적인 난민 보호, 즉 비호 조치입니다.
한 개인이 자기 나라에서 도망쳐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하려고 하면, 공식적으로 비호를 신청해야 하는데요. 이들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인 경우, 이들을 비호신청인이라고 합니다. 비호 제공이 결정되면 국제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난민으로 인정했다는 뜻인데요. 하지만 유엔난민기구는 비호신청을 진행 중인 경우에도 이들을 보호합니다.
“유엔난민기구가 걸어온 길”
유엔난민기구(UNHCR)의 공식 명칭은 ‘국제연합 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입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직이 필요했고요. 유엔난민기구는 이런 필요에 따라 1950년 유엔총회에서 유엔의 산하 기구로 설립됐습니다.
원래는 3년간만 활동하고 폐쇄되는 한시적인 기구였는데요. 하지만 이후에도 난민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2003년, 유엔은 난민기구의 임무 연장조항을 아예 삭제하고 영구 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지난해가 유엔난민기구 창설 65주년이 되는 해였는데요.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65년간, 약 5천만 명이 넘는 난민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의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고요. 출범한 첫해에는 예산이 30만 달러에 불과했는데요. 2015년에는 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1954년과 1981년 2차례나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의 활동”
유엔난민기구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국제법이 보장하고 있는 난민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또 난민들을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녹취: 필리포 그란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if you don't solve problem, problem will come to you..."
지난 6월 20일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필리포 그란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이 국제사회의 협력을 호소하는 소리 잠시 들으셨는데요. 그란디 고등판무관은 국제사회, 특히 유럽의 부자나라들이 함께 난민 문제를 풀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대부분의 난민과 국내 실향민들은 거의 아무것도 없이 고향을 떠나기 때문에 유엔난민기구는 다양한 형태로 핵심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우선 긴급 지원으로, 깨끗한 식수와 식품, 위생시설, 보건의료지원, 담요 등 생명 유지를 위한 지원을 제공하고요. 또 다른 핵심지원으로 난민 등록과 비호신청지원에 대한 자문, 교육, 법률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녹취: 난민 청소년 장기 경연대회 현장음]
이라크 내 난민촌에 머물고 있는 시리아 청소년들을 위한 장기경연대회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가 주최한 행사인데요.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잔뜩 상기되고 행복한 표정들입니다.
[녹취: 난민촌 시리아 청소년] "I see you on YouTube, I see you on facebook, all my family in Syria talk to me ..."
이 시리아 소녀는 시리아에 있는 친구들이 유튜브 동영상으로 자신의 춤추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워들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청소년은 난민촌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자신들의 재능도 여전하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렇게 지치고 삶의 의욕을 잃은 난민들을 위로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엔난민기구에는 9천7백 명이 넘는 요원이 있고요. 전 세계 126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지역별로 보면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에 요원들이 가장 많이 있고요. 가장 많은 활동을 펼치는 나라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요르단, 터키와 이라크 등입니다.
“전 세계 난민 실태”
유엔난민기구가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2015 국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강제 이주민의 수는 6천5백30만 명에 달합니다. 이는 일반적 개념의 난민과 난민 신청을 기다리는 사람, 국내실향민 등을 다 포함한 건데요. 전 세계 난민 수가 6천만 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세계 인구를 73억 5천만 명으로 추산했을 때, 113명당 1명은 난민 또는 난민신청자, 국내 실향민이라는 의미입니다.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한 나라는 5년 넘게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로 국내외 난민을 모두 합치면 1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한편 전 세계 각지에서 난민으로 살고 있는 탈북자는 1천103명으로 파악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