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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


필리핀에서 대선 투표가 진행된 지난 9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대선 투표가 진행된 지난 9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5월 9일 실시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가 당선되면서 두테르테 당선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평소 거친 입담과 돌출 행동으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빗대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별명까지 붙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정치 명문가 출신의 전직 검사”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선자는 1945년 필리핀 남서부 레이테 주 마신이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올해 71살입니다. 두테르테 당선자의 아버지 빈센트 두테르테는 세부 주 다나오 시장을 역임했고요. 어머니는 공립학교 선생이었습니다. 또 가까운 친척 중에 세부 시 시장을 지낸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테르테 집안은 이 일대에서는 꽤나 유명한 정치 가문입니다. 두테르테 당선자는 6살 때부터 다바오 지역에서 살았는데요. 이곳에서 60년 넘게 살았고 20년 넘게 시장을 지냈으니 그야말로 다바오의 터줏대감인 셈입니다.

두테르테 당선자는 대학에서 정치학과 법학을 전공했고요. 1972년에는 변호사 자격시험에도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 잘못을 저질러 두 번이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경험도 있고요. 법대 재학 시절에는 자신을 따돌리던 친구를 총으로 쐈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졸업은 했지만, 졸업식에는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두테르테 당선자는 이후 다바오 시의 특별 검사로 부임한 후에 약 10년간 다바오 시에서 강력한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습니다.

“22년 재직한 7선의 시장”

두테르테 당선자는 1988년에 처음 다바오 시 시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후 내리 3선에 성공해 1998년까지 다바오 시장을 역임했습니다. 하지만 3번 이상 시장을 할 수 없다는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1998년에 총선에 출마해 다바오 시를 대표하는 연방 하원의원이 됩니다. 그리고 의원 임기가 끝난 2001년에 다시 다바오 시장 선거에 출마해 2010년까지 또다시 내리 3번 연속 시장을 역임했고요. 또다시 연임 제한 규정에 걸리자 이번에는 딸을 시장 후보로 내보냈는데 딸이 당선되고요. 이 기간 자신은 부시장을 지내다가 2013년 시장 선거에 다시 출마해 당선된 현직 시장입니다.

두테르테 당선자는 피델 라모스 정부나 글로리아 아로요 정부 등으로부터 4차례나 내무장관 제의를 받았는데요. 모두 다 거절했고요. 미국 암 협회가 수여하는 상이라든가 싱가포르 금연상 같은 국제적인 상 수상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징벌자 시장”

두테르테 당선자가 한 도시의 시장을 총 22년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만약 연임 제한 규정만 없었더라면 중간에 공백기가 없었을 거라는 가정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인데요. 두테르테 당선자는 시장으로 있으면서 다바오 시의 치안을 확고히 확립해 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다바오 시는 필리핀에서 가장 치안 수준이 높고 범죄율이 낮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다바오 시 거리에서는 흡연도 금지돼 있고요.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요금을 취했다가는 엄벌에 처해집니다.

두테르테 당선자의 별명은 ‘징벌자’입니다. 민다나오 섬에 있는 다바오 시는 과거 살인, 마약, 테러, 유괴 등 필리핀에서도 범죄율이 가장 높기로 유명한 지역이었는데요. 하지만 두테르테 당선자는 시장으로 있으면서 범죄자들에게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았습니다. 재판 없는 즉결 심판도 서슴지 않았고요. 그렇게 처형된 사람이 1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현재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범죄자 또는 용의자들을 직접 처형하는 ‘자경단’이라는 초법적인 무장 사병집단과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막말과 과격한 공약 논란”

"모든 범죄자들을 사형시키겠다. 내 자식이라도 마약을 하면 죽일 것이다. 마약상을 위한 관들이 더 필요할 것이다. 범죄자들을 마닐라 만의 물고기 밥이 되게 할 것이다. 인권은 잊어버려라" 두테르테 당선자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한 말들입니다.

두테르테 당선자의 막말 수위도 아주 높은데요. 1989년 다바오 시에 있는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당시 호주인 여선교사가 집단 강간을 당했던 일을 두고 "강간 사건은 유감이지만 선교사가 너무 예뻐서 자신이 가장 먼저 강간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지난해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교통이 너무 막히자 "매춘부의 아들, 교황에게 전화해 집에 가고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테르테 당선자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로마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선자 측이 선거 기간 동안 운영했던 선거 웹사이트에는 두테르테 후보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거친 입담의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 어린이들에게는 부드러운 면을 가졌습니다”, 두테르테 당선자는 자신이 바로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대통령에 취임하면 첫 6개월 동안 범죄를 소탕하고, 사형제도를 부활해서 강간과 강도, 불법 마약 거래를 자행하는 범죄자들을 모조리 처형할 작정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녹취: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선자 당선 소감]

각종 거친 막말과 행동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유권자들이 두테르테 후보를 뽑은 건 필리핀의 심각한 범죄율과 부정부패에 지친 표심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두테르테 당선자는 이제 오는 6월 30일에 취임식을 갖고 필리핀의 16대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되는데요. 국제 사회는 필리핀의 새 대통령이 필리핀의 산적한 국내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과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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