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미국에서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 가운에 하나가 백인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을 과잉 진압한다,그러니까 공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바로 이런 주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논란이 시작된 계기가 바로 지난해 있었던 퍼거슨 사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2014년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18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인 대런 윌슨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이후 윌슨 경관이 불기소됐다는 결정이 나면서 전국적으로 더 큰 시위가 촉발됐죠. 숨진 흑인 청년은 당시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당시 윌슨 경관의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게 대배심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당시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윌슨 경관을 불기소 그러니까 살인죄로 법원에 기소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겁니다. 그런데 당시 이 결정 자체도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졌지만, 도대체 대배심이 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았는데요. 미국인들에게도 조금은 낯선 이름인 대배심, 오늘은 대배심 제도에 대해 여러분께 자세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그럼, 우선 대배심 제도가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기원부터 알아보고 갈까요?
기자) 대배심의 기원은 12세기 영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은 왕이 지나치게 법을 남용해서 평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배심 제도를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선 이 대배심 제도가 이미 폐지됐고요. 대신 미국에선 여전히 이 제도가 이어져 오고 있죠. 미국의 대배심 제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데요. 미국 수정헌법 5조를 보면 ‘대배심에 의한 고발 또는 기소가 있지 아니하는 한, 사형에 해당하는 죄 또는 파렴치죄에 관하여 그 누구도 심리를 받지 아니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대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경우에는 반드시 대배심이 기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거죠.
진행자) 그럼 모든 주가 똑같이 대배심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방 대법원이 수정헌법 5조의 일부 문안에 대해 각 주의 재량권을 인정했는데요. 따라서 연방 대배심을 제외하고, 워싱턴 DC와 코네티컷 주와 펜실베니아 주 이렇게 2개 주가 대배심 제도를 공식적으로 두고 있고요. 그 외 23개 주에서는 일부 중범죄에 대해서만 대배심 기소를 할 수 있고 25개 주에서는 대배심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대배심은 어떤 때 적용되는 건가요?
기자) 청취자 여러분이 이해하기 쉽게 예를 하나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지난 2013년에 북한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됐었죠? 죄수복을 입고 손이 묶인 채 법원에 서 있는 장성택의 모습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었는데요. 장성택의 경우 중범죄로 최고재판소에서 단 한 번의 재판으로 형이 확정됐다고 하죠? 그런데 만약 북한에 대배심 제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우선 일반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연방 대배심이 모집됐을 겁니다. 그리고 이 대배심이 장성택의 8가지 죄목들에 대해 심사한 후 장성택을 법정에 기소할지 여부를 먼저 판단했을 겁니다.
진행자) 그럼 대배심 제도는 모든 재판에 다 적용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대배심의 기소 여부는 형사재판에서만 도입되는데요. 주로 살인과 같은 중범죄에 해당하는 범죄 재판에서 대배심이 기소 여부를 내리게 되고요. 연방 차원의 중범죄일 경우엔 연방 대배심이 구성돼서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흔히 말하는 배심제도라고 하면 재판장에서 유, 무죄 판결을 내리는 배심원들을 생각하게 되거든요?
기자) 그럴 겁니다.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은 소배심(petit Jury)이라고도 하는데요. 소배심과 대배심(grand jury)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보죠. 우선 소배심은 재판에 참여해서 피의자와 검찰, 증인의 증언까지 다 듣고 피의자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판단합니다. 하지만 대배심은 검찰 측이 사건을 수사해 제시한 증거를 듣고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소배심이 공개로 재판을 진행하는 반면 대배심의 심사 과정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성원의 규모도 다른데요. 소배심은 인원이 12명이지만 대배심은 최소 16명에서 23명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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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듣고 계십니다. 오늘은 대배심 제도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대배심이 심사하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볼까요?
기자) 먼저 검찰 측이 대배심을 소집해 기소안을 제출합니다. 그러면 대배심들이 검사의 기소가 정당한지, 기소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제출됐는지 심사하는데요. 검사와 증인의 증언을 듣기는 하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판사나 피의자 본인이 직접 심사에 나서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후 각 기소 항목에 대해 기소할 지 여부에 대해 찬반투표를 통해 결정하게 되죠. 소배심이 만장일치로 찬성을 해야 하는 것과 달리 대배심은 12명이 찬성하면 기소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대배심으로 선정된 사람들은 마음에 부담이 제법 있을 것 같네요.
기자) 네. 하지만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소배심에 참여하는 사람들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습니다. 소배심원들은 증인이나, 판사, 검사, 변호사, 친구, 가족 등 어느 사람과도 사건에 대해서 말하지 말아야 하고요. 범죄현장을 방문하는 등 사건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대배심은 그렇게까지 사건에서 격리될 필요는 없는데요. 개인이 스스로 조사를 해도 되고 또한 공정한 재판을 위한 선서도 하지 않습니다. 사실 대배심에게 제공되는 증거자료들도 소배심과는 차이가 나는데요. 검찰 측은 직접 조사하지 않은, 어디서 전해 들은 증거를 제공할 수도 있고,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자료도 제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소가 확정되고 법정에서 재판이 시작되면 소배심들은 더욱 철저한 증거들을 가지고 유무죄 여부를 가리게 되죠.
진행자) 그런데 대배심의 기소 여부 결정이 미국에서 논란이 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처음에 말씀드린 퍼거슨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당시 대배심이 백인 경찰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까 대배심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우선 피의자는 대배심 앞에서 본인이 직접 증언을 하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윌슨 경관은 변호사 없이 본인이 직접 증언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검찰 측이 윌슨 경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을 수 있는지 대배심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대배심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돼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사실 법적으로 조언을 해주지 않으면 이 사람이 어떤 잘못이 있는지 막막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검사는 대배심들에게 방대한 자료를 주고는 어떤 방향도 제시하지 않고 배심원들이 스스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 처음부터 검사가 윌슨 경관을 기소할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던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만약 검사가 윌슨 경관을 정말 기소하고 싶었다면 왜 법에 어긋나는지를 좀 더 잘 정리해서 대배심에게 알려줬을 거라는 주장이 있었죠. 거기다 열흘 후에는 뉴욕 시에서도 대배심이 비무장 흑인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인종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진행자) 바로 이런 논란 때문에 일부에선 대배심 제도가 과연 필요한가 라는 생각을 갖는것 같기도 하고요?
기자) 맞습니다. 배심제는 여러 명의 배심원단이 뜻을 모아 판단하기 때문에 검사나 판사의 독단을 막고 좀 더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법적 절차가 보통 복잡한 게 아니거든요? 그렇다 보니 법률적인 전문성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합법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재판의 결과로 개인의 자유를 구속할 수도 있는데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개인의 자유이지 않습니까? 그런 만큼 개인의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 소배심제와 대배심제는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대배심 제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