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어제 (16일)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2차 토론회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미국 수출입은행이 의회 재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미국의 전자기기 업체인 GE가 수백 개의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한다는 소식 전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인종 별로 대학 전공 선택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도 살펴봅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공화당 후보 토론회 소식부터 보죠. 어제 캘리포니아 주 시미 밸리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 도서관에서 CNN 방송 주최로 공화당 경선후보 2차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먼저 토론회 분위기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네, 분위기가 아주 뜨거웠습니다. 이민문제에서부터 이란과의 핵 합의, 동성결혼, 미국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내외 쟁점을 놓고 후보들 사이에 격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어땠습니까?
기자) 네, 토론회 초반부터 트럼프 후보에 대한 공격이 쏟아졌습니다. 칼리 피오리나 후보는 트럼프 후보를 연예인이라고 묘사하면서 깎아 내렸고요.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트럼프 후보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여러 차례 파산 신청을 한 것을 꼬집었습니다. 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럼프 후보가 국제 문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죠.
진행자) 칼리 피오리나 후보가 트럼프 후보 공격의 선봉에 설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땠습니까?
기자)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 트럼프 후보를 수세에 몰아넣었는데요. 아마 어제 잠시나마 트럼프 후보의 말문이 막히게 한 후보가 있다면 피오리나 후보일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가 앞서 인터뷰에서 피오리나 후보의 외모를 공격해서 논란이 됐었는데요. 저 얼굴을 좀 봐라, 누가 저 얼굴에 투표하겠느냐고 비판했는데요.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피오리나 후보의 외모가 아니라, 페르소나, 가면을 쓴 인격, 본성과는 다른 인격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죠.
기자) 맞습니다. 어제도 이 얘기가 나왔는데요. 피오리나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페르소나를 평가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을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뭐라고 말했는지 미국의 모든 여성이 확실히 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말해서 청중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후보는 피오리나 후보가 아주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뒷수습에 나섰습니다만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올해 초에만 해도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꼽혔는데요. 지난 1차 토론회 때 별로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죠. 이번에는 어떻게 좀 달라진 모습을 보였나요?
기자) 네, 적극적으로 트럼프 후보 공격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가 부시 후보에게 오늘은 좀 더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고 칭찬하기도 했죠. 앞서 트럼프 후보는 부시 후보에 대해서 기부자들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한 일이 있는데, 부시 후보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고요. 오히려 플로리다 주지사 시절에 트럼프 후보가 기부 대가로 카지노 승인을 요청한 일이 있는데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시 후보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는 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얘기도 나왔는데요. 부시 전 대통령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고 트럼프 후보가 비판한 겁니다. 그러자 부시 후보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형이 미국인들을 안전하게 지켰다는 점이라고 말해서 청중의 호응을 끌어냈죠.
진행자) 여러 쟁점이 논의됐는데, 후보들이 입장 차이를 보인 쟁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서부터 대마초 단속 문제, 또 미국가족계획협회 지원예산과 관련해 연방정부를 폐쇄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쟁점에서 후보들이 입장 차이를 보였습니다. 또 이란 핵 합의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가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만, 대처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죠. 예를 들어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취임 첫날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말했지만, 부시 후보와 랜드 폴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은 동맹국들과 함께 이룬 합의를 무조건 파기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못 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혹시 북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나왔습니다. 이란 핵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북한을 언급했는데요. 북한에는 미치광이가 실제로 핵을 갖고 있는데 왜 북한을 언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습니다. 북한은 실제로 핵무기를 갖고 있고 거의 2주마다 한 번씩 이를 사용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마르코 루비오 후보 역시 북한이 핵무기를 수십 개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해서 2차 토론회가 끝났는데요. 어제 가장 돋보인 후보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기자) 칼리 피오리나 후보라고 하겠습니다. 피오리나 후보는 지난 번 1차 토론회 때는 지지율이 낮아서 본 토론회에 참가하지 못했는데요. 하위 후보들을 위한 별도의 포럼에서 빛을 발해서 지지율이 올라갔고요. 이번에 본 토론회에 참가한 거죠. 어제도 트럼프 후보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과 조리 있는 주장으로 눈길을 끌었는데요. 특히 미국가족계획협회가 낙태한 태아의 조직을 매매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이는 미국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라면서 낙태 제공 단체에 대한 예산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밖에 마르코 루비오 후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기자)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토론회를 주도하면서 대체로 잘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요. 별로 잘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후반에 가서는 트럼프 후보가 별로 두드러지지 못했는데요. 특히 다른 후보들이 정책을 집중적으로 토론할 때는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또 신경외과 의사 출신으로 현재 지지율 2위인 벤 카슨 박사도 기억에 남을 만한 주장을 펴지 못했고요. 스콧 워커, 랜드 폴, 마이크 허커비, 테드 크루즈 후보 역시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실수는 나오지 않았나요?
기자) 네, 토론회 말미에 가서 특이한 질문이 나왔는데요. 지금 미국에서 10달러 지폐에 여성의 초상화를 넣기로 하고 누구를 넣으면 좋을지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누구를 넣겠느냐는 질문에 엉뚱한 대답들이 나왔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안 되는데 아내와 딸, 어머니, 이렇게 가족을 언급한 후보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미국인이니까 괜찮은데요. 젭 부시 후보는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 존 케이식 후보는 테레사 수녀를 언급한 겁니다. 미국 지폐에 넣은 인물을 물은 건데 외국인을꼽은 거죠.
진행자) 이번에도 본 토론회에 앞서 하위 후보들을 위한 별도의 토론회가 열렸죠?
기자) 네, 지난 번에는 7명이 2부 리그 토론회에 참가했는데 이번에는 4명에 그쳤습니다. 피오리나 후보가 본 회의 참가자로 승격했고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중도 사퇴했죠. 또 짐 길모어 전 버지니아 주지사는 지지율이 낮아서 2부 리그 참가 자격도 얻지 못했습니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조지 파타키 전 뉴욕 주지사, 이렇게 4명이 참가한 2부 리그 토론회에서는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승리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두 번째 소식입니다. 미국의 전자기기 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 GE사가 수백 개의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한다고 밝혔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GE는 15일, 5백 개의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는데요. 미국 수출입은행이 의회 재인가를 받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우선 미국 수출입은행이 어떤 곳인가요?
기자) 네, 수출입은행은 연방정부 산하기관으로 수출기업에 대해 대출보증과 수출보험, 대부를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의 수출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수출입은행은 4~5년에 한 번씩 의회의 재인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의회가 지난 6월 30일이 마감시한이었던 수출입은행의 재인가안을 통과시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수출입은행 업무가 부분적으로 중지된 상태입니다.
진행자) GE가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한다고 하는 걸 보니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었나 보군요?
기자) 네,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지원이 끊기게 되면서 프랑스 수출신용기관인 코파스(coface)로부터 지원을 받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는데요. 따라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와, 메인 주, 뉴욕 주에 있는 가스터빈 제조 관련 일자리 4백 개를 프랑스로 옮긴다는 겁니다. 또 오는 2016년까지 항공기 가스터빈 제조공정이 있는 휴스턴의 일자리 1백 개를 헝가리와 중국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GE로서는 특단의 조처를 한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GE 사의 존 라이스 부회장은 성명을 통해 일자리 이전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의회가 수출입은행 재인가에 실패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미국의 항공기제조업체, 보잉 사 역시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고요?
기자) 네, 보잉사 역시 15일 인공위성 입찰경쟁에서 싱가포르 기업인 캐시픽 사에 밀려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미국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보잉 사는 2달 전에도 수출입은행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인공위성 제조 공정의 직원들을 감원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수출입은행의 기능이 중단되면서 기업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데 왜 의회가 수출입은행의 재인가안을 승인하지 않는 건가요?
기자) 미국 수출입은행은 미국 기업들의 수출에 있어 필수적인 기관이라는 기업들의 주장과는 달리 보수성향의 정치인들은 미국 수출입은행이 정실자본주의, 그러니까 정치권력과 기업이 결탁한 자본주의의 전형이라며 반드시 사라져야 할 기관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에 대한 복지 혜택이나 마찬가지란 건데요. 또한 중소기업보다 보잉이나 GE 같은 대기업이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진행자) 지난 회기에 수출입은행 재인가를 마무리 하지 못하고 휴회에 들어간 의원들이 이제 다시 의정에 복귀했는데요. 수출입은행 재인가안이 다시 논의되겠죠?
기자) 그렇긴 합니다만 올해 안에 재인가가 나올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마지막 소식입니다. 대학 전공 선택에 있어서 인종 별로 차이가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 인빈서블(Young Invincible)’이라는 시민단체가 미국 연방교육부와 미국의 임금 정보 사이트인 ‘페이스케일(Payscale)’의 자료를 바탕으로 졸업 후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대학 전공과 반대로 소득이 가장 낮은 전공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각 전공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인종을 살펴봤는데요. 조사 결과 흑인과 히스패닉, 그러니까 중남미계 학생들의 경우 졸업 후 소득이 낮은 전공을 선택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이 어떻게 달랐습니까?
기자) 네, 소득이 가장 높은 전공군은 일명 스템(STEM)이라고 하는 네 분야, 즉 과학, 기술, 공학 그리고 수학 관련 전공들이었습니다. 반면 낮은 소득 전공군에는 법 집행과 교육, 법학, 종교학 등이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그럼 흑인과 중남미계 학생들의 전공은 주로 후자였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흑인 학생들의 경우 소득이 가장 낮은 전공 6개 분야 중 4개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고요. 중남미계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소득이 낮은 전공의 경우 졸업 후 초봉이 약 3만5천 달러에서 시작해, 직장생활을 10년 또는 15년 정도 했을 때 연봉이 5만5천 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었는데요. 반면 스템 전공 학생들의 초봉이 최소한 5만 달러로 10년에서 15년 후가 되면 연봉이 7만5천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연봉의 차이가 상당한데요. 이렇게 전공에 따라 인종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조사를 진행한 ‘영 인빈서블’의 탐 앨리슨 부대표는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단 한 가지로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세대를 이어오는 인종 간의 차별과 초등-중등 교육 과정의 예산 지원 차이, 또 소수 인종의 경우 학생에 대한 지원이나 교육적인 조언이 부족한 점 등이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대학 전공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그 이전 교육 단계 그러니까 초, 중, 고 과정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소수 인종 학생들의 경우 스템 전공과목을 공부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고등학교를 꽤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이지만 고등학교에서 선행과정이나 수준 높은 수학, 과학 수업을 듣지 못했다 보니 대학의 과학 관련 수업에서 실망스러운 점수를 받게 된다는 거죠. 게다가 영어나 사회학 같은 과목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으면 결국 스템 관련 전공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진행자) 소수 인종 학생들에게 고소득이 보장되는 전공을 갖도록 격려한다면, 궁극적으로 인종에 따른 빈부 격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대학교육의 가치를 졸업 후 연봉으로 따지면 안되겠지만요. 미국의 많은 학생이 학자금 융자를 받아 대학을 다니고 대학 졸업 후에 학자금 빚을 떠안게 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실제로 흑인은 대학을 가기 위해 80% 가까이 학자금 융자를 받고, 이로 인한 학자금 빚이 평균 대학생들에 비해 15%나 많다고 합니다. 여기에 보수가 낮은 직업까지 갖게 된다면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진행자)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국가 차원에서 소수인종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아우르는 스템 교육은 세계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는 분야로 인정받으면서 지난 10년간 국가적으로 스템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특히 소수인종 학생들에게 스템 교육를 강조하면서 유명 흑인 대학들에서도 스템 전공자들이 적지 않게 배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