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소개해 주시렵니까?
기자) 네. 최근 ‘낙태’와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소식이 몇 개 나왔습니다. ‘낙태’라고 하면 잘 아시다시피 자연 분만 시기 이전에 태아를 모체에서 분리하는 일을 말하죠? 그런데 미국 연방 하원이 최근 임신한 지 20주가 지나면 낙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화요일에는 연방 항소 법원이 낙태 시술을 제공하는 병원을 규제하는 텍사스 주 법률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주제는 바로 미국의 ‘낙태 찬반 운동’입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낙태를 반대하는 진영을 ‘Pro-Life’라고 부르고 낙태를 찬성하는 진영을 ‘Pro-Choice’라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영어에서 접두사 ‘Pro-‘는 ‘뭔가를 지지하다. 뭔가에 호의적이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Pro-Life’는 생명을 옹호한다는 의미에서 낙태를 반대하는 측을 이르고요. 반대로 ‘Pro-Choice’는 여성의 선택을 옹호한다는 의미에서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진영을 뜻합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정치적으로 낙태에 대한 자세가 확연하게 갈리죠?
기자) 물론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보수적인 공화당에는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이 대다수고요. 반대로 민주당 쪽에서는 여성의 낙태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그리고 공화당 외에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 단체들이 거의 ‘Pro-Life’ 진영에 들어가고요. 여성 권리를 향상하려고 노력하는 여성 단체 대부분은 ‘Pro-Choice’ 진영이라고 보면 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말이죠? 궁금한 것이 현재 미국에서는 낙태가 불법입니까?
기자) 간단하게 정리하면 지난 1973년에 나온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임신하고 처음 3개월 동안은 산모가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신 중기, 그러니까 임신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는 주 정부가 산모의 건강에 관련된 경우에만 낙태를 규제할 수 있는데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미국에서는 임신하고 6개월 안에 낙태하면 법을 어기는 게 아닙니다. 이 판결이 바로 그 유명한 ‘로우 대 웨이드’ 판결입니다.
진행자) 그럼 1973년 이전에는 낙태가 불법이었나요?
기자) 1970년에 하와이 주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뒤를 이어 몇몇 주가 같은 조처를 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었습니다. 물론 아이를 가진 사람의 생명이 위험할 때는 예외였습니다.
진행자) 그러다가 결국 낙태 논쟁이 연방대법원에까지 올라간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973년 미국 대법원은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 그러니까 임신 6개월 이상 된 시점이 되기 전까지는 임신한 여성이 어떤 이유로든 임신 상태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릴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는데요. 이 판결이 나오면서 낙태를 금지하던 각종 법률이 없어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미 42년 전에 이른바 ‘Pro-Choice’ 진영이 이긴 셈인데, 아직도 낙태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그건 ‘낙태’를 반대하는 이른바 ‘Pro-Life’ 진영이 포기하지 않고 저항한 결과입니다. 1973년에 연방대법원이 ‘Pro-Choice’ 진영의 손을 들어줬지만, ‘Pro-Life’ 측은 이 판결을 무력화하려고 지금까지 이런저런 방법으로 꾸준하게 싸워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Pro-Life’ 진영에서 종종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 논란이 되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낙태 시술을 하는 병원을 공격하거나 낙태 수술을 하는 의사를 살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흔하지 않은 극단적인 사례고요. ‘Pro-Life’ 진영은 대개 선전선동이나 계몽운동, 항의 시위, 의회 로비, 그리고 소송 같은 방법을 통해서 ‘낙태’를 막거나 제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난 90년대 초에 ‘Pro-Life’ 측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이 연방대법원에서 나오지 않았던가요?
기자) 네. 그게 바로 펜실베이니아 주 가족계획협회가 주지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판결이었습니다. 당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낙태를 제한하는 다양한 규정을 만들었는데요. 연방대법원은 주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여성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각 주 정부가 낙태 규제 조항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 판결이 ‘Pro-Life’ 진영이 ‘Pro-Choice’ 진영에 대항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된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 정부나 주 의회를 움직이면 낙태를 제한할 수 있게 된 거라서 그렇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들면요. 먼저 낙태 시술을 받는 데 필요한 과정을 최대한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낙태 시술을 제공하는 병원에서 유지해야 할 시설이나 위생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식도 있는데요. 실제로 주지사 자리나 주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서 이런 방식을 써서 낙태를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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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Pro-Life / Pro-Choice’, ‘낙태 찬반 운동’과 관련된 논쟁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 그럼 이번에는 낙태와 관련해서 중요한 통계 자료를 몇 개만 살펴볼까요? 최근에 나온 뉴스를 보니까 미국의 낙태율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있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AP 통신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나온 수치인데요. 지난 2010년 이후 미국 전체 평균으로 낙태율이 12% 정도 떨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낙태를 아주 까다롭게 규제하는 중서부 몇몇 주에서는 이 수치가 15%나 떨어졌다고 하는데요. 1973년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미국 내 낙태 시술 건수는 1980년대에 정점에 다다른 이후에 지금까지 줄곧 떨어지는 추세를 보입니다.
진행자) 이런 현상이 생긴 이유가 뭘까요? ‘Pro-Life’ 진영의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는 걸까요?
기자) 물론 낙태 반대 진영에서는 자신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 낙태 병원에 대한 주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 전역에서 낙태 병원이 많이 줄기는 했습니다. 이런 요소가 낙태율이 떨어지는데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는데요. 요즘에 피임 기술이 발달해서 낙태율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피임을 해서 애를 덜 가지면 결과적으로 낙태율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분석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또 청소년 임신율이 확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여성이 아이를 가지면 낙태를 할 확률이 높아서 그렇겠죠? 아무튼 이렇게 낙태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두고 ‘Pro-Choice’ 진영과 ‘Pro-Life’ 진영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낙태’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알아볼까요?
기자) 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올해 5월에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데요. 미국인 가운데 딱 절반인 50%가 자신을 ‘Pro-Choice’, 즉 낙태를 찬성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47%에서 올해엔 3% 포인트 늘어난 겁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따라잡기’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