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토요일(20일) 열리는 공화당과 민주당 경선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이어서 지난주 사망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장례 관련 소식, 또 ‘앵무새 죽이기’로 유명한 미국 작가 하퍼 리 타계 소식,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첫 소식 보겠습니다. 토요일(20일) 공화당은 동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민주당은 서부 네바다 주에서 각각 경선을 치르는데요. 이번 경선은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 모두에게 중요한 고비로 여겨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의 경우,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요. 두 쿠바계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후보와 마르코 루비오 후보가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요.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예비선거의 관전 포인트로 대략 두 가지를 꼽습니다. 먼저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선두주자로서 자리를 굳힐 것이냐 하는 점이고요. 또 하나는 크루즈 후보와 루비오 후보가 트럼프 후보와 경쟁하는 3자 구도가 굳어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진행자) 최근 집회에서 트럼프 후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승리하면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는데요. 그만큼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공화당 예비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해왔습니다. 1980년 이후 단 한 번을 제외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 승자가 공화당 후보 지명을 받았거든요. 2012년의 뉴트 깅그리치 후보가 예외입니다.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승리했지만, 공화당 최종 지명은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받았죠.
진행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보수적이고 기독교적인 성향이 강한데요. 원래 이런 성향의 유권자들 가운데 테드 크루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 덕분에 유권자 성향이 비슷한 아이오와 주에서 크루즈 후보가 승리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후보 역시 보수 기독교 유권자들부터 많은 지지를 모으고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뿐만 아니라, 앨라배마라든지 조지아, 루이지애나 등 조만간 공화당이 경선을 치르는 남부 주 유권자들의 성향도 비슷하거든요. 트럼프 후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선두 자리를 굳히겠다는 각오입니다.
진행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트럼프 후보와 나머지 후보들 간에 지지율 차이가 꽤 크죠?
기자) 앞서 나온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와 2위 후보 지지율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는데요. 금요일(19일) 아침에 나온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크루즈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28%, 크루즈 후보의 지지율이 23%로 나타난 겁니다. 3위는 15%를 얻은 마르코 루비오 후보였고요. 젭 부시 후보가 13%로 4위입니다. 존 케이식 후보와 벤 카슨 후보는 각각 9%를 얻었습니다.
진행자) 최근 트럼프 후보와 크루즈 후보가 상대방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크루즈 후보에 대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크루즈 후보 측이 내보낸 TV 광고와 관련해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했는데요. 그러자 크루즈 후보가 소송하려면 하라는 식으로 맞서고 있죠. 트럼프 후보는 또 크루즈 후보가 캐나다에서 출생한 점을 들면서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가 지난 토요일(13일) 토론회에서도 크루즈 후보와 공방전을 벌였고요. 젭 부시 후보와도 말싸움하는 등 여러 후보와 충돌했는데요. 목요일(18일)는 의외의 인물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로마 가톨릭교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인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 동안의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트럼프 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한 겁니다. 교황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프란치스코 교황]
기자) 네, 다리가 아니라 장벽을 쌓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은 진정한 기독교도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 건데요. 언론은 멕시코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높은 담을 쌓아야 한다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교황의 이런 발언에 트럼프 후보가 발끈했는데요. 지도자, 특히 종교 지도자는 다른 사람의 종교나 신앙에 의문을 던져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후보] “For a religious leader to question……”
기자) 종교 지도자가 개인의 신앙에 의문을 표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란 건데요. 자신은 기독교 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고 대통령이 되면 현 대통령이 하는 것처럼 기독교가 공격 받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바티칸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ISIL)의 공격을 받게 되면, 트럼프가 대통령이었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공화당 후보들은 이런 상황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마르코 루비오 후보와 젭 부시 후보가 가톨릭교도인데요. 교황에게 영적인 안내를 구하지, 정치적인 지시를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루비오 후보는 미국이 국경을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고요. 부시 후보는 적절한 곳에 장벽을 세우는 걸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개신교도인 테드 크루즈 후보는 교황과 트럼프 후보 사이의 일이라며 일축했는데요.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금요일(19일) 교황이 트럼프 후보를 특별히 지목해서 말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와 교황 간의 대립이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궁금한데요.
기자) 그건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톨릭교도들은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한다고 알려졌는데요. 가톨릭 교도들은 낙태와 동성혼을 반대하기 때문에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트럼프 후보가 보수 기독교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요. 다른 공화당 후보들은 그동안 트럼프 후보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해 왔습니다.
진행자) 여기서 잠깐 민주당 경선 상황 보고 넘어갈까요?
기자) 네, 민주당은 토요일(20일) 네바다 주에서 당원대회를 여는데요. 지난 수요일(17일)에 나온 CNN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48%,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47%로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결을 벌이고 있습니다. 오는 27일에 민주당 예비선거가 벌어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 60%, 버니 샌더스 후보 32%, 클린턴 후보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NBC-월스트리트 저널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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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여러분께서는 VOA 미국의 소리 방송이 전하는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듣고 계십니다.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 보겠습니다. 지난 토요일(13일) 세상을 떠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시신이 연방 대법원에 안치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금요일(19일) 오전 미국 국기에 덮인 스캘리아 대법관의 관이 대법원에 도착했습니다. 가족과 동료 대법관 등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소규모 추모 행사가 열렸는데요. 스캘리아 대법관의 아들인 폴 스캘리아 신부가 기도를 이끌었습니다. 그 뒤 일반 공개가 시작됐는데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대법원을 찾아서 스캘리아 대법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스캘리아 대법관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 대법관 자리에 올랐죠?
기자) 맞습니다. 1986년부터 30년 동안 대법관으로 일하면서 미국 사회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지난 토요일(13일) 텍사스 주에서 사냥 여행 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향년 79세였습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장례식은 토요일(20일) 워싱턴 디시에 있는 바실리카 대성당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장례식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불참한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은 토요일 장례식에 불참하는 대신 워싱턴 시각으로 금요일(19일) 오후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대법원을 방문해 조의를 표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밝혔습니다.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 부부가 행정부를 대표해 참석하는데요. 바이든 부통령은 스캘리아 대법관 가족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고요. 또 대통령보다 경호 수위가 낮아서 장례식에 덜 방해가 되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잘못된 결정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테드 크루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는 방문하면서 스캘리아 대법관의 장례식은 불참하기로 했다며 비판했습니다. 젭 부시 후보도 장례식에 갈지 말지 고민될 때는 가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공화당 정치인뿐만 아니라,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스티븐 래트너 씨는 “당파성을 줄이고 싶다면 우리와는 의견이 달랐지만 위대한 공무원이었던 사람을 기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진행자) 연방 대법관이 사망하면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하는 게 관례인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지난 65년 동안 현직 대법관이 임기 중에 숨진 건 스캘리아 대법관이 네 번째인데요. 정해진 규칙이 없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경우, 1953년에 숨진 프레드 빈슨 대법원장 장례식에는 참석했지만, 1년 뒤 로버트 잭슨 대법관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5년에 윌리엄 랭퀴스트 대법원장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스캘리아 대법관의 장례식은 토요일(20일)에 끝나지만, 후임자를 둘러싼 정치적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거든요.
기자) 네, 보수파 거두였던 스캘리아 대법관의 죽음으로 연방 대법원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4명, 진보 성향의 대법관이 4명으로 팽팽히 맞서게 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의 판사를 대법관에 지명한다면, 1991년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진보가 우세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새 대법관 지명이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되는 거죠.
진행자) 공화당은 새 대법관 지명을 다음 대통령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고 오바마 대통령은 헌법에 따른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인선 작업에 들어갔죠?
기자) 그렇습니다. 여러 후보를 놓고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목요일(18일) 두 회기에 걸쳐 대법관 자리가 공석이었던 적은 없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른 시일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고요. 상원이 공정한 청문회를 열고 때맞춰 인준 표결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인도계 미국인 판사 등 여러 사람의 이름이 나오고 있는데요. 대통령이 과연 어떤 인물을 지명할까 사람들의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조 바이든 부통령이 목요일(18일) 미네소타 공영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판사를 대법관으로 지명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항소법원에 공화당의 만장일치 지지로 인준된 판사들이 많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지지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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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 보겠습니다. 또 다른 유명 인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어왔네요.
기자) 네, ‘앵무새 죽이기’란 소설로 유명한 미국 작가 하퍼 리가 금요일(19일) 타계했습니다. 밤에 잠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가족이 밝혔는데요. 향년 89세였습니다.
진행자) 하퍼 리의 대표작인 ‘앵무새 죽이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죠?
기자) 네, 1962년에 영화가 나왔는데요. 유명한 미국 배우 그레고리 펙이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 역을 맡았습니다.
진행자) 이 영화 역시 유명해서 문학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하퍼 리의 이름이나 ‘앵무새 죽이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하퍼 리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볼까요?
기자) 네, 하퍼 리는 1926년에 앨라배마 주 먼로빌에서 변호사 아매사 콜맨 리 부부의 네 자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는데요. 본명은 넬슨 하퍼 리입니다. 하퍼 리는 대학을 나온 뒤 항공사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1960년에 발간한 ‘앵무새 죽이기’로 유명해졌습니다. 이 소설은 그동안 전 세계 40여 개 언어로 번역됐고 4천만 부 이상이 팔렸죠. 하퍼 리는 이 작품으로 출판 다음 해인 1961년에 퓰리처상을 받았는데요. 퓰리처상은 보도와 문학, 음악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주는 권위 있는 상입니다.
진행자) ‘앵무새 죽이기’가 처음 나왔을 때 미국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켰다고 하던데요.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쓴 흑인과 그를 변호하는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의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화자는 핀치의 어린 딸 스카우트인데요. 어린 소녀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세계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양심, 인간의 본질을 파헤친 소설로 각광 받았습니다. 소설 제목에 나오는 ‘앵무새’는 흑인이나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앵무새 죽이기’는 지금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퍼 리 하면 사람들 앞에 잘 나타나지 않기로 유명한데요. ‘앵무새 죽이기’를 발표한 뒤 50년 가까이 새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파수꾼’이란 소설을 발표했죠?
기자) 맞습니다. 사실 새로 쓴 작품이 아니고요. ‘앵무새 죽이기’보다 앞서 1950년대 중반에 쓴 작품입니다. ‘앵무새 죽이기’의 초본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당시 ‘파수꾼’을 읽어본 출판사 편집자가 어린 아이의 눈으로 소설을 써보라고 해서 나온 것이 ‘앵무새 죽이기’인 거죠. 몇 년 전에 우연히 ‘파수꾼’ 원고가 발견되면서 지난해 출판되기에 이르렀는데요. 출판하자마자 최다 판매 서적 목록에 오르는 등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