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김정우 기자 함께 합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알아볼까요?
기자) 네. 미국 시각으로 수요일 (9일) 연방하원 법사위원회가 주재하는 청문회가 열렸는데요. 이 청문회는 ‘미국 가족계획협회’를 대상으로 최근 논란이 된 문제를 다뤘습니다. 오늘 다룰 주제는 ‘Planned Parenthood’, 즉 ‘미국 가족계획협회’입니다.
진행자) ‘가족계획’이라면 아이 수를 조절하는 것을 말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국립국어원의 뜻풀이를 보면요.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부부의 생활 능력에 따라 자녀 수나 출산 간격을 계획적으로 조절하는 일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이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최근에 연이어 공개되는 영상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낙태 반대 단체가 몰래 촬영한 영상인데요. 이 영상에서 가족계획협회 직원이 낙태한 태아의 조직을 거래하는 방법과 관련된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그런지 요즘 ‘Planned Parenthood’와 관련된 기사가 자주 나오는데,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죠?
기자) 아닙니다. 민간 비영리단체입니다. 이 조직은 미 전역에 있는 약 700개 진료소에서 피임이나 임신중절 같은 가족계획 관련 서비스와 보건 관련 서비스를 여성들에게 제공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4년에 약 1천만 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 가운데 3%가 낙태 시술이었고요. 그 밖에 성병 검사와 치료 450만 건, 피임 관련 서비스 360만 건, 임신 검사 1백만 건, 그리고 암 검사와 치료 90만 건이었습니다.
진행자) 이 조직은 미국의 전설적인 여성운동가 마가릿 생어하고 관련이 깊지 않습니까?
기자) 잘 아시네요. 마가릿 생어가 이 조직을 세웠는데요. 1879년 미국 뉴욕 주에서 출생한 생어는 평생을 여성 보건 운동에 바친 아주 유명한 인물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마가릿 생어가 여성 보건 운동에 뛰어들었던 계기가 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생어의 어머니는 모두 11명의 자녀를 낳았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아이를 많이 낳은 후유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실 당시엔 제대로 된 피임법도 없었고, 낙태는 더군다나 거의 불가능해서 여성들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하면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했죠? 그래서 마가릿 생어는 이런 현실을 고치려는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생어는 1916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가족계획 진료소를 만들고요. 여기서 가족계획 관련 서비스를 여성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1923년에 뉴욕 맨하튼에 ‘가족계획 연구소’를 만들었고요. 또 같은 해에 ‘미국 가족계획 리그’를 설립했는데, 나중에 이 두 조직이 합해져서 지금의 ‘미국 가족계획협회’가 됐습니다. 이 조직의 공식 명칭은 영어로 ‘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of America’입니다.
진행자) 마가릿 생어가 이끈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특히 여성용 피임약을 보급해서 여성 보건에 혁명을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20세기 중반이 다 돼서도 간편하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여성용 피임법이 없었는데요. 미국 가족계획협회가 1948년부터 생물학자 그레고리 핀커스를 후원해서 먹는 여성용 피임약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가족계획협회’의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보는데 10년이 걸리는데요. 바로 1960년 미국 식품의약청, FDA가 핀커스가 이끄는 연구진이 개발한 먹는 여성용 피임약을 승인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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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가족계획협회’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 아까 여성용 피임약 얘기를 했는데, 먹는 여성용 피임약이 아무 문제 없이 보급된 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먹는 여성용 피임약이 나오자 몇몇 주가 이 약의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그러자 소송이 벌어지고 결국 이 사안이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는데요. 연방대법원이 1965년에 여성용 피임약의 사용을 허가하면서 ‘미국 가족계획협회’ 측에 큰 승리를 안겨줬습니다. 그러다가 70년대에 들어서 ‘미국 가족계획협회’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판결이 연방대법원에서 또 나오는데요. 연방대법원이 바로 그 유명한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낙태를 허용한 거죠. 이 판결로 ‘미국 가족계획협회’에서 운영하는 진료소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도 합법적으로 낙태 시술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진행자) 피임이나 낙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탓에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 단체에 이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 아닙니까?
진행자) 물론입니다. 사실 설립 초기부터 ‘미국 가족계획협회’의 활동에 시비를 거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특히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나온 뒤부터 이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낙태 반대 단체들의 공적 1호가 됐는데요. 그래서 한때 협회 진료소에 대한 공격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낙태 반대 조직들은 이전의 폭력적인 방법보다는 기술적으로 방법으로 ‘미국 가족계획협회’의 활동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기술적인 방법이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할까요?
기자) 뭐. 소송을 걸거나 법을 만들어서 협회 활동을 제한하는 방법이 있겠고요. 또 협회에 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겠죠.
진행자) 실제로 이번에 동영상이 논란이 되자, 공화당 측에서 ‘미국 가족계획협회’에 주 정부나 연방 정부의 돈이 들어가는 걸 모두 막겠다고 위협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자료를 보면 ‘미국 가족계획협회’가 여성 보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메디케이드’, 즉 ‘빈곤층 의료보장제’로부터 최대 5억 달러를 받았고요. 또 가족계획 서비스를 위해 연방정부로부터 최대 6천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나옵니다. ‘미국 가족계획협회’ 예산에서 연방 정부 지원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데요. 현재 미국법에서 연방 정부 돈을 낙태에 사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 가족계획협회’가 낙태한 태아를 팔았다면서 이런 예산을 모두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낙태한 태아를 팔았다는 공화당의 주장에 ‘미국 가족계획협회’ 측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네. 협회 측은 동영상에 나온 일부 발언에 대해서 사과했지만, 자신들이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법 테두리 안에서 낙태한 태아의 조직을 연구소에 제공했다면서, 미국 여성 보건 증진에 이바지하는 협회의 활동을 왜곡하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따라잡기’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