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북 경제관여 정책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핵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북한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간 관계 증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총재 고문은 26일 워싱턴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 기고문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통해 북한이 동북아시아에 경제적으로 통합되는 길로 접어든다면 핵심 안보 문제를 다루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중국 주도의 다자 개발은행으로 올 연말 이전에 출범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기간시설 재건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그 비용을 지원한다면 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 문제 논의가 수월해질 수 있으며,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다자협의체를 세우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6자회담을 재개하거나 북한의 핵 확산 위험과 동북아 안보를 논의할 새로운 틀을 만든 뒤, 핵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북한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간 관계 증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접근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을 환영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게 뱁슨 전 고문의 주장입니다.
뱁슨 전 고문은 한국도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지지해 한반도의 안정과 점진적인 남북통합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국은 동북아시아개발은행 설립을 주장해온 만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한국의 이런 구상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기술적으로는 북한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참관국 자격을 부여해서 이 은행의 운영 방식과 절차를 이해하도록 기회를 주면서 단계적으로 정식 회원국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고 뱁슨 전 고문은 제안했습니다.
북한이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정치적인 문제 이전에 기본적인 경제, 금융 통계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원인이 큰데,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북한에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자는 겁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소규모 사업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자금을 지원하고 국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규모 사업을 북한이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북한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간에 신뢰가 구축될 것이라고 뱁슨 전 고문은 말했습니다.
그러나 뱁슨 전 고문은 현재로서는 북한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회원국이 되는데 필요한 국제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핵 문제와 대남 도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정치적 걸림돌도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회원국들의 은행과 기업이 북한과 거래할 경우 금융제재 수단을 통해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뱁슨 전 고문은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