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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오늘 주제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이런 가정을 한번 해봤으면 합니다. 만약 인터넷이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지구 한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으로 전해지지도 않았을 테고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사회 연계망도 경험할 수 없었겠죠? 똑똑한 손전화, 스마트폰 역시 없어서 여전히 전화는 통화하는 기계로서 존재하고 있었을 겁니다.

진행자) 인터넷이 없는 세상, 저도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데요. 그러니까 인터넷망을 통해 전 세계가 한 마을처럼 가까워지는 지구촌을 이룰 수 있게 된 거죠.

기자) 맞습니다. 북한에도 인터넷 사용하시죠? 하지만 북한의 인터넷은 엄밀히 말하면 인트라넷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제공하는 정보와 자료들에 한해서만 인터넷 접속과 공유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곳에서는 인터넷망에서 방대한 자료를 자유롭게 접속해 공유할 수 있죠. 그런데요, 인터넷이 발달하고 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인터넷망에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인터넷망의 문제라뇨?

기자) 바로 돈이나 기술을 이용해서 인터넷망에서 전송되는 정보나 아니면 서비스의 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거죠. 바로 이런 움직임을 막고, 인터넷망은 누구나 공평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망중립성’이라는 것이 탄생했는데요. 오늘은 영어로 Network Neutrality라고 하는 ‘망중립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요즘 언론에서 망중립성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말 자체로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좀 어렵더라고요?

기자) 그러실 겁니다. 우선 망중립성의 기본 원리는 인터넷 통신망 업체들이 사용자가 내는 요금에 따라 제공하는 정보 내용이나, 접속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서비스의 속도 등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인터넷 통신망 업체들이 요금에 따라 차별을 할 수 있다니 무슨 말입니까?

기자)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죠.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우선 인터넷 회선이 필요하겠죠? 그러니까 각 가정에 인터넷 회선을 제공하는 통신망 업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은 인터넷 회선이 깔렸다고만 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각종 인터넷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 사업자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필요한데요.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구글이나 세계최대의 인터넷 사회 연계망인 페이스북 등이 다 콘텐츠 사업자에 포함됩니다. 자 그런데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특별히 인기를 끄는 콘텐츠들이 생겨나면서 인터넷 통신망 업체와 인터넷 콘텐츠 업체 간의 마찰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진행자)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통신망 업체나 콘텐츠 업체 모두에게 이익 아닌가요?

기자) 이익이긴 한데 이 이익을 이용해 더 큰 이윤을 남기려는 속셈이 등장한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콘텐츠 업체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업체의 사이트를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과부하가 걸리자 그 사이트를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속도가 떨어지게 된 거죠. 그러자 통신망 업체 측에서 콘텐츠 업체 측에 요구를 하는 겁니다. ‘돈을 좀 더 내라 그러면 우리가 별도의 회선을 만들어서 당신네 사이트를 빠른 속도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진행자) 인터넷 콘텐츠 업체로서는 받아들일 만한 요구겠네요. 접속 속도가 늦어지면 자사의 사이트를 찾는 이용자들이 줄어들 수 있으니까 말이죠.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콘텐츠 기업 측이 통신업체 측에 돈을 더 내다보면 결국 그 부담이 일반 소비자에게로 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콘텐츠 업체가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소비자에게 요금을 별도로 부과하거나 아니면 이용료 자체를 올릴 수 있으니까요.

진행자) 그러니까 망중립성은 이런 상황을 막아서 일반 소비자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거군요?

기자) 네, 그런데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신생기업이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통신업체들이 각 기업의 사이트마다 돈을 다르게 받고 서비스를 제한한다면 어떻겠습니까? 통신업체에 돈을 많이 내는 대기업은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가 빠른 속도를 자랑하겠지만, 추가 비용을 낼 수 없는 신생 기업의 사이트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겠죠? 바로 이런 상황을 생겨나지 않도록, 기업이든 사용자든 내는 돈에 상관없이 인터넷 내용이나, 서비스 처리 속도 등이 공평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 망중립성의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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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듣고 계십니다. 오늘은 ‘망중립성’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망중립성이라는 말이 생겨난 게 얼마 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망중립성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기자) 맞습니다. 망중립성이란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은 미국 콜럼비아대학교 언론법학 교수인 팀 우 박사입니다. 우 박사는 지난 2003년 처음으로 망중립성에 대한 개념을 제시한 이후 현재까지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 가고 있는데요. 우 교수의 망중립성 원칙은 우선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선택권을 보장해 준다는 것과 또한 인터넷망을 커먼 캐리어(common carrier)로 취급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커먼 캐리어는 쉽게 말해서 미국의 유선전화통신선과 같은 공중통신망으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러니까 인터넷망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서비스로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진행자) 그리고 최근 연방통신위원회, FCC의 망중립성 규정이 발효되면서 이런 우 교수의 주장이 반영되게 됐는데요. 하지만 이때까지 망중립성을 둘러싸고 FCC와 인터넷 통신망 업체들과의 법적 공방이 수년간 오갔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0년, FCC는 ‘오픈 인터넷’ 규정이라는 걸 제정했었습니다. 한국말로 하면 ‘열린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유롭고 열린 인터넷망을 위해 망중립성 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죠. 그러자 미국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이 FCC가 그런 규제를 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2014년에 항소법원은 버라이즌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당시 판결은 FCC의 규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FCC가 ‘정보서비스’ 사업자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당시 버라이즌과 같은 인터넷통신업체는 규제권한이 적은 ‘정보서비스’로 분류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FCC는 지난 2월 ‘오픈 인터넷’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유무선 망업자를 정보서비스가 아닌 규제권한이 큰 ‘통신서비스’로 분류했고요. FCC가 이들 통신업체에 망중립성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진행자) 그러자 정보 통신업체들은 또 개정안 내용이 과하다면서 시행을 연기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항소법원이 FCC의 손을 들어주면서 망중립성 규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 겁니다.

진행자) FCC의 망중립성 규정,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크게 세 가지인데요. 첫째 차단 금지(No Blocking)입니다. 망사업자는 합법적인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해를 주지 않는 기기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없고요. 둘째는 조절 금지(No Throttling)로 망사업자는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혹은 해를 주지 않는 기기의 합법적인 트래픽 그러니까 전송량을 손상하거나 저해해선 안 됩니다. 셋째는 지불에 따른 차별 금지(No Paid Prioritization) 인데요. 망사업자는 어떤 종류든 대가를 받고 합법적인 인터넷 트래픽을 다른 합법적 트래픽에 비해 우선순위를 부여해서는 안 되는데요. 망사업자와 연계된 회사의 콘텐츠나 서비스도 더 빠른 속도로 전송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 FCC 규정 논란이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라고요?

기자) 네, 정보 통신망 업체들은 FCC가 이렇게 새로운 규정을 만들면서 자신들의 의견은 배제하고, 또 법적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또한, 연방 의회 안에서도 이 망중립성 규정과 관련해 법제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망중립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현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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