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 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요일 (3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치가 담긴 온실가스 규제안을 발표했습니다. 오늘 첫 소식으로 전해 드리고요. 이어서 미 서부에 산불이 퍼지면서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에는 대규모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소식 전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서서 공부하는 책상을 도입하기 시작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월요일(3일)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규제안을 발표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발전소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청정전력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은 앞서 행정부가 제시했던 구상의 최종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규제안을 발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목소리를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청정전력 계획은 2년 간의 고심끝에 나온 것으로 미국이 기후 변화와 싸우기 위해 이때까지 취했던 그 어떤 노력보다 가장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기후변화 보다 우리의 미래와 후손들에게 더 큰 위협은 없다며 기후 변화를 멈추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규제안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하던데, 어떤 내용이 들어있습니까?
기자) 네 우선, 청정전력계획은 앞으로 15년 동안 미국 발전소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의 양을 3분의 1가량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는 2030년까지 발전소 탄소배출량을 2005년 배출량에 대비해서 32% 줄이겠다는 겁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앞서 발표한 초안에서는 발전소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30%였는데요. 2% 포인트 늘어난 겁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은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석탄을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까?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얘기는 결국 화력발전을 줄이겠다는 얘기인데요. 그럼, 부족한 전력은 어디서 얻게 되나요? 역시 재생 에너지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으로 태양열 에너지와 풍력 에너지 같은 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에 중점을 두게 됩니다. 전체 전력 생산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 비율을 28%까지 늘리겠다는 겁니다. 청정전력계획에 따르면, 행정부가 각 주에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정해주고요. 각 주는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서, 미 환경보호청(EPA)에 제출해야 하는데요. 2016년까지 초안을, 그리고 2018년까지 최종안을 제출해야 합니다.
진행자) 이렇게 되면 석탄을 연료로 하는 에너지 업계 타격이 클 텐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많은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에너지 업계 반발이 큽니다. 행정부 계획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새 청정전력계획에 따르면, 각 주 별로 목표를 정해놓고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주 정부들이 순순히 따를까요?
기자) 아닙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나 와이오밍 주같이 석탄 의존도가 매우 높은 주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석탄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면서 비난했는데요. 몇몇 주지사는 행정부 계획을 무시하겠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이미 여러 주가 소송 준비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25개 주가 소송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만약 소송이 연방 대법원에까지 올라간다면, 몇 년 뒤에야 최종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친기업 성향을 보이는 공화당은 이런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반대하고 있잖아요? 공화당 정치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네, 상원 공화당 지도자인 미치 맥코넬 원내 대표는 주지사들에게 이 계획을 따르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고요.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 가운데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오바마 행정부 계획에 대해서 “재앙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무책임하고 무리한 계획”이라면서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은 이렇게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입장은 다르겠죠?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오바마 대통령 계획과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겠다고 다짐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의 새 청정전력계획을 지지했습니다.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 계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공화당 후보들은 받아들일 만한 대안을 내놓지 않을 것이고, 내놓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은 이때까지 기후 변화 대처에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청정 에너지 계획은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수년간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 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한 이후 나온 중요한 초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석유와 가스 시설에서 내뿜는 메탄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한편, 승용차와 대형 화물트럭의 에너지 효율성을 큰 폭으로 올리는 등 여러 환경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 태양력과 풍력 에너지의 저렴한 가격 또 값싼 천연가스의 부활로 말미암아 미국인의 화력 발전 의존율이 실제로 떨어지고 있다는데요. 올봄에는 천연가스가 석탄을 누르고 전력 생산의 가장 큰 자원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두 번째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 서부지역이 지금 산불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요일(2일) 대형 산불이 미 서부 일부 주들에서 확산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요. 특히 캘리포니아 주 북부에서는 수십 건의 산불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서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산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캘리포니아 지역은 특히 가뭄이 이어지던 터라 피해가 더 큰 것 같죠?
기자) 그렇습니다. 가장 큰 산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2백 km 정도 떨어진 ‘로어 레이크(Lower Lake) 카운티 지역에서 발생했는데요. 불길이 가뭄으로 메마른 땅을 빠른 속도로 삼키면서 일요일 밤에는 총 217 제곱킬로미터를 태웠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대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면적이 127제곱킬로미터니까 샌프란시스코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면적입니다. 거대한 산불은 이 지역 6천3백 채의 가옥을 위협했는데요. 결국, 주택 24채와 그 외 건물 26채가 불에 탔습니다.
진행자)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렇게 동시 다발적인 산불이 일어난 원인이 뭘까요?
기자) 많은 산불이 번갯불로 시작됐는데요. 가뭄으로 바싹 마른 나무와 풀을 타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데다 바람의 방향도 일정하지 않다 보니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북부 지역은 빽빽한 덤불과 떡갈나무가 많은 언덕들로 이뤄져 있는데 지난주 수요일(30일)부터 불길이 퍼지기 시작했지만, 현재 진화율은 5%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지역은 월요일(3일)까지 산발적인 천둥번개와 거센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불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결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 비상사태를 발령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산불진화를 위해 주 방위군을 투입했습니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는 산불이 극심한 레이크 카운티 지역에 긴급 자원을 동원하기 하기 위해 미연방재난관리청(FEMA)으로부터 정부 지원금을 약속 받았는데요. 정부 지원금으로 지역과 주 당국들이 화재 진압에 들어간 비용의 75%까지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진행자) 주민들에게 대피령도 내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은 산불이 휩쓸고 있는 지역 주민 약 1만2천 명에게 대피령을 내린 상태이고요. 또 일부 도로를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현재까지 투입된 소방관의 숫자도 엄청나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9천 명 이상의 소방관이 캘리포니아 지역 산불 진압을 위해 투입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재 진압 중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소방관들도 있는데요. 지난주 금요일, 오리건 주 국경에서 남쪽으로 160km 떨어진 ‘모도크 국립공원’에서 화재 진압을 펼치던 한 소방관이 소방당국과 연락이 끊어진 후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마지막 소식입니다. 학교에서 칭찬 듣는 아이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자리에서 뜨지 않고, 조용히 앉아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주로 선생님과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데요. 이런 전통적인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어릴 때 많이 들었던 말이 ‘한 자리에 진득하게 앉아 공부하는 아이가 모범생이다’라는 말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미국에서는 학생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서서 공부하는 책상’을 도입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실험을 시작한 교육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진행자) 서서 공부하는 책상을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서서 공부하는 방식이 논의되기 시작한 이유는 비만인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선 아이들이 너무 많이 먹는데 비해 활동은 적어서 살이 찌고 또 각종 성인병 증세를 보이는 비만 아동들이 적지 않은데요. 서서 공부하면 아이들의 활동량을 늘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나온 겁니다. 아이들이 많이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살도 빠지고, 아이들의 심혈관 건강도 좋아지고, 당뇨병도 줄어들 수 있고 그 외 다른 신체적 또 정신적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거죠.
진행자)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서서 일하는 책상이 유행인데요. 저희 VOA 방송국 일부 사무실에서도 이 서서 일하는 책상이 도입됐더라고요? 그럼 과연 서서 공부하는 책상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네요?
기자) 직장인들이 서서 일하는 책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아이들의 키 높이에 맞춰서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요. 또 아랫부분에는 아이들이 발을 올려놓고 왔다 갔다 움직일 수 있는 봉도 달려 있어서 아이들이 다리 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위 아이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공부도 하고 또 몸을 움직일 수도 있는 거죠.
진행자) 서서 공부하는 책상이 아이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학자도 있다고요?
기자) 네, 텍사스 A&M 대학의 마크 벤던 교수가 관련 실험을 몇 차례 진행했는데요. 첫 번째 실험은 48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아이들이 서서도 공부하게 했다가 앉아서도 공부하게 해봤더니 계속 앉아서만 공부할 때보다 아이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고 또 아이들의 걷는 횟수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또 80명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서 공부하는 책상 실험을 해봤더니 앉아서 공부할 때보다 열량을 17%나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네요. 그런데 더 주목할 것은 과체중이나 비만인 학생한 경우 열량을 32%까지 태우면서 운동 효과가 더 컸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에너지를 더 많이 쓴다는 게 신체적으로 서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신경을 더 많이 써서 그러니까 더 집중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실험을 주도한 벤던 교수는 아이들이 오랜 시간 앉아 있기만 하면 가만히 있기보다는 딴짓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지적했는데요. 활동적인 환경이 바로 이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서서 공부하면 학습 환경이 바뀌면서, 주어진 학업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집중력이 더 높아지고 또 가만히 앉아서 공부할 때 느낄 수 있는 지루함도 해소해 준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서서 공부를 하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벤던 교수가 미국의 초등학교, 그러니까 북한의 소학교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학생 282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요. 서서 공부할 경우 아이들의 집중력이 더 좋아지고, 수업시간에 더 활발히 참여하는 등 학업 성취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벤던 교수는 결론적으로 초등학교에 서서 공부하는 책상을 도입한다면 아이들의 비만율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 능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