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국가안보국 (NSA)의 무차별적인 통신기록 수집 활동의 근거가 돼왔던 애국법 주요 조항이 만료됐다는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올해 경찰의 총격으로 4백명 가까이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 전해 드립니다. 이어서 부정행위와 낮은 성적 때문에 미국 대학에서 쫓겨난 중국인 유학생이 8천명에 이른다는 소식 차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애국법 소식부터 보죠. 지난주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서 의회의 신속한 합의를 촉구했지만 결국 애국법의 주요 조항이 만료됐군요.
기자) 네, 미 의회 상원은 6월 1일 만료시한이 다가오자, 현충일 휴가까지 하루 반납하고 31일 모여서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요.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상원의원들은 애국법을 있는 그대로 연장하자는 측과 하원에서 통과된 ‘자유법’으로 대체하자는 측, 또 자유법안을 좀 더 강하게 손질하자는 측, 이렇게 세 부류로 갈려 있었는데요. 애국법을 그대로 연장하자는 안은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가 강력하게 원했던 것이지만 큰 지지를 얻지 못했고요. 결국 급하게 대체법안인 자유법안이라도 처리하기 위해 나섰지만, 최종 표결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상원은 앞으로 2, 3일 안에 자유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진행자) 이번에 만료된 애국법 조항 내용을 알아볼까요?
기자) 네, 애국법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제정된 법인데요. 애국법 전체가 만료된 것은 아니고 그 가운데 3개 조항이 만료됐습니다. 먼저 NSA의 메타데이터 수집 활동, 그러니까 대량 통신기록 수집의 근거가 돼왔던 215조가 있습니다. NSA는 이 조항을 근거로 미국에서 거는 전화와 미국에 걸려오는 전화의 번호와 통화 시간 등을 무차별 수집해 왔는데요. 2년 전에 전 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외에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또 이동식 도청을 허용하는 애국법 206조도 만료됐는데요. 용의자가 통신기기를 바꿀 때마다 일일이 영장을 따로 발부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조항이었죠. 그런가 하면 이른바 ‘외로운 늑대’ 조항인 6001조가 있습니다. 테러단체를 비롯한 외국 세력에 연루되지 않은 개인을 감청할 수 있는 조항인데요. 그동안 한 번도 사용된 일이 없다고 하는데, 역시 만료됐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NSA의 무차별 통신기록 수집 활동이 1일부터 일단 중단된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NSA는 이 조항이 만료될 것에 대비해서 지난주부터 이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NSA의 메타데이타 수집 활동이 완전히 중단된 건 아니고요. 6월 1일 이전에 이미 수집을 시작한 통신 기록 수집은 그대로 계속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미 정보당국은 애국법이 만료되면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하지만 랜드 폴 상원의원이나 미국시민자유연맹 (ACLU) 같이 애국법 연장을 반대해온 측에서는 행정부의 이 같은 경고가 과장됐다고 지적합니다. 이들 조항이 시민의 사생활을 크게 침해하는 데 비해 테러 방지 효과는 미미하다는 겁니다. 한편 CNN 방송이 새로 공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 가운데 61%가 애국법 연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하원에서 통과된 자유법안 내용 좀 살펴볼까요?
기자) 네, 자유법안은 이동식 도청을 허용하는 216조와 ‘외로운 늑대’ 감시 조항인 6001조는 그대로 연장합니다. 다만 215조의 내용이 바뀌는데요. 통화 기록을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 회사가 보관하게 하고, 수사 당국이 필요한 경우에만 법원의 허가를 얻어서 해당 회사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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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뉴스 헤드라인 두 번째 소식 보겠습니다. 최근 무장하지 않은 흑인들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거나 검거과정에서 목숨을 잃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이 올해 들어 미국에서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사람들에 대한 통계를 조사해 발표했군요?
기자) 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이 인터뷰와 경찰 기록 또 지역 언론보도 등을 바탕으로 자체 심층 분석한 내용을 실었는데요. 올해 들어 5개월간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사람이 385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하루에 2.6명 꼴로 사망한 건데요. 연방정부는 지난 10년간 하루 1.1명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거든요? 물론 정부 당국자들은 이 통계가 불완전한 수치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연방정부 통계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진행자) 워싱턴 포스트는 경찰 총격으로 인한 사망자들을 여러 기준에 따라 분류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인종 별로 보면 385명의 사망자 중 절반은 백인이었고 흑인과 중남미 계 등 소수인종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사망자가 무장을 했느냐 그러니까 총과 같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느냐를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무장하지 않은 사망자의 2/3는 흑인 또는 중남미 계였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총격이 발생한 지역의 인구에 대비했을 때 백인이나 다른 소수인종보다 흑인의 사망률이 3배 높았습니다.
진행자) 인종에 따라서는 이런 차이가 있고요.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사망자가 무장하고 있었던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망자의 80% 이상이 총이나 칼, 또는 못 박는 기계 등 치명적인 도구 등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고요. 나머지 16%는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거나 또는 가짜 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경찰의 총격으로 발생한 사망 사건의 이유는 뭐라고 합니까?
기자) 우선 경찰의 총격이 발생한 이유의 절반은 가정 폭력이나 지역 사회에서 분란이 생겨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노숙자가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남자 친구가 협박을 한다거나, 자녀가 자살을 하려고 할 때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가 포함이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경찰이 총을 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나머지 절반은 강도나 경찰의 순찰 과정 또는 영장 송달 과정 등에서 발생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워싱턴 포스트는 경찰 총격 사망 사건들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죠?
기자) 네, 공통점은 우선 경찰 총에 맞은 사람의 대부분은 가난하다는 점이고요. 또한 가벼운 범죄나 정서적인 문제로 인해 법을 어긴 전례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전과자들이 많았다는 거죠.
진행자) 그런데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사람에 비해 경찰이 기소된 경우는 많지 않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경찰이 기소된 경우는 단 3건으로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4월에도 비슷한 탐사 보도를 했는데요. 지난 10년간 수천 건의 경찰 총격 사건이 있었지만 경찰에 법적 책임을 물어 기소된 경우는 54건에 불과하고 또 기소된 경우 대부분은 경찰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과하고 재판 후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무혐의 판정을 받은 이유는 뭡니까?
기자) 미국에선 경찰이 본인과 다른 사람의 생명에 위협이 가할 경우에만 총격과 같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되는데요. 법원은 대부분의 사례에서 경찰의 총격을 정당하다고 본겁니다. 하지만 많은 법 집행기관 관계자들은 관련 사건들에 대한 더욱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경찰의 무력 사용을 정당화 하는 데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해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이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 이후 논란이 가열됐는데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올해 초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습니다. 대책위원회는 경찰의 총격으로 인한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경찰이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전직 경찰서장인 법무부의 로널드 L. 데이비스 씨는 대부분의 경찰 총격 사망 사건은 막을 수 있는 사건들이었다며 합법인지 여부를 넘어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에서는 경찰관의 총에 맞는 사람도 있지만 경찰관들이 근무 중에 숨지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 있습니다. 비영리기관인 ‘전미경찰관추모기금’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근무 중에 숨진 미국 경찰관의 수는 1백2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평균인 151명에는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총격으로 숨진 경찰관의 수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는데요. 재작년에는 32명이었는데, 다음 해인 작년에는 50명으로 50% 정도 늘어났다는 겁니다. 이렇게 경찰관들이 총격을 받고 숨지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면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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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뉴스 헤드라인 마지막 소식입니다. 요즘 미국 대학가에는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참 많은데요. 이들 중국 유학생 중 학교에서 쫓겨난 학생들이 수 천명에 이른다고요?
기자) 네, 중국인을 대상으로 미국유학을 알선하는 기업인 홀렌 에듀케이션이 최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2013년 이후 중국인 학생 8천명 가량이 미국 대학에서 퇴학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홀렌 에듀케이션은 지난 해 미국 공식 자료와 미국 대학에서 퇴학당한 1천 6백 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퇴학당한 학생들 중 80%이상은 학업 성적이 형편 없었거나 부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쫓겨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 가운데 중국인 학생 비율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기자) 국제교육원(IIE)의 발표를 보면 지난 2013-14년도 학기에 약 89만명의 외국 학생들이 미국에 유학을 왔는데 그 중 31%가 중국인 유학생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에 와 있는 외국인 학생 가운데 3명 중 1명은 중국인인 셈이죠.
진행자) 중국인 유학생들이 이렇게 늘어나는 데는 미국 대학들이 중국인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게 한 몫을 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대학들이 중국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데요. 대학 관계자들이 중국에까지 직접 가서 학생들을 데려오고 또 교정에서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아직 영어가 좀 부족해도 학위를 끝낼 수 있도록 학점을 제공하는 등의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거죠.
진행자) 이런 대학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학생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거군요.
기자) 네, 전문가들은 아직 대학들이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학생들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대학생활을 할 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거기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에 오는 학생들은 대학원을 진학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대학 학부나 고등학교에 유학 오는 학생들이 많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과거 대학원의 경우는 뛰어난 학생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평균수준의 학생들이 미국에 많이 온다는 거죠. 그러니까 학습 능력뿐 아니라 일상 생활 면이나 미국 교육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건데요. 이런 학생들이 중국의 학교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미국에 와서 문화 충격과 언어 장벽 그리고 학습 능력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대학들이 이렇게 중국 학생들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원래는 다양한 학생을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똑똑한 외국 학생들을 유치해 학교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도 있지만 외국 학생들이 학교 재정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외국 학생들 가운데 비싼 대학 등록금 전액을 기꺼이 내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데요. 미국 학생들의 경우 학교 장학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외국 유학생들은 학교측에서 지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거죠. 한 대학 관계자는 심지어 외국 유학생이 낸 등록금으로 국내 학생들을 지원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