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안녕하십니까?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미국에서는 해마다 11월 11일을 ‘Veterans Day’라고 해서 연방 공휴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베터런스 데이’, ‘재향군인의 날’이라고도 하는데요. 오늘 미국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베터런스 데이, 재향군인의 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요?
기자) 네, 영어로 ‘veteran’ 하면 보통 어떤 분야의 아주 노련한 전문가들을 떠올리게 되죠? "그건 그 사람이 veteran이야.", 그러면 그 분야에서 알아줄 만한 전문가라는 소린데요.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한 사람들, 특히 전쟁에 참전했던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참전 군인들을 말할 때 ‘역전의 용사들’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요. veteran이라는 표현에서부터 존경을 담은 것 같군요.
기자) 네, 그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재향군인의 날’이라고 하는데요. 이 재향군인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고향으로 돌아온 군인들이 되겠죠?
진행자) 베터런스 데이의 역사가 아주 길죠?
진행자) 네, 베터런스 데이의 역사는 1차 세계대전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18년에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이 고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는데요. 이들을 환영하고 기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념일이 만들어진 겁니다. 그래서 당시 연합군이었던 영국 같은 나라도 날짜나 명칭은 다르지만 비슷한 의미의 기념일이 있습니다.
진행자) 1차 세계대전이 공식적으로 끝난 날이 11월 11일이죠.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종전기념일(Armistice Day)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28대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듬해인 1919년 11월 11일에 이 날을 기념일로 선포했는데요. 11월 11일 오전 11시에 2분간, 하던 일을 모두 멈추는 것으로 시작해서 시가행진과 기념식을 갖는 것으로 첫해를 기렸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때만 해도 1차 세계대전은 모든 전쟁을 끝낼 전쟁이라고 불리며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으로 생각됐는데요. 이후에도 전쟁은 벌어졌고요. 그러면서 기념일 이름도 바뀌게 됐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2차 세계대전도 있었고 한국 전쟁도 있었죠. 그러다 보니 종전기념일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게 됐고요. 결국, 한국전쟁이 끝난 후인 1954년에 미국의 34대 대통령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 날을 'Veterans Day'로 이름을 바꾸고, 기리는 대상도 모든 재향 군인들로 확대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연방 공휴일로 제정된 건 1938년입니다.
진행자) Veterans Day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게 한 참전 용사의 제안에서 비롯됐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였던 레이먼드 위크 씨가 1차 세계대전 참전자들만 기리지 말고, 모든 군인을 다 기리는 날로 확대하자고 제안을 한 게 받아들여진 겁니다. 이 위크 씨는 1982년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훈장까지 받았고요. ‘Veterans Day의 아버지’라는 칭호도 들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요. 가끔 현충일과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두 기념일은 확실히 다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충일은 미국에서는 Memorial Day라고 하는데요. 이 날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다시 말해 Memorial Day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날이고요, Veterans Day는 나라를 위해 싸우고 돌아온 모든 군인의 희생과 노고를 기리는 날이니까 전혀 다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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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Veterans Day'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재향군인들에 대한 예우나 존경심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기자) 네,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들, 또 지금도 싸우고 있는 군인들을 예우하는 정서가 아주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탈 때 노병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젊은 현역 군인들에게도 먼저 타라고 우선권을 주는 게 미국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진행자)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노병들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도 종종 보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관공서 같은 델 가도 업무 처리를 할 때 이들을 1순위로 우대하는 게 보통이고요. 어떤 야구장이나 미식 축구장 같은 곳에 가면 군인들을 위한 별도의 좌석이 마련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행자) 잘 아시다시피 미국의 군 복무제는 의무제가 아니라 모병제, 그러니까 자원제인데요. 현역 군인이나 퇴역 군인이나 군인들을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물론이고요. 혜택 역시 아주 잘 돼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예를 들어 놀이동산이나 영화관, 대중교통시설 같은 걸 이용할 때 군인이나 재향군인들에게 할인을 해주는 건 기본입니다. 맥도널드 같은 속성 음식점이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 전문점도 재향 군인증을 보여주면 할인해주는 곳이 많고요. 심지어 옷을 살 때도 깎아준다든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이들을 대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군인들에 대한 혜택이 제도적으로도 보장돼 있는 거죠.
기자) 네, 앞서 소개해드린 대로 민간 기업 차원에서 군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곳도 많지만요. 1944년,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때 제정된 이른바 ‘G.I. 법’을 기본으로 정부 차원에서 재향군인들이 다시 일상의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 학비 지원부터 시작해서 연금 제공, 세금 공제 혜택, 주택 융자 혜택, 창업 지원, 의료 혜택 등 아주 다양한 혜택이 다 그 일환이고요. 주 정부들도 별도로 관련 부서를 만들어놓고 운영하는 곳도 많습니다. 참고로 재향군인들에 대한 혜택은 대부분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그 자녀들에게까지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자) 올해 Veterans Day를 맞아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또 새로운 혜택이 추가된다고 하는데요.
기자) 네, 앞으로는 재향군인과 그 가족은 전국 어느 대학이든 공립학교를 가기만 하면, 주립 대학에 준하는 학비를 내면 될 수 있게 됐습니다. 미국인들은 자기가 거주하는 주에 있는 대학을 가면 학비가 싸지만, 다른 주에 있는 학교에 가면 그보다 훨씬 더 비싼 학비를 내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주에 마음에 드는 학교가 있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앞으로는 그런 걱정 없이 다른 주에 있는 원하는 학교를 진학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진행자) 특별히 이런 학비 지원을 하는 이유는 이들 재향군인이 사회에 잘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거죠?
기자) 맞습니다. 군에서 제대한 사람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아 잘 취업하고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백악관은 또 정부의 기금을 받는 학교들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포함해 3개의 관련 법안도 의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진행자) 재향군인들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 보훈부죠?
기자) 맞습니다. 근무하는 직원만 약 28만 명에 1년 예산이 8백억 달러에 육박하는 거대한 조직이고요. 특히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가 재향군인들의 치료나 병원, 진료소 같은 의료 시설 분야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작년에 이 보훈부가 운영하는 병원들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있는 보훈병원에서 시작됐었죠. 재향군인들이 보훈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평균 시간이 지정 시간보다 너무 길고, 그러다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한 게 드러나면서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고요. 결국, 에릭 신세키 당시 보훈장관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미국을 지킨 참전용사들에 대한 그런 처사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은 물론이고, 보통 미국 사람들의 정서였죠. 지금은 로버트 맥도널드 장관이 수장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